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부에로 바예호(Antonio Buero Vallejo)의 연극 ‘채광창’이 청운예술단 제작(연출 이송)으로 무대에 오른다. 부에로 바예호는 가장 스페인적이면서도 가장 보편적인 연극을 하는 창작자로 ‘어느 계단 이야기’,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에 이은 ‘채광창’까지, 작품의 예술성뿐 아니라 강한 사회비판의식을 드러냈다. 집필 이듬해 마드리드에서 상연된 ‘채광창’은 당시 스페인 사회의 강한 논의주제를 무대에서 처음 조명했다는 사실에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작품에는 전형적인 내전 패배자 가족이 등장한다. 패배자로서의 상황은 승리자들이 활보하는 밝은 거기를 올려다보아야 하는 반지하의 소외되고 어두컴컴한 거주 공간에 의해 상징된다. 반 지하 아파트에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실성한 아버지, 고정된 직장이 없어 교정 일을 하며 살아가는 마리오, 남편을 돌봐야 하는 어머니가 살고 있다. 이들의 가난한 삶은 큰 출판사의 높은 직위에 있는 큰아들 비센떼의 부유한 삶과 대비된다. 극이 진행됨에 따라 이들의 대조적인 삶은 과거의 한 사건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게 된다.

연극 ‘채광창’은 내전이라는 사회적 층위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있지만 종국에는 개인의 행복과 존재에 대한 문제로 귀결된다. 관계자는 “아픈 기억이지만 진실을 찾아가야하고 진실 위에서만 인간은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런 면에서 아버지가 끊임없이 던지는 ‘이 사람은 누구인가’의 질문은 바로 정체성과 관련하여 개개인의 진실을 찾아가는 작품 전체의 주제를 함축하고 있다. 이는 관객 모두가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는 질문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은 한국 최고 원로배우들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백성희, 권성덕, 박상규 국립극단 3대 극단장들과 중견배우 김종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우진, 한윤춘, 이하나, 김지민 등이 함께한다. 스페인 최고의 희극작가 안토니오 부에로 바예호의 국내 초연작 ‘채광창’은 9월 29일부터 10월 1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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