“클래식 연주자가 왜 이렇게까지 하나? 비난 받을지도 몰라요. 일부 안티가 생길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모두 생각하고 감행하는 일이죠. 사람들에게 클래식이 생각보다 더 가까운 데에 있다는 것만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플루티스트 재스민 최(최나경)가 오는 6월 1일 부산시민회관을 시작으로 전국 투어 공연 ‘Why not?!’을 시작한다. ‘Why not?!’은 클래식은 고급예술이라 딱딱하다라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고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국내 최초 팝 리사이틀이다. 재스민 최는 초등학교 3학년 때 플루트를 시작해 커티스 음대 조기 입학, 줄리어드 음대 석사과정을 이수하고, 현재 세계적인 명문 교향악단 미국 신시내티 심포니 단원으로 있는 정통 클래식 연주자다. 자기 자리에 안주만 해도 칭송 받을 그녀가 새로운 공연을 연다는 소식은 놀라움을 안겨준다.

“요즘처럼 글로벌한 시대에 어느 프랑스 레스토랑 요리사에 당신은 왜 프랑스 요리만 하지 갑자기 중국 요리를 합니까, 하고 묻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나요? 클래식하면 사람들이 먼저 격식을 떠올리고, 심각한 연주자들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클래식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죠.”

재스민 최는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해 늘 노력한다. 그것은 청중에게 전달되는 음악의 힘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클래식은 때론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 놓을 만큼 아름다운 것인데, 사람들이 그것을 모르고 있기 때문에 클래식을 멀리하는 것 같아요. 음식으로 생각하면, 패스트푸드를 먹는 것이 아닌 정성스럽고 창의적인 요리를 먹었을 때 느낌이랄까요?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느껴지는 감동, 그 맛을 보여주고 싶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클래식’이 아닌 ‘음악’으로 호흡하고 싶어요.”

그런 노력의 결과 일까? 일반 대중에게 재스민 최의 얼굴과 이름이 낯설지 않다. 그녀는 지난해 SBS 프로그램 스타킹에 출연해 속사포 같은 플루트 연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피아노와도 대결이 가능한 그의 플루트 솜씨와 소위 ‘엄친딸’로 불리는 그의 내력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TV 출연 전, 사실 많은 고민을 했어요. 방송국 측에서 기사를 보고 연락을 주셨는데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어요. 그런데 나중에는 오히려 정말 신나는 경험이 됐죠.”

그녀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주자다. 그녀가 입단해 있는 신시내티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파보 예르비 음악 감독은 “훌륭한 연주자들 덕분에 신시내티 선율이 발전했다. 그중에서도 재스민 최 연주를 정말 좋아 한다”라고 라디오 방송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파보 예르비의 믿음과 열정적인 지지는 2006년 입단 오디션부터 시작됐다. 187명이 참가한 예선에서 선발한 4명의 후보 중 2명을 골라 최종 심사를 해야 하는데 파보 예르비는 “더 고민할 필요 없다. 재스민 최를 뽑자”고 말해 재스민 최는 최종 심사를 거치지 않고 미국 교향악단에 입단한 유일한 한국인 풀루티스트가 됐다. 재스민 최는 세계적인 연주자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겸손했다.

“신시내티 심포니의 역대 첫 한국인은 1930년대 이미 첼로 수석을 지낸 안익태 선생님이 계셔요. 그 뒤를 이어 제가 현재 교향악단 내 유일한 한국인이라는 점 때문에 더욱 긍지를 갖고 살아가고 있죠. 하지만 제가 있는 오케스트라에 우연히 한국인이 없을 뿐이지 정말 신기할 정도로 대단한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한국인들은 어떤 분야, 어느 곳에서든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그녀는 세계를 누비는 신시내티 심포니의 특성 상 국적을 옮기라는 권유도 많이 받았다. 연주회로 세계 곳곳을 누비며 그녀에게만 비자 발급 문제가 걸리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한국인임이 자랑스럽기에 버릴 수 없었다.

재스민 최는 음악이 갖고 있는 힘을 믿는다. 그렇기에 열심히 음악을 하고, 열심히 연습한다. 지금까지 그녀가 이룬 모든 것들은 절대적인 음악의 힘을 믿고 좋아하는 마음에서 나왔다. “연주자들은 자신의 마음 상태가 다 음악에 표현되더라고요. 자신의 감정, 쉬고 싶은 마음 모두가 음악을 듣는 사람은 느낄 수 있어요. 가끔 제 연주를 듣는 분들이 애절한 느낌을 받았다고 하시는데, 저는 그것이 제가 유학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배어 있는 저의 정서가 음악에도 젖어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녀는 “베토벤이나 브람스, 슈만을 만나면 왜 플루트 협주곡은 쓰지 않았는지 따질 것”이라고 종종 말한다. 바이올린, 첼로 등의 협주곡을 풀루트로 편곡해 부르는게 취미이자 특기가 돼버린 재스민 최. 그 것은 쉽게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재스민 최는 지나치게 열심히 연습하며 연주를 즐긴다. “지금의 연주 실력이 지금 인생에서 최고의 실력”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그녀만의 독보적 이유가 연습에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빛난다.  

지금 있는 위치와 자리에 그치지 않고, 더욱 더 가꾸고 발전시켜 10년 뒤에도 “지금 나의 실력이 최고다”라고 말할 수 있는 연주자가 되기 위해서 늘 노력한다는 재스민 최. 그녀는 최근 팝리사이틀 전국투어공연 ‘Why not?!’을 위해 또 다시 연습에 한창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세계적인 플루트 실력뿐 아니라 클래식, 기존 음악 편곡 등 재스민 최만의 음악 세계로 관객들을 매료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연에는 피아니스트 신지호와 휴성이 함께해 더욱 무대를 빛낸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을 때에도 “리사이틀에 꼭 오세요”라 이야기하며 공연에 대한 애정을 가득 내비치는 그녀의 ‘Wht not?!’공연은 6월 2일 충북학생교육문화원, 3일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4일 대전 CMB 엑스포아트홀에서 만나볼 수 있다.  

(* 이 글은 월간 삼호뮤직 5월 호에 실린 글임)

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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