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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권재원, 보이첵 속의 진짜 보이첵을 만나다

 

올해로 30돌을 맞는 세계적인 공연축제 런던마임축제가 이달 말 화려하게 막이 오른다. 그 속에 당당히 자리 잡은 우리연극이 있으니, 바로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피지컬 연극 ‘보이첵’이다. 이 작품은 원래는 이번 런던마임축제의 개막작으로 초청을 받았으나 개막 공연장이 너무 작아 거절하고 좀 더 큰 극장인 ‘퀸 엘리자베스 홀’(약 700석 가량)에서 1월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공연될 예정이다.
‘보이첵’은 작년 8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평점 별5개는 물론 엔젤어워드상과 토탈씨어터어워드 최우수 신체극상을 수상, BBC에서 선정한 TOP 10에도 선정이 되어 국내 연극의 새 장을 열어 당당히 금의환향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2000년 예술의 전당에서 초연되어 8년 동안 짙은 색깔의 생명을 유지해왔다. 특히 지난 8년 동안 꿋꿋이 그 명맥을 이어온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단원들과 한국의 연극을 알리려는 급하지 않은 노력들이 이렇게 최근 한국 공연계에 결과로 보여 한국 연극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 속에 눈부신 배우, 너무나도 ‘배우’스러운 보이첵 속의 보이첵, 권재원 씨를 만났다.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는 ‘보이첵’의 ‘보이첵’역, 주인공을 장기집권(?)할 수 있었던 배우 권재원 씨의 실제모습이 너무 궁금했다. 그를 함께 만나보자.

- 소란스럽지 않은 평온함을 가진 배우
런던마임축제, 배우의 인생에 그 축제에 참가하는 것은 분명 무척 의미가 깊을 것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권재원 씨에게 첫 질문으로 그 소감을 물었다. “좋아요. 배우로서 기쁜 일이죠(웃음).” 이런, 너무 짧은 답이 왔다. 호들갑스러운 내가 오히려 런던마임축제에 초청받은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실제로 그런 평온함이 자연스러운 사람이었다. 무대에서도 그 평온함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 그것이 그가 가진 가장 큰 힘인 듯 하다. 그러고 보니 그가 활짝 웃을 때 국민배우 안성기의 미소를 살짝 닮아 있었다.

- 지금까지 한번도 ‘보이첵’ 역을 양보하지 않았다(?)
배우가 한 배역을 오랫동안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보이첵’의 ‘보이첵’ 역은 탐내는 배우들이 많았을 텐데 어떻게 장기집권(?)을 할 수 있었을까? “(웃음) 배역은 첫 공연을 할 때 배우들끼리 오디션을 봐서 정한 거예요. 아마 배우들끼리 정한 것이라 그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저희들끼리는 괜찮은데 후배들에게 미안하죠. 이 작품을 하려면 새로운 팀을 꾸려야 하니까요.” 같은 작품을 같은 배우가 오랫동안 한다는 점은 작품의 퀄러티 면에서 상당히 장점으로 작용한다.
이 작품뿐만 아니라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단원들은 지난 10년 동안 거의 멤버가 바뀌지 않았다고. 그런 점이 이 극단의 작품은 모두 수작이라는 평가를 내리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듯하다.
사실은 바로 얼마 전에 ‘보이첵’의 새로운 배역 오디션이 있었다고 한다. 새로운 팀으로 꾸려진 보이첵을 곧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6월까지 해외공연과 신작 때문에 원래 팀이 할 것 같고요, 그 이후에는 후배들이 할 것 같아요.”

- ‘보이첵’, 초연했던 2000년으로 거슬러 가보자
나무의자들의 놀라운 변형과 피아졸라의 강렬한 음악 및 배우들의 절제되면서도 아름다운 움직임이 돋보이는 작품, ‘보이첵’은 2000년 초연부터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우수레퍼토리로 꾸준히 공연되어졌다. “초연 때보다는 2001년 공연이 연극인들의 반응이 직접적으로 들렸어요. 새롭다, 특이하다, 어렵다 등 많은 반응이 있었죠. 어쨌든 마지막공연은 매진이 되었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파장을 일으켰던 것 같아요.”
그 후에 꾸준히 올려지긴 했지만 3주 이상 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작년 에든버러에서 공연 한 것이 가장 긴 공연일정이었다고.

