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연장이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요즘이다. 그에 걸맞게 노인들의 라이프 스타일도 많이 변했다. 점잔빼던 노인은 이제 더는 없다. 신세대 못지않게 감정표현에 익숙한 그들이다. 나무그늘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어르신들은 좀 더 밝은 곳으로 진출했다. ‘늘그막에 무슨’으로 통념 되던 말들도 ‘살날이 얼마나 남았다고’로 바뀌었다. 바뀐 말투만큼 노인들의 마음가짐도 바뀌었다. ‘살날이 얼마나 남았다고’라는 말 속에는 얼마 남지 않은 삶을 화끈하게 보내겠다는 선전포고와도 같다.

인생은 60부터라고 했는가. 60부터 인생을 시작한다고 봤을 때 이제 갓 스무 살 먹은 처자 소피가 있다. 소피한테는 두 딸이 있다. 두 딸은 모두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산다. 딩크족이자 부유한 바바라 부부와 갓 대학에 입학한 딸 사라를 아끼는 투루디 부부다. 두 자매의 어머니 소피는 남편과 사별한 후 두 딸을 훌륭히 키웠다. 이제는 투루디의 집에서 딸의 보살핌을 받으며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공주님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다. 평온한 삶을 즐기던 스무 살 소피에게 일련의 사건이 벌어진다. 투루디 부부의 딸이 독립을 선언하고 집을 나간 것이다. 투루디 부부는 궁여지책으로 소피를 바바라의 집에 맡기게 된다.

소피가 바바라의 집으로 건너가면서 기막힌 일이 시작됐다. 바로 운명의 남자 모리스를 만나게 된 것이다. 모리스는 소피보다 살짝 나이가 더 지긋한 40살의 건장한 남자다. 소피와 모리스는 서로의 나이를 스무 살과 마흔 살로 인식할지 몰라도 그들의 사회적인 나이는 여든 살과 백 살의 노인이다. 나이는 둘에게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단지 서로 사랑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다. 노인들의 사랑이 자식에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과도 같은 일이다. 두 노인은 예쁘게 교제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한시도 떨어지고 싶지 않다며 결혼을 하려 든다. 두 노인의 행복 앞에 자식은 고민에 빠진다. 자식들로서도 어떤 게 자식 된 도리인지 감이 오질 않는다.

방년 80세의 여자와 꽉 채운 100살의 남자의 불타는 로맨스를 다룬 연극 ‘엄마가 결혼한대’는 노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이 작품은 가족의 일상다반사를 다루는 동시에 사랑, 연애, 부부, 관계, 노년, 성에 대해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노인들의 뜨거운 사랑을 다룬 이 연극은 오는 11월 17일부터 12월 5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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