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학교에서 김호영을 모르는 이가 거의 없었다. 그의 10대 사진 한 장 따위 없이도, 누군가의 구차한 증언 없이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그는 그야말로 학교에서 할 수 있는 대부분의 것들을 했다. 응원단장, 지휘, 방송반, 연극반, 합창단 등 다양한 활동 속에서도 늘 중심에 서 있었다. 배우 김호영의 어머니는 단 한 번도 너는 안 돼, 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불안해 할 때는 이렇게 말했다. “너니까, 너니까 될 거야.” 그리고 정말 ‘나’이기에 무엇이든지 가능한 배우가 됐다.

남고를 다니던 김호영은 그때부터 연극을 했다. 지천에 남자로 가득한 학교에서는 당연히도 여학생이 없기 때문에 여자 역을 남학생이 대신해야했다. 결국 김호영은 전국에서 여학생보다 여자연기를 잘하는 것으로 유명한 남학생이 됐다. 이 장점은 매력이자 동시에 어떠한 편견이 되는 것처럼 보였다. 뮤지컬 ‘렌트’의 엔젤, ‘갬블러’의 지지, 연극 ‘이’의 공길 등에서 ‘여자보다 예쁜 배우’로 각인된 김호영의 역할이 한정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다르다. 어머니가 ‘너니까 가능해’라고 말했듯 김호영은 항상 스스로에게 용기를 준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타인이 갖는 그에 대한 배우로서의 고정관념 역시 김호영은 깰 수 있다고 믿는다. 남들보다 한 가지를 더 갖고 있으니 장점이다. “햄릿을 생각해봐요. 주위의 사람들은 김호영이 햄릿을 할 수 있겠어? 의심하겠지만 저는 할 수 있지, 내가 하면 이전에 없던 햄릿이 나올 거야, 라고 생각해요. 저는 저에 대한 믿음이 있어요.” 이 탐나도록 긍정적인 마인드! 김호영만의 절대 매력이다.

[3S의 첫 번째 S] 영혼의 무대, 멘토와의 만남! 그의 Soul

장르를 넘나드는 배우가 되고 싶었던 김호영이 자신을 대중에게 어필한 분야는 뮤지컬, 작품은 ‘렌트’다. 그는 첫 무대를 회상하며 ‘영광스러웠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객석에 앉아 황홀하게 바라봤던 배우들과 같은 무대에서 공연을 하게 된 감동은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하, 렌트! 그리고 엔젤! 이 작품과 역할은 그저 땡큐였어요. 김호영이라는 사람에게 배우타이틀을 갖게 해준 작품이고 역할이고, 심지어 제 팬클럽 이름이 엔젤호영이에요. 그때 만들어져서.” 그때 김호영은 여러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오직 다른 배우들에게 민폐가 되지 않게끔 하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거기서 멘토와도 같은 배우 성기윤을 만났다. “데뷔했을 때의 첫 파트너였고 심지어는 사랑하는 사이였고(웃음). 당시 제가 팀에서 제일 막내였어요. 성기윤씨와 저는 나이차이가 많이 나요. 물론 경험도 훨씬 많고요. 그럴 경우 상대방에게 요구를 하기 마련인데 그는 절대 그러지 않았어요. 오히려 제가 하는 것을 보고 캐치해 플러스가 될 수 있게끔 조용히 이끌어줬어요. 보통 그렇잖아요. 내가 더 잘 보이고 싶고 더 빛나고 싶고. 그런데 성기윤이라는 배우는 스스로가 빛나는 동시에 상대에게 그 빛을 주는 사람이에요.” 그래서인지 김호영은 지금껏 상대배우에게 무언가를 강요하거나 요구한 적이 없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해요. 거기에서 좋은 점을 찾아 같이 해보죠. 누가 가르쳐 준 적이 없는데, 아마 성기윤씨의 배려와 마인드가 은연중에 마음에 와 닿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약 9년이 흘렀다. 순간적 전율과 희열, 생동감과 성취감에 취해 또다시 무대에 선다는 그는 늘 즐겁고 새로운 마음으로 무대에 서려고 하지만 같은 공연을 반복하다보니 스스로가 기계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저는 그때가 가장 두려워요. 라이브임에도 같은 장면을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서 하다 보니 무의식중에 행동과 대사가 나올 때가 있어요. 익숙해져버린 거죠. 그게 기분이 나빠요.”

