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위의 누군가는 계속해서 사라진다. 물리적인 죽음 혹은 범죄를 통한 사라짐뿐만 아니라 형이상학적인 사라짐, 우리의 일상 가까운 곳에서 가장 사랑했던 사람들을 지우는 행위를 통해 누군가는 계속해서 사라진다. 가장 사랑했던 사람들을 지워가면서 우리는 주변 인물들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그들의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한다.

연극 ‘있.었.다’는 가족의 실종을 다룬다. 사람들은 한 때 좋아했던 무언가의 흔적 자체가 지우개로 지우듯 깨끗하게 없어지길 바라기도 한다.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고 싶기 때문이다.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밖에 나간 남편이 돌아오지 않아 은주는 실종신고를 한다. 실종신고를 하는 다급한 은주에 비해 인배는 사무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신고를 접수한다.

은주가 나가기도 전에 영호가 들어와 딸아이가 사라졌다고 한다. 역시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나간 딸아이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배는 수많은 실종 신고들 중의 하나로 치부해버리지만, 며칠 뒤 이들이 찾아와 사라졌던 사람들이 돌아왔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이 없어지기 전의 모습이 아닌 전혀 다른 낯선 사람으로 변해 돌아온다. 이로써 가족 사이에 있었던 불균형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인물들의 반복되는 실종과 돌아오는 과정을 표현하기 위해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무대 양식을 선보일 예정이다. ‘문’이라는 오브제를 이용해 문 너머의 존재들과 문 앞에 있는 존재들을 관객들과 함께 지우고 기억해 내는 과정을 경험하게 해준다.

연극 ‘있.었.다’는 우리 스스로의 존재자체도 누군가로부터 의심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깊이 있는 사유를 통해 관객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이 작품은 오는 12월 16일부터 2011년 1월 2일까지 대학로 게릴라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뉴스테이지 강태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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