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계절 10월이다. 해운대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 힘입어 쌀쌀해진 날씨와 함께 영화팬들의 가슴을 달래줄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다. 상상마당에서는 영화팬들을 위해 감동적이고 작품성 있는 영화를 대거 상영한다. 지난 9월 16일에 개봉해 관객들을 울고 웃게 만든 영화 ‘옥희의 영화’를 비롯해 또 다른 인간군상을 만날 수 있는 성지혜 감독의 ‘여덟번의 감정’, 가족사를 통해 한국 근대사를 다시 썼다 해도 과언이 아닌 ‘계몽영화’ 등이 준비됐다. 

또한 까마귀 기르기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의 신작 ‘돈 조반니’는 10월 14일에 만나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빛과 색의 마술이라해도 모자라지 않다. 10월 28일에는 감성멜로의 대명사 김종관 감독의 신작 조금만 ‘더 가까이’가 기다리고 있다. 서늘하고, 후끈 달아오르며 가슴 시린 사랑이야기를 만나보자.

▶ 옥희의 영화 Oki's Movie
▶ 감독 : 홍상수
▶ 주연 : 정유미, 이선균, 문성근

영화과 여학생 옥희는 자신이 사귀었던 한 젊은 남자와 한 나이 든 남자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다. 아차산이란 곳에 만 일 년을 사이에 두고 각 남자와 한 번씩 찾아왔던 경험을 영화적으로 구성했다. 그 산에서 남자와의 경험을 공간별로 짝을 지어놓고 보여준다. 주차장, 산 입구, 정자 앞, 화장실, 목조 다리 앞, 산 중턱 등의 공간에서의 각 남자와의 모습이 짝지어 보이면 두 경험 사이의 차이와 비슷함을 구체적으로 보게 된다. 그런 구성 덕에 우린 옥희와 두 남자 사이의 관계에 대한 어떤 총체적 그림을 보고 있다고 느낌을 가질 수 있다.

▶ 여덟 번의 감정 The 8 Sentiments
▶ 감독 : 성지혜
▶ 주연 : 김영호, 황인영, 윤주희, 명계남, 박광수, 반이정

시내 유명 갤러리의 큐레이터인 종훈(김영호)은 유명화가인 전화백(명계남)의 전시를 준비하기 위해 부산에 방문했다. 그러던 차, 오래 전 알고 지냈던 은주(윤주희)에게 연락하게 되고 새하얀 간호복을 입고 청순한 미소로 반겨주는 그녀에게 반하게 된다. 서울로 돌아온 종훈은 연락이 뜸해진 연인 선영(황인영)에게 이별을 선언하고 은주와의 사랑을 키워나간다. 영화 ‘여덟 번의 감정’은 사랑 앞에 변덕스런 남성들의 심리를 재치 있고 독특한 유머로 풀어낸 본격 성인 연애담이다. 남성들의 솔직하고도 발칙한 속내를 재치와 위트로 포장하여 여과 없이 드러냈다. 또한 만날 때 마다 달라지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솔직한 감성과 독특한 유머로 표현하며 성인 남녀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공감을 이끌어 낼 것이다.

▶ 계몽영화 Enlightenment Film
▶ 감독 : 박동훈 
▶ 주연 : 정승길, 김지인, 오우정, 이상현, 박혁권, 신규리
 
아버지 학송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 모인 정씨 집안 가족들이 등장한다. 이 땅에서 나름 주류라고 자위하며 무리 없이 살고 있지만, 왠지 모를 불안과 불편함의 골들은 군데군데 균열을 보이며 가족들의 오랜 어두운 문제들을 드러낸다. 일제 강점기 친일로 부를 축적한 조부모, 한국전쟁과 개발독재시대를 거치며 성공지향적인 가치관으로 가부장의 화신이 된 아버지, 그 폭력적인 아버지로 인해 유년시절 정신적 외상을 입은 딸의 모습으로 알 수 있다. ‘계몽영화’는 삼대에 걸친 이들의 과거를 통해 한 집안의 어긋남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어떤 선택들이 이들의 현재를 만들었는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엉킨 실타래를 풀어낸다.

뉴스테이지 강태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