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3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는 ‘2010 대한민국 무용대상’ 경연대상 부문이 진행됐다. 이날 경연대상 부문 중 국수호 디딤무용단의 명성황후가 공연됐다. 이 작품은 개화의 물결 속에 한나라의 국모로서 기구한 삶을 산 명성황후를 그렸다. 국수호 디딤무용단은 공연 내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관객의 시선을 앗아갔다.

귓가를 자극하는 방울 소리가 들리자 이내 무용수가 모습을 드러내며 무대를 장악해나갔다. 무용수들의 유려한 몸짓과 함께 눈에 들어온 것은 의상이다. 의상만 보고서도 그들의 신분을 짐작게 했으며 마치 조선 시대로 되돌아간 듯한 느낌마저 들게 했다. 의상 덕분에 리얼리티를 얻으며 관객을 조선 시대로 인도했다.

나라의 아픔이 무대 위 고스란히 되살아나며 고종의 고뇌는 깊어진다. 고종의 용안에는 나라의 미래와 명성황후의 안위를 걱정하는 그의 심경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의 몸짓은 슬프지만 아름다웠고 손끝과 발끝에서는 한국무용의 위용이 흘러 넘쳤다. 고종을 맡은 국수호 안무가는 그 명성에 걸맞은 멋진 무대를 선보였다.

명성황후로 옷을 갈아입는 정혜진 안무가는 비련한 왕비 명성황후를 여과 없이 보여줬다. 그러면서도 서슬이 퍼런 총, 칼 앞에서는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그녀의 손짓에서 조선의 치욕스러운 역사가 그려졌으며 그녀의 표정으로 명성황후의 못다 전한 슬픔이 묻어났다. 그 비련하고도 아픈 운명이 무대 위에서 재현됐을 때 관객은 비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국수호 디딤무용단은 화려한 볼거리와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는 하는 무용수들의 몸짓으로 공연 내내 관객을 긴장케 했다. 한국무용을 다소 낯설어하는 관객일지라도 누구나 아는 역사적 사실을 무대로 재현,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 작품에서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음악이다. 한국의 종묘제례악과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멋진 앙상블을 이루며 조선조 역사의 슬픔을 극대화했다.

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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