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살은 보이지 않는 은밀한 부분으로 사람의 진심이란 말과도 통용된다. ‘당신의 진짜 속살을 보여라’, ‘속내를 보여라’ 하는 말 등은 모두 당신의 진심이 무엇인지 말해달라는 뜻이다. 요즘 현대 사회의 경우 자신의 속살을 숨긴 채 마음을 닫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무수하다. 전화기에 수없이 저장돼 있는 많은 번호들은 눌러본지 오래다.

필요에 의해 사람들을 만나고, 타인이 나의 영역에 침범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적당한 선을 긋고 살아간다. 우리의 진정한 속살을 누군가에게 쉽사리 드러내 보이면 약점을 내보인 것만 같아 불안하다. 신뢰와 따뜻한 정이 사라져 가는 지금 이 시대에, 당신은 누군가에게 진정으로 속살을 드러내 본적이 있는가? 그것은 의외로 가슴 뭉클하고 따뜻한 일일지 모른다. 나의 진심을 누군가가 끌어안아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니까.

연극 ‘속살’은 사이좋은 고등학교 단짝친구 네 명이 등장한다. 상필이 외 똑똑한 영석이, 호탕한 형기, 순한 경식이가 그들이다. 상필이는 젊은 패기로 늘 영석이, 형기, 경식이와 몰려다닌다. 세월이 흐르고 경식이는 식육점을 운영한다. 상필이는 매일같이 경식이네 가서 싸움을 일으키기 바쁘다. 형사가 된 형기는 그 싸움을 말리고 뒤처리를 하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경진은 상필의 첫사랑이자 현재 경식의 아내임에도 남편인 경식보다 상필을 더욱 걱정하고 챙긴다. 문제투성이 상필이지만 식육점에 빌붙어 사는 만년 고시생 안경도, 상필이 친동생 상준도 상필이를 미워할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상필이가 행방불명된다. 모두 모여 걱정을 하는 자리에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극단 골목길의 신진여성 연출가 이은준이 직접 쓰고 연출하는 연극 ‘속살’이 지난 4월 13일을 시작으로 4월 24일까지 정보소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극작으로서 처녀작인 이은준의 본 작품은 극단 골목길뿐만 아니라 대학로 소극장 연극에 봄바람처럼 따사로운 새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먼 이야기가 아닌 가깝고 정겨운 우리네 이야기를 이은준 특유의 잔잔하고 섬세한 무대언어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뉴스테이지 강태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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