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오아시스세탁소습격사건’은 지난 2005년도 초연해 오아시스 전용극장을 갖추어 공연하고 있다. 오랜 시간 변함없이 관객의 사랑을 받아온 연극 ‘오아시스세탁소습격사건’은 제목과 달리 착한 연극이다. 오아시스 세탁소의 마음 좋은 주인장은 자신의 세탁소에 사람들이 꿈꿔왔던 것을 이루어주는 보물이 있다고 믿는다. 그 주변에는 유학 가고, 팔자 고치고, 부모님 호강시켜 드리고 싶은 우리가 존재한다. 이들의 소박한 꿈은 뭔가 모르게 때가 끼어 있다. 오아시스 주인장은 이들의 꿈과 마음에 찌든 때를 빼기로 마음먹는다. 옷과 더불어 마음에 낀 때를 빼주는 연극 ‘오아시스세탁소습격사건’은 여전히 감동적인 이야기로 관객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여기저기 옷가지들이 흩날린다. 바지, 셔츠, 니트, 재킷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옷장의 옷은 죄다 모아놨나 보다. 정신없이 빙 둘러싸인 옷가지들 가운데 웬 아저씨가 서 있다. 몸집보다 머리가 상당히 큰 아저씨는 다리미를 들고 다림질을 하는 듯하다. 심드렁한 아저씨 표정은 삶의 낙이라고는 없어 보인다. 물에 빠진 생쥐마냥 축 처져 있다. 포스터 속에는 아저씨 외 다른 인물은 없다. 옷가지와 아저씨, 다림질하는 약간의 도구가 있을 뿐이다. 아저씨 뒤로 얌전한 세탁기가 놓여 있다. 포스터는 극에 대한 정보는 일절 배제한 채 이미지만으로 극의 느낌을 전한다.

노란색의 포스터는 따스하고도 포그한 느낌을 풍긴다. 널려져 있던 옷가지들은 슬쩍슬쩍 보이지만 언뜻 봐서는 그게 옷가지인지 모른다. 포스터 중앙에는 무표정한 아저씨가 여전히 다림질하고 있다. 아저씨 주위에는 깊은 어둠이 깔려있어 마치 동굴 속으로 들어가 있는 듯하다. ‘주유소도 아니고 웬 세탁소 습격?? 대체 웬일이냐?’라는 문구로 아저씨의 세탁소가 습격받았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하나 미심쩍은 게 아저씨가 세탁소를 습격했다는 건지, 타인에 의해 습격을 당한 건지 포스터만 보고서는 알 수 없다. 과연 아저씨가 서 있는 세탁소에는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웬일인지 아저씨가 환히 웃고 있다. 얼굴이 크게 대두된 아저씨의 생김생김은 마음이 따뜻한 동네아저씨와 다를 바 없다. 8대2 가르마, 짙은 눈썹에 큼지막한 뿔테 안경까지 동네아저씨가 갖춰야 할 아이템은 모두 구비했다. 가지런한 치아를 한껏 드러내며 웃는 아저씨는 좋은 일이 있나 보다. 아저씨는 ‘오아시스 세탁소’라는 문구라 새겨진 입간판을 자랑스러운 듯 쓰다듬고 있다. 쭈그려 앉아 입간판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아저씨가 어딘지 모르게 귀엽게 느껴진다. 작은 몸에 비해 큰 머리는 외모와 맞지 않는 귀여운 느낌을 선사한다. 종전의 포스터와 달리 검은색을 적게 사용한 것은 물론, 아저씨의 배경을 흰 바탕으로 두어 한결 밝은 느낌을 전해준다.

예전의 무표정한 아저씨가 어김없이 나타나 포스터 중앙을 떡 하니 차지하고 있다. 아저씨는 여전히 다림질하고 있다. 포스터 역시 어떤 정보 없이 다림질을 하고 있는 아저씨에게 시선을 향하도록 한다. 별다른 장치는 없다. 그저 세탁소로 보이는 공간에서 다림질하는 아저씨가 있을 뿐이다. 아저씨 주위로 옷가지가 늘어서 있다. 깔끔한 옷가지의 품새로 보아 모두 정리된 옷인가 보다. 말끔한 포스터와 달리 ‘오아시스세탁소습격사건’이라니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흔히 세탁소라고 하면 칙칙거리는 분무기 소리와 드르륵 거리는 재봉틀 소리가 들리는 조그마한 작업 공간이 떠오른다. 이 평화롭고 고요한 곳에 어떤 일이 생긴 것인지 의문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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