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추리극 ‘쉬어매드니스’는 지난 2006년 초연돼 관객들의 한결같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만큼 많은 캐스트와 다양한 포스터로 관객을 만나 왔을 터이다. 이 작품은 미용실 위층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본격 용의자 찾기 게임이다. ‘쉬어매드니스’를 게임이라 칭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 작품은 관객참여형 연극이다. 관객이 의견이 100% 수용되는 코믹추리극 ‘쉬어매드니스’는 매번 다른 결말을 이끌어 낸다. 2006년 한국 초연 후 2009년 유료 객석 점유율 90%를 기록, 높은 현장판매율로 관객을 만나 온 코믹추리극 ‘쉬어매드니스’의 여러 장의 포스터가 궁금하다. 그런데 어느 포스터 속에도 범인을 짐작할만한 내용은 없다. 범인은 정해지지 않았다. 그날그날 관객이 범인을 지목한다. 관객은 공연 내� 동물적인 감각을 내세워 형사보다 날카로운 추리로 범인을 잡아내야 한다. 편하게 공연을 보고자 했다면, 이 연극은 어울리지 않다. 매 시즌 조금씩 얼굴을 바꿔가며 관객을 맞이한 포스터를 만나보자.

‘살인범 공․개․수․배!!’라는 문구로 범인에 대한 궁금증이 최고조에 이른다. 그 글자 밑으로 4명의 인물이 보인다. 밝아 보이는 이들의 표정은 도무지 누가 살인범인지 짐작 가지 않는다. 단지 총을 든 사람에게 눈길이 오래 머물 뿐. 근데 자세히 보자니 턱을 괴고 가위를 든 남자도 심상치 않다. ‘쉬어 매드니스’ 제목을 갈라놓은 도구가 바로 가위다. 혹 저 남자가 살인범인지도 모른다. 턱에 손을 괸 것 마냥 손쉽게 목숨 줄을 싹둑 잘라버렸을 수도 있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 포스터에서 갖가지 상상이 둥둥 떠난다.

감각적인 포스터에 마음이 끌린다. 초기의 포스터가 코믹했다면 이번 포스터의 콘셉트는 세련미다. 가위의 이미지가 한층 더 부각됐다. 핫핑크의 강렬한 인상이 채 가시기도 전에 햇병아리 같은 노란 가위들이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포스터를 휘젓고 다닌다. ‘COME BACK 대학로 No.1연극’이라는 문구를 통해 극에 대한 자부심을 읽을 수 있다. 극에 대한 스포일러는 없다. 다만 공연 정보만이 한가득 실려 있을 뿐이다.

인물이 다시 등장했다. 얼굴을 살짝 돌려 옆얼굴을 드러낸 콧수염 난 남자와 정면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는 남자는 포스터 중앙에 떡 하니 자리한 채 관객과 얼굴을 맞이한다. 살짝 찡그린 남자와 멍한 남자는 그저 바라만 볼 뿐 극에 대한 정보를 일절 제공하지 않는다. 단지 남자가 들고 있는 총으로 이 남자가 형사임을 예상하게 한다. 두 남자 뒤로 4명의 얼굴 일부가 보인다. 눈이 도드라져 보이는 네 사람은 주황, 파랑, 분홍, 보라의 물감을 뒤집어썼다. 아마 색으로 인물의 느낌을 표현한 것이리라. 작품에 대한 정보 없이 이미지만으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1등급 폭소추리극’이라는 문구로 극의 장르를 파악할 수 있다. 여섯 명의 인물은 각자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당황한 듯한 여자와 놀란 듯한 남자, 여유 넘치는 남자가 보인다. 또 새침한 여자와 뭔가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남자, 코믹한 얼굴에 총을 겨누는 남자가 포스터 전반을 차지한다. 이들은 어떤 사연이기에 한곳에 뒤엉켜 있을까. ‘과연 누가 범인일까’라는 문구가 이 여섯 명의 인물이 하나의 사건에 연루됐음을 알려준다. 살짝 당황한 듯한 여자와 남자, 총을 겨누고 있는 남자 모두 관객의 의심의 눈초리를 벗어날 수는 없어 보인다.

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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