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람 모두가 다 아는 러브스토리의 주인공 로미오와 줄리엣이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원수 가문으로 다시 태어났다. 연극, 영화, 뮤지컬, 발레까지 다양한 예술 장르로 변주돼온 ‘로미오와 줄리엣’이 국립창극단의 젊은 창극으로 재창조된 것이다.

창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현대의 감각에 맞는 새로운 창극 레퍼토리를 개발하고자 ‘젊은 창극’이라는 이름으로 기획된 특별공연이다. 이 작품은 대를 이은 가문 간의 갈등으로 인해 죽음으로 끝나는 두 남녀의 비극을 우리 전통 소리와 몸짓에 담았다. 원작이 중세 이탈리아 베로나를 배경으로 했다면 창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고려시대 영남과 호남을 잇는 팔량치 고개를 배경으로 했다.

몬테규가의 로미오와 캐플릿 가의 줄리엣 역시 함양 귀족 문태규의 아들 로묘와 남원 토호인 최불립의 딸 주리로 각각 설정됐다.

극의 줄거리는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배우들이 사용하는 걸쭉한 사투리와 함께 극 중간 중간에 보여주는 굿, 탈춤, 줄타기 등 우리 고유의 연희가 첨가돼 원작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이 작품은 창극의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우리나라 특유의 관객 참여형 공연 형식은 이번 창극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등장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들을 이끌고 함께 기와밟기, 강강술래를 펼친다.

또한 원작에 있던 은유적 표현을 우리나라 정서로 가다듬고 주인공 또래 아이들이 말했을 법한 용어의 사용으로 친숙함을 더했다. 지금까지 익숙했던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닌 새로운 느낌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나고 싶다면, 혹은 젊은 창극의 진수를 맛보고 싶다면 이 작품을 추천한다.

창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오는 7월 24일 함안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