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방미인! 요즘 연예계는 다방면에서 고루 재능을 갖춘 스타들이 대세다.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연기를 한다거나 뮤지컬을 하는 일은 이제 이슈거리도 되지 않는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배우가 스크린과 무대라는 장르적 크로스오버를 시도하는 일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무대공연은 TV연기와 달리 바스트샷, 클로즈업 등의 카메라 기술이 빠진 상태에서 관객들에게 노출된다. 따라서 배우들이 감당해야 할 부담감은 배가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는 배우들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문근영, 강부자, 송일국은 그런 면에서 볼 때 하나의 접점에서 만난다. 올 여름 각각 ‘클로져’, ‘오구’, ‘나는 너다’로 무대 서는 세 배우들의 세 가지 색깔을 비교해봤다. 국민여동생 문근영부터 국민엄마 강부자까지 세대를 초월하는 매력적인 배우들을 소개한다.

- ‘무대가 좋다’ 두 번째 시리즈 ‘클로져’로 연극 데뷔하는 문근영
<“연극에 대한 매력을 느껴 도전”>

남장여자, 악역에 이어 문근영이 선택한 차기 역할은 ‘스트립댄서’다. 타고난 베이비페이스에 ‘가을동화’에서 은서로 보여줬던 그녀의 순수하고 맑은 이미지는 배우로서 그녀가 넘어야 할 숙제와도 같았다. 오랜 공백을 깨고 출연했던 드라마 ‘비밀의 화원’(2008)은 그녀에게 연기대상이라는 영예를 가져다주지만, 문근영은 “앞으로도 계속 연기하고 싶은데 이렇게 큰 상을 받아 무섭다”고 서럽게 울던 영락없는 어린(여린)배우였다.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2010)의 악역 은조 역을 소화하며 한층 성숙된 배우의 모습을 보여주더니, 문근영은 차기작으로 연극 ‘클로져’를 선택한다. 그녀가 맡은 역할은 언급한대로 스트립댄서 앨리스. 엄기준과 호흡을 맞춘다. 지금도 잘 하고 있지만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 문근영의 행보가 연극이라는 것은 연기에 대한 그녀의 욕심을 반영한다. 아무 것도 기댈 것 없는 무대공연에서 그녀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작품이 개막됐을 때 스트립댄서가 아닌 배우 문근영의 성장에 더 관심이 모아지길 기대해본다.

- 국민배우 강부자, 황천길도 신명나게!
<연극 ‘오구’, 인생의 한 획을 그은 대표작>

배우 강부자만이 할 수 있는 것. 연극 ‘오구’의 노모 역으로 97년부터 지금까지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줬던 배우 강부자가 이 작품으로 다시 한 번 무대에 선다. 이번엔 아들 역으로 10년 전 호흡을 맞췄던 오달수까지 함께 한다. 장소도 크고 화려한 호암아트홀로 바뀌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한 가지, 배우 강부자의 연기에 대한 철학과 자세만큼은 그대로다. 1989년 초연되며 연희단거리패 대표 레파토리가 된 연극 ‘오구’는 ‘강부자의 오구’라는 표현이 생겨날 정도로 강부자의, 강부자에 의한, 강부자를 위한 작품이다. 국민배우, 대배우라는 수식어보다는 그냥 ‘배우’로 불리고 싶다는 그녀. 올해로 연기 인생 49년차 베테랑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연습시간, 약속시간 30분 전부터 나와 준비하는 열정으로도 유명하다. 후배들의 애교 섞인 불만도 나올 법할 터. 오늘 당장 무대에 서도 될 정도로 강부자의 머릿속엔 오구의 대사와 동선까지 모두 완벽하게 스캐닝돼 있다. 90년대 중반 연극 ‘오구’를 대중들의 머릿속에 깊숙이 각인시킨 장본인, 칠순의 나이로 또 다시 무대에 서는 그녀의 연극 ‘오구’는 또 어떤 맛일까. 궁금하게 만드는 그녀의 내공이 힘을 발한다.

-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에서 안중근으로
<송일국의 1인2역, 영웅의 아들도 영웅이어야 하는가>

우리에겐 너무 친숙한 영웅 안중근과 그의 아들 안준생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나는 너다’가 송일국, 박정자의 캐스팅으로 화려하게 막을 연다. 이 작품은 안중근 서거 100년을 기념해 윤석화가 연출가로 변신하기도 했다. 이번 무대를 통해 연극공연에 첫 도전하는 배우 송일국은 항일 무장독립투쟁을 한 김좌진 장군의 외증손자이자 일제시대 의협객으로 이름을 날리던 김두한의 외손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이 작품에서 영웅 안중근과 그의 아들 안준생 역을 동시에 맡았다. 이런 그의 뿌리는 그 자체로 안중근을 연기하는 데 특별한 의미가 된다. 그의 혈관과 정신에 이어져온 뜨거운 구국의 열정이 강하고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남자다운 기개가 돋보이는 그의 연기정신을 통해 무대로 형상화됐다. 영웅이기 이전에 사람이었던 아버지 안중근과 사람이기 이전에 매국노가 되어버린 아들 안중생의 이야기, 연극 ‘나는 너다’는 ‘나는 누구인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대답을 들려줄 예정이다.

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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