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참가작으로 공연하는 연극 ‘장님들’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동화극 <파랑새>로 유명한 벨기에 작가 모리스 메테를링크의 희곡을 원작으로 하며 지난 8월 영국에서 열린 에든버러페스티벌에서 연극 ‘보이첵’으로 해외에서 큰 주목을 받은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작품이다. 연극 ‘장님들’이 현시대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임도완 연출을 만나 그 의미를 들어보았다. 연극 '장님들'은 10월 6일까지 남산드라마센터에서 공연한다.
▷ 연극 ‘장님들’은 제목에서 그 의미가 느껴집니다. 어떤 작품인가요?
▲ 작품이 조금 어렵습니다. 대사들은 시적이고 아름답지만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무대 위에서 표현하기가 힘든 작품 입니다. 저희들도 어려움을 많이 느꼈어요. ‘장님들’은 ‘침묵의 희곡이다’라는 말이 있어요. 그렇지만 사실은 작품 속에는 엄청난 소란스러움이 있죠.
‘장님들’의 얘기는 ‘인간의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인물들은 세상을 못 보는 사람들이죠. 하지만 눈이 떠있다고 해도 세상을 제대로 보는 것은 아닙니다. 대� ‘뭐가 제대로 보는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저희들은 작품의 철학적인 이야기들을 움직임이나 싸움들을 넣어 구현을 하려고 했습니다.
▷ 무대에 많이 올려진 작품은 아닌가요?
▲ 이 작품은 워낙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지만 무대 위에서 표현하기가 어려운 작품이라서 그런지 공연으로 많이 올라가지는 않았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에서 몇 번 하고 프로극단은 한번 정도 인형극으로 했던 것으로 기억 합니다. 외국에서도 별로 많이 올려 지지는 않았어요.
▷ 특별히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 이 작품이 무대 위에 올리는 것 보다는 문학적으로 읽는 것이 더 좋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텍스트 내면에 있는 소리들을 끄집어 내려고했는데 그것이 조금 어려웠습니다.
▷ 이런 피지컬한 연극은 굉장히 많은 상상력을 요구합니다. 작품을 구상하실 때 어디서 많은 영감을 얻으시나요?
▲ 영감은 다른 데서 얻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보고 분석하면서 얻습니다. 제가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은 ‘이 텍스트가 어느 공간에 있는가’입니다. 원작은 ‘섬’인데 과연 이것을 어떻게 가져가야 현대 사람들에게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을까를 많이 생각했습니다. 즉, 어떻게 하면 원작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무대에서 잘 드러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것이죠.
▷ 공간이 ‘섬’이라면 그 공간이 주는 의미도 특별할 것 같습니다.
▲ 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섬’이라는 공간에 국한시키지 않았습니다. 저는 현재 지금 우리가 사는 공간자체도 ‘고립된 섬’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 작품은 그런 이미지만을 가지고 와서 장소도 ‘그 곳’, 인물도 ‘그 분’이라는 대명사로 지칭할 뿐입니다. 어디에 특별하게 국한되지 않아요.
▷ 에든버러에서 돌아오신지 얼마 안 되셨는데 작품을 준비하시는데 힘드시진 않았나요?
▲ 네.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타이트하게 진행했습니다. 에든버러에서 돌아오자마자 배역 오디션보고 그 다음날부터 바로 연습을 시작했죠. 배우들이랑 모두 함께 연습한 것은 한 달 정도 되었네요.
▷ ‘보이첵’에서처럼 특별한 오브제가 있나요?
▲ 그런 것은 없습니다. 인물들이 장님들이니까 지팡이 정도만 등장 합니다.
▷ 그러면 배우들에게 이 작품에서 가장 많이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것이 너무나 철학적이라 그것을 어떻게 관객에게 쉽게 전달하느냐에 신경을 썼습니다. 대사가 짧고 양도 많지 않아요. 계속적으로 철학적인 물음을 던집니다. 배우들에게는 대사의 의미를 잘 분석하고 그런 것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요구합니다.
▷ 많은 분들이 이 작품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관객들에게 관전 포인트를 찍어 주신다면?
▲ 이 작품을 보고 꼭 ‘뭘 얻어가라’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늘 얘기하듯이 극을 보고 자기 살아온 삶의 어떤 부분과 만나지는 지점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이 작품의 의미가 되지 않을까싶습니다. 그냥 어렵다고만 생각하지 마시고 편하게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공정임기자 kong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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