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의 물결 속에 과거의 역사는 희미해지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여전히 지울 수 없는 아물지 않은 상처다. 너무 고통스러워 부인하고 싶지만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진실 ‘일본군 위안부’. 당시 위안부 막사를 지칭했던 ‘특급호텔’이 연극으로 재현된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 특급 호텔은 처참하다. 희망이라는 단어와 가까운 어떠한 감정도 느낄 수가 없다. 하지만 11세 선희, 16세 보배, 17세 금순, 18세 옥동은 절망과 상처로 꿈조차 꾸지 않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의 소녀들이다.

금순은 그 곳에서 자유를 꿈꾼다. 이곳으로 끌려오던 날의 기억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고향 집의 냄새, 정겨움 그리고 끌려가는 나를 막던 할아버지의 죽음 그 모든 것이 그녀의 가슴을 절절히 울린다. 모든 생각을 절망으로 만드는 전쟁터, 금순은 결국 탈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소녀는 얼마 못가 잡히고 다리를 잘린다.

옥동은 남편이 전쟁에 끌려간 후 뱃속 아이에 희망을 걸고 살아갔다. 그러나 그녀는 뱃속 아이와 함께 위안부로 끌려왔다. 태아는 현실을 이기지 못해 죽음에 이렀고, 그녀는 넝마조각을 아이처럼 업고 다니는 기이한 행동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금순의 탈출로 옥동은 처참하게 고문을 당한다.

어린 선희는 유난히 발랄하다. 학교를 다니는 것은커녕 꿈조차 꿀 수 없다. 자신이 셀 수 있는 숫자 보다 하루에 더 많은 남자들과 성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11살 소녀는 결국 자살로 자신의 생을 마감한다.

보배는 카미카제로 동원된 일본 소년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현실은 그에게 핑크빛을 허락하지 않고 결국 이별의 아픔만을 이야기해준다. 전쟁은 끝났다. 살아남은 자들은 그토록 꿈꾸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네 소녀는 꿈꿀 수 있는 자유도,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는 소망도 빼앗긴 지 오래다.

연극 ‘특급호텔’은 미국 극작가 라본느 뮐러가 일본에 체류하던 중 우연히 위안부 이야기를 접한 뒤 완성한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 이 작품은 2008년에 극단 초인에 의해 국내 초연된 이후, 2009년 국제 연극 페스티벌 FIBA에 초청받아 호평을 받았으며 2010년에는 제2회 대학로 우수작품 인큐베이팅 지원작으로 선정됐다. 

네 명의 이야기를 서사극 형식으로 다룬 연극 ‘특급호텔’은 오는 2월 25일부터 3월 6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newstage@hanmail.net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