[3S, 두 번째 S] 난 늘 분주했어, 그의 성장 Story

무용을 하던 어머니와 운동을 했던 아버지 아래서 자란 김호영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부터 방송 3사의 월, 화, 수, 목, 금, 토, 일 드라마를 꿰차고 앉았다. 어머니와 함께 다음에 전개될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보니 동경이 생겼다. “제가 사극을 좋아했는데, 보면 세자가 있잖아요. 난 그 세자가 너무 하고 싶은 거야. 평소에 내가 못 입는 한복에 매료 된 거죠. 빨간 원색에 수놓아져 있는 금색 실의 환상에 빠져 ‘저 옷을 입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아역배우가 되고 싶었다. 어머니는 찬성했지만 아버지는 반대했다. “배우의 길을 반대하지는 않으셨는데 성인이 된 후에 하길 원하셨어요. 아역배우로 잘 성장할 수도 있지만 힘든 부분이 많고, 또 어릴 때의 이미지가 강하면 커서도 그걸 버리기 힘들다고 하셨죠. 그때는 그 말뜻을 이해 못했고, 그저 안 시켜주면서 변명한다고 항의하며 떼썼죠(웃음). 지금 생각하면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이 주체할 수 없는 끼의 배우 김호영은 어렸을 적부터 남 앞에서 무언가를 보여주는 걸 좋아했다. “외가댁에 피아노를 치는 사촌누나가 있어요. 누나는 피아노치고 나는 노래를 부르는 게 일이었어요. 창작동요제 나가는 걸 꿈꾸곤 했거든요. 물론 못나갔지만(웃음). 어쨌든 꾸미고 나가서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걸 좋아한 거죠. 예쁘게 꾸미려고 누나 귀걸이하고 헤어밴드하고 나서서 노래 부르기도 했어요.” 어디 가족모임뿐이랴. 학교 등 장소와 때, 무대의 크기와 관객의 인원수를 가리지 않고 모든 곳에서 자신의 끼를 발산했다. “나는 뭔가 늘 분주했어, 바빴어.”

[3S, 세 번째 S] 결국 무대에서 울었다, 그의 무대 Show

“저는 그동안 공연이 끝난다고 해서 슬프다고 울지 않았어요. 다른 사람들이 울면 왜 울지? 이랬죠. 그런데 이번 ‘아이다’를 하면서, 어머나, 내 평생 그렇게 울어본 적이 없어요. 심지어 공연 중에 눈물이 터져서 그야말로 오열을 했거든요. 생각해보니까 다른 작품은 다음을 기약할 수 있었는데 ‘아이다’는 스스로 다시 할 수 없는 작품이라는 걸 안거예요. 소년 역할에다가 ‘아이다’ 자체가 바로 무대에 올릴 수 있는 작품이 아니잖아요. 저는 이제 군대도 가야하고. 저에게는 마지막 역할인거죠. 메렙을 떠나보내는 마음이 드니까 그렇게 눈물이 났던 것 같아요.” ‘막공’이라는 의미심장한 무대에서 드디어(?) 눈물을 흘린 김호영, 그의 뮤지컬배우로서 삶의 시작은 뮤지컬 ‘렌트’의 오디션장에서 시작된다. “사실 그때는 경험삼아라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순수하게 오디션에 임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그만의 귀여운 전략이 없지 않았다. 포인트는 바로 스카프. 그는 오디션이 진행될 때마다 다른 스카프를 하고 갔다. 심사위원들 입장에서 본다면 ‘스카프 매고 오는 애’로 통한 것. “그게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캐릭터와도 어울렸지만 신인의 이미지가 있잖아요.” 박명성 대표는 김호영에게 스카프가 몇 개냐고 묻기까지 했다. 그리고 김호영만의 대답은 ‘하나만 더 사주시면 12개, 한 타스 되는데요?’였다. “사실 대표님인 줄 몰랐어요. 알았다면 그렇게 대답 못했겠죠.”

이 센스 있는 배우가 오는 4월 23일 함안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뮤지컬콘서트 ‘3S’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배우 정선아, 김수용이 함께하고 신영숙이 게스트로 출연하는 뮤지컬콘서트 ‘3S’는 배우들의 삶과 음악이 있는 토크 형식의 콘서트다. 이 공연을 위해 김호영은 전체 구성을 맡아 기획에 참여했으며 사회자 역할도 한다. 역시 그만의 센스가 기다려지는 무대다. “스타일 있는 배우, 센스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센스 없으면 일하기 정말 너무 힘들거든요. 센스 없는 사람들은 또 힘들다는 것도 몰라요, 남들은 힘들어 죽겠는데(웃음).” 김호영과 스타일은 빼놓을 수 없다. 마치 동의어처럼 느껴 질만큼 그는 스타일에 민감하다. 자타가 공인하는 패셔니스타기도 하다. 그는 무대 위에서도 스타일 있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고. “간단한 옷을 가지고도 자신에 맞게 코디를 잘해 돋보이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와 같죠. 어느 작품에 들어가서 그 인물을 입었을 때 김호영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캐릭터로 창조할 수 있는 배우, 그 역할로 돋보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피아체스튜디오 사진 제공)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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