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9년 4월 2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는 대한민국 대표 축제 ‘제3회 더 뮤지컬 어워즈’가 개최됐다. 이번 시상식은 혈기 넘치는 신예들과 관록의 중견배우들이 함께한 뜻 깊은 자리였다. 그 중에서도 이번 ‘제3회 더 뮤지컬 어워즈’가 주목한 남우주연상은 중견배우 ‘김진태’에게 돌아갔다. ‘더 뮤지컬 어워즈’ 역대 최고령 후보이기도 했던 그는 ‘최고령’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쟁쟁한 젊은 후보들을 제치고 수상의 영광을 만끽했다. 특히 ‘맨 오브 라만차’의 류정한과 마지막까지 박빙의 접전을 벌인 뒤 거둔 수상이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 “따뜻한 아버지로 다가서고 싶다”
남우주연상 발표에 배우 김진태를 호명하자 여기저기서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시상식장 안을 훈훈하게 이끈 그에게 다시 한 번 영광스런 수상소감을 들어보았다. “지붕위의 바이올린은 내가 개인적으로 워낙 좋아하던 작품이었다. 이번에 기회가 돼서 기쁜 맘으로 참여했는데 이렇게 결과가 좋으니 참 흐뭇하다.” ‘선라이즈, 선셋’으로 유명한 뮤지컬 ‘지붕위의 바이올린’은 1905년 러시아의 어느 유태인 마을을 배경으로 지붕 위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듯 위태롭지만, 그 자체로 아름다운 유태인 가족의 모습을 위트와 재치, 감동으로 그려낸 수작이다. 배우 김진태는 “이 작품 안에는 가족 간의 사랑, 아버지의 사랑, 전통을 중시하는 인간적인 모습이 담겨있다. 이것은 우리 한국의 정서와 너무나도 잘 맞아 떨어진다. 또한 설정자체가 조선인이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우리 간도이주민들이나 고려인들처럼 느껴져서 친근하게 다가온다”라며 작품의 매력을 공감성과 친근감으로 꼽았다.
뮤지컬 ‘지붕위의 바이올린’에서 아버지 ‘테비에’ 역할로 등장했던 그는 소시민의 삶과 바다 같이 넓은 아버지를 특유의 중후함으로 그려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렇다면 배우로서 극 중 아버지 역할이 아닌 실제 아버지의 모습은 어떠할까? “극 중 테비에는 유태인으로서 율법을 중요시하고 전통을 고집하는 인물이다. 실제 나와 비슷한 면이 많다. 나 역시도 가부장적인 모습을 갖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테비에보다 조금 더 따뜻하게 다가서려하는 것이다. 자식들에게 무조건 어려운 아버지 보다는 따뜻한 아버지가 되고 싶다.”
- 노련미와 진중함의 승리!
배우 김진태는 이 작품을 11년 전에도 출연했다. 그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그만큼 흘러간 세월 속에 아버지 ‘테비에’의 캐릭터를 더욱 노련하고도 진중하게 그려낼 수 있었다. 그는 “작품을 하면서 너무나 즐거웠다. 젊은 후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가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단 한 가지 어려웠던 점은 안무연습이다. 빨리 따라가지 못해 처음엔 힘들었지만 그래도 행복했다”라며 순간의 어려움도 전했다.
이번 시상식에서 배우 김진태는 중년의 힘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젊은 후배들과 팬들의 기립박수 속에서 당당하게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으며 동시에 모두를 한곳에 집중시키는 완숙한 카리스마가 있었다. 더불어 그는 후배들에게 친절한 조언을 아끼지 않은 선배이자 스승이었다. “배우라는 직업이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자신의 깊은 속성까지 바깥으로 표출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그리고 기다림에 익숙해져야한다. 항상 기회가 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기회가 찾아 왔을 땐 멈춰 서지 말고 열심히 노력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아직 기회가 없더라도 자신을 꾸준히 개발하면서 인내하길 바란다.”
- 장르의 벽이 존재하지 않는 연기 인생!
현재 그는 극단 ‘가교’에 소속되어 있다.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주축으로 각 대학의 연극영화학과 졸업생이 만든 이 단체는 1960년대 동인제 극단의 주역 중 하나다. ‘가교’라는 말은 ‘대화의 다리, 동과서의 다리, 고금(古今)의 다리’를 뜻한다. 배우 김진태는 올 6월에 극단 ‘가교’에서 하는 공연을 준비 중에 있다. “6월 중순 쯤 대구에서 악극을 하려고 한다. 제목은 ‘비 내리는 고모령’으로 현재 연습에 한창이다. 그리고 11월과 12일에는 명성황후에 출연할 예정이다.” 그는 이렇게 뮤지컬, 악극, TV, 영화를 종횡무진 하는 폭넓은 연기력으로 장르의 벽까지 순식간에 허물어뜨렸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바라본 배우 김진태는 우리에게 따뜻한 아버지였다. 배우로서 아버지가 아닌 편안하고 푸근한, 실제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배우가 가져야 할 덕목이 진정성과 겸손함이라면 배우 김진태는 이 덕목의 본보기라 할 수 있다. 이제껏 그가 일구어온 연기 인생에서 그 모든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앞으로도 그의 오랜 연륜에서 묻어난 푸근한 연기가 끊임없이 공연되어지길 기대해본다.
박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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