- 움직임 이미지 극 ‘보이첵’, 체력적으로 힘들지는 않나?
작품 속 인물들은 쉴 새 없이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내느라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대사로 전달하는 극 보다는 무대 위에서 상징화 되어 있는 작업을 하는 과정이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냐고 물었다.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없어요. 8년 전 초연 때가 오히려 더 힘들었죠. 그때는 굉장히 긴장을 하고 공연을 했거든요. 지금은 일종의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그는 ‘보이첵’ 공연을 할 때는 체중감량과 체력유지를 위해 항상 조깅을 한다고 말했다.

- ‘보이첵’은 정말 어려운 작품인가?
‘보이첵’을 본 관객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새롭다’와 ‘어렵다’이다. 극의 구성이나 상징화된 기법들은 기존의 연극과 차이가 있다. 그렇기에 ‘새롭다’를 지나 ‘어렵다’는 말까지 나오는데, ‘보이첵’ 정말 어려운 연극이냐고 물었다. “사실 스토리는 너무 간단하잖아요? 가난한 병사가 세상에 짓눌리다가 아내까지 떠나버리니까 어쩔 수 없이 죽는 스토리, 그것밖에 없어요(웃음). 저는 ‘보이첵’이 어렵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의미를 해석하려하지 말고 그 자체를 즐기라고 말합니다. 그림이 아름다우면 아름다움을 만끽하면 되고 움직임이 신선하면 신선함을 느끼면 되요.”

- 평범했던 내 삶, 새로운 무엇인가를 찾고 싶어 배우의 길을 선택
재원 씨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가 갑작스레 배우의 길을 선택했다. 배우의 그 무엇이 그를 잡아 당겼을까? “어떤 배우가 되어야겠다 하는 정확한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었어요. 그냥 즐겁고 신나는 어떤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죠.”
1년 정도의 우왕좌왕 하던 시기를 보내고 98년 서울 예대 연극과에 입학해 늦깎이 대학생이 되면서 본격적인 연기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때 현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임도완 교수를 만나 지금까지의 인연이 되었다고.

- “나는 단점이 많은 배우”,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단점이 많은 배우라고 했다. “제가 현장적응력이 좀 느려요. 하지만 그렇다보니 오히려 집중력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신감이 생긴 것은 제 배역을 제 것으로 소화하는 능력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발레를 배웠을 때 그것을 무대에서 쓰는 것이 아니라 무대에서 내 캐릭터에 어떻게 사용할지를 생각해 빨리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죠.” 그는 그런 노하우가 생기고 점점 캐릭터 분석하는 시간이 짧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늘 새롭고 변화되는 삶, 그 사이 안정감을 찾은 배우
그에게 ‘배우’라는 직업에 만족하냐고 물었더니, 그는 잠깐의 스스럼도 없이 “네. 아주 만족해요”라고 말했다. 늘 새롭고 변화되는 삶이 신난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에서 그 마음이 묻어났다. “왜 그럴 때 있잖아요. 순간순간 가끔씩 새로운 경고들이 번쩍 느껴질 때 말이예요. 전 연습이 들어간다거나 작품에 대해 불현듯 생각날 때 드는 그런 긴장감이 좋아요.”
‘긴장감’이 좋다니, 연기를 잘하는 것도 그가 가진 큰 매력이지만 안정을 찾은 그의 평온한 미소가 더욱 그를 배우답게 해주는 것 같았다.

권재원 씨는 올 해의 시작을 런던에서 하게 되는 만큼 더욱 야심찬 새해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보이첵’으로 성장하고 ‘보이첵’으로 알려졌지만 그의 새로운 도전은 끝이 없을 듯 보인다. “연기스타일이 다른 장르를 한번 해보려고 해요. 그래서 영화 일을 생각 중에 있고요, 신작도 할 예정입니다.” 배우 권재원, 새로움의 2008년은 그의 도약의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뉴스테이지 공정임기자 kong24@hanmail.net
사진_ BY EUN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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