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넌센스’는 뮤지컬에 관심이 없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을 들어봤음직 할 정도로 잘 알려졌다. 8000회가 넘게 공연되며 관객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다. 어느새 뮤지컬 ‘넌센스’의 나이도 스무 살이 됐다. 풋풋한 맛에다 농익은 맛을 더해 더욱 감칠맛 나는 공연을 선보인다. 이 작품은 식중독으로 숨진 동료 수녀들의 장례비용을 마련하고자 다섯 명의 수녀가 이색공연을 벌인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고많은 죽음 중에 식중독으로 죽었다는 설정이 뮤지컬 코미디답다. 포복절도할 개그와 풍자를 우르르 쏟아내는 뮤지컬 ‘넌센스’는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사랑받고 있다. 8000회의 공연횟수만큼이나 다양한 포스터를 자랑한다. 뮤지컬 ‘넌센스’의 포스터를 구경해보자.

깔끔하면서도 상큼한 파란색이 포스터 전반을 차지한다. 눈에 띄는 포스터 색이 시선을 잡아끈다. 면면히 살펴보니 익살스러운 수녀 다섯 명이 가운데 떡하니 서 있다. 서 있다고는 하나 사실 수녀들의 상반신밖에 그려지지 않은 일러스트로는 그녀들의 자세를 가늠할 수 없다. 수녀라고 하기엔 품행이 방정치 못하다. 손을 하늘로 향한 모양새 하며, 과하게 즐거운 표정까지. 덩달아 신이 나긴 하지만 수녀다운 포스는 전혀 없다. 수녀들의 상반신 아래로 ‘넌센스’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이 필기체의 글씨는 언뜻 봐서는 알아보기 어렵다. 포스터는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다섯 명의 유쾌한 수녀들로 설명을 대신한다. ‘국내 뮤지컬의 신화!!’, ‘뉴욕공연 20주년/국내공연 16주년 기념’이라는 문구로 이 작품이 전통 있는 뮤지컬임을 알린다. 익숙하지 않은 수녀들의 해맑다 못해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지만 그만큼 공연에 대해 기대는 배가 된다.

왼쪽 아래에 당당히 서 있는 다섯 명의 수녀. 네 명의 수녀 머리 위에는 동그란 띠가 있다. 무슨 띠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들은 신이 났다. 치마가 위로 올라가 다리가 훤히 드러나 있는 줄도 모르고 그저 서로의 팔을 움켜 잡고 노래 혹은 춤에 열중한 듯하다. 네 명의 수녀와 다른 복장의 수녀는 머리의 왕관까지 썼다. 권위가 느껴지는 동시에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출한다. 네 명의 수녀 곁으로 한 명의 수녀가 하늘로 날아가고 있다. 머리 위의 노란 띠는 죽음을 상징하는 듯하다. 몸은 놀란 표정을 짓는 그녀를 아랑곳하지 않고 자꾸만 하늘로 치솟고 있다. 익살스럽고 어딘지 수녀답지 않은 이들 뒤로 별이 떠있다. 또렷한 색을 자랑하는 별은 지나치게 크다. 큼지막한 별이 수녀들의 과장된 몸짓과 잘 어울린다. 하늘로 날아가는 수녀의 모습에서 그들의 이야기가 죽음과 맞닿아 있음을 넌지시 알려준다.

수녀들의 가려진 몸매가 공개됐다. 상반신까지만 드러냈던 수녀들이 떳떳하게 전신을 내보이며 특유의 밝고 명랑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녀들의 표정에서 가장 도드라진 것은 단연 도톰한 입술이다. 잔뜩 부푼 입술은 얼굴의 반을 차지한다. 그들의 입에서 즐거운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배경을 보고 있으려니 이 수녀들 무대 위에서 공연하고 있는 것 같다. 수녀 다섯 명이 어떻게 무대 위에 서 있는 걸까? 다른 정보는 없다. ‘신 마저도 허락하신 좌충우돌 수녀들의 대박 생쑈! 쑈! 쑈!’라는 문구로 그녀들이 특별한 쇼를 펼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소곳하고 정갈한 수녀가 어찌하여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무대 위에서 끼를 발산하고 있을까? 낯설지만 그들의 자연스러운 몸짓과 웃음이 사랑스럽다.

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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