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면 누구나 백마 탄 왕자님이 자신의 앞에 나타나기를 꿈꾼다. 만약 실제로 백마탄 왕자님으로 인해 내 인생이 달라진다면 과연 어떨까. 두 팔 벌려 만세를 부를 것인지 아님 조신한척 최대한 본 모습을 감추고 왕자를 유혹할 것인지. 꿈에서만 봤던 왕자는 잘생긴 외모와 더불어 매너까지 갖췄다. 하지만 눈앞에 나타난 왕자가 재수 없기로 소문난 나쁜 남자라면?! 하루아침에 황태자비가 된 한 여자가 있다. 황태자비의 고귀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교복치마 안에 언제나 체육복을 입고 다니는 여고생이다.

뮤지컬 ‘궁’은 ‘대한민국은 아직도 입헌군주국이다’라는 독특한 판타지 설정으로 평범한 여고생 신채경이 황태자 신이와 정략결혼으로 인해 황태자비가 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 공연의 원작은 한국만화계 최고의 베스트셀러이자 월메이드 드라마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한류 콘텐츠다. 이러한 콘텐츠가 뮤지컬과 만난다면 생동감은 두 배가 된다.

- 무척이나 친절한 공연, 뮤지컬 ‘궁’
공연은 참 친절하다. 이미 많이 알려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처음 접한 관객들이 극 중 캐릭터에 잘 몰입될 수 있도록 인물들을 한명씩 소개하며 극의 시작을 알린다. 마치 패션쇼 무대처럼 소개된 인물은 앞으로 걸어 나와 품위 있는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인사를 한다. 이러한 진귀한 풍경이 다른 뮤지컬들과 달리 궁금증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극이 절정을 달릴수록 공연은 더욱 친절해진다. 극 중 스피드하게 등장하는 신조어들을 알아듣지 못하는 관객들을 위해 무대 뒤 스크린은 연신 신조어들을 풀어주느라 더욱 바빠진다.

- 화려한 볼거리가 가득
이 극은 궁중악부터 클래식, 힙합과 재즈 등 다양한 분야의 음악과 발레, 궁중무용, 비보잉 등이 잘 조화를 이루고 화려한 조명아래 비보이들이 대거 등장해 무대를 채운다. 춤과 노래, 배우와 앙상블들의 호흡, 두 남자 주인공들의 댄스 배틀 또한 눈길을 사로잡는다. 뒤편에 담긴 대형 스크린에서 만화에서만 나올법한 유행어가 말풍선이 되어 날아다니고 큰 사건들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게 큰 글씨로 써주는 등의 볼거리를 선사한다. 뮤지컬 ‘궁’은 드라마 ‘궁’에 못지않은 궁궐을 재현하기 위해 디지털 시스템을 이용한 무대를 구현, 기존 뮤지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최첨단 기법도 동원됐다. 이러한 기법은 무대를 더욱 화려함과 재미를 배가 시켰다.

- 현실이 아닌 판타지 속 ‘궁’
대한민국에 ‘궁’은 없다. 오로지 상상에서만 존재한다. 판타지인줄 알지만 그것에 빠져드는 이유는 뮤지컬 ‘궁’이 빡빡한 일상 속에 찌든 관객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아는 뻔한 줄거리지만 조명, 음악적인 부분이 드라마에서 접할 수 없었던 생동감을 느끼게 했다. 반면, 총 24회 분량의 드라마로 제작됐던 원작을 2시간 40분 안에 압축시켜야 한다는 한계성으로 인해 큰 에피소드들로만 엮어 빠르게 전개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화려한 퍼포먼스에 취중 하다 보니 다소 과장된 상황 연출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연기와 춤이 이러한 모든 것들을 커버하기 충분했다.

뉴스테이지 김지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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