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공연계는 뮤지컬배우 전문 매니지먼트사가 등장할 정도로 한국 뮤지컬은 산업화 시대에 돌입했다. 하지만 먼저 지급해야할 배우들의 출연료를 가장 나중에 챙기는 것이라는 공연계의 풍토는 여전히 남아있다. 얼마 전 출연료 미지급 때문에 발생한 ‘코엑스 망치 사건’은 공연계의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사건은 지난 8월 22일 서울 코엑스아티움 로비에서 뮤지컬 ‘코러스라인’ 제작사의 재무이사 A씨가 출연료를 달라는 주연배우 B씨를 망치로 폭행하는 장면이 공연장 CCTV를 통해 공개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뮤지컬 공연계 실태와 뮤지컬 배우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현재 뮤지컬 한편의 제작비는 ‘사전제작비를 비롯해 홍보비, 극장 대관료, 인건비(출연료 포함) 등으로 이뤄져 있다. 만약 작품이 흥행에 실패했을 경우 배우들은 출연료를 받지 못하는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배우가 관객들에게 작품을 선보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길게는 두 달, 짧게는 한 달 정도의 연습기간을 갖는다. 이러한 배우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출연료 미지급의 사태는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그나마 나아졌다”며 “제작사마다 다르겠지만 한번 제작사에게 잘못 보이면 언제 다시 무대에 오를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기에 어찌할 도리가 없다. 이런 상황이 안타깝기만 한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공연계에 몸담은 뮤지컬 배우 A씨는 “제작사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인 제작사들은 연습비를 포함해 출연료까지 철저하게 지급하고 있다. 배우들의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는 제작사들의 의식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경우는 극소수이기 때문에 출연을 하기 전 철저히 계약서를 작성해 피해를 보지 않아야 할 것이다”고 당부했다. 

- 화려한 모습 뒤, 투잡(Job)을 해야 하는 배우들의 생활고

낮에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밤에는 무대에서 배우로 사는 K씨는 “언제나 생활고에 시달린다. 작품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연습기간 동안 연습비용조차 지불되지 않기도 한다. 결국,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낮에 일을 해야한다”며 “배우생활을 지속하고 싶지만 이미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친 상태다. 언제까지 배우생활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전했다.

미래의 스타를 꿈꾸며 대형 작품들의 앙상블로 무대에 오른다는 A씨는 “앙상블은 주, 조연배우와 달리 출연료가 제때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공연이 없을 때는 생활비를 충당하기조차 버겁다. 그러다가 신용카드를 이용해 신용불량자가 된 적도 있다”며 “연기가 좋아 배우를 시작했지만 이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할지 고민이다”라고 덧붙였다.

재치 있는 입담으로 공연이 없는 날이면 행사를 다닌다는 배우 B씨는 “행사 덕분에 생활이 조금은 나아졌다. 주변에서는 오히려 이 분야로 나가는 게 어떠냐는 말도 하지만 무대에 올라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하다. 오랜 경력이 쌓이다보면 지금보다는 한결 더 괜찮아 질 거라는 희망을 갖는다”며 말했다.

이렇듯 많은 젊은이가 꿈꾸고 환호하는 배우들의 모습 뒤에는 생활고와 힘겨운 싸움을 하는 그들의 눈물이 있다. 현재 공연계는 그들을 보호해줄 혜택도, 일정한 수입을 보조해줄 지원금도 없다. 뮤지컬, 연극 등의 문화예술을 단순히 상업적인 시각으로 보기보다는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앞으로 정부는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있는 예술인들에게 적립 보험금의 일부를 정부에서 보조해, 노후 생활에 대한 준비를 돕는 지원책과 예술가 지원을 위한 법률과 제도를 정비해야 할 것이다.

기업들은 ‘일사일천(一社一川)’ 운동을 공연계로 확대해 기업이 한 문화예술 단체를 장기간에 걸쳐 지원, 예술인들이 문화예술활동을 더욱 활성화 할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 또한 관객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관객들은 초대권을 이용한 관람이 아닌 합당하고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티켓을 사서 관람한다면 공연계가 한층 더 성장한 문화예술환경으로 변할 것으로 기대된다.

글_뉴스테이지 김지연 기자, 사진_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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