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대학로의 정미소 극장에서는 한 ‘잘 생긴' 청년이 부르는 사랑에 대한 광시곡(狂詩曲)을 들을 수 있다. 바로 연극 ‘미친키스’다. 이 작품은 연출 조광화의 작품으로 사랑이라는 이름의 열정과 집착이 부르는 인간의 내면적인 어두움을 그린 작품이다. 장효진 씨는 이 작품에서 마음이 변한 약혼자에게 미친 듯이 집착하는 다소 파격적인 인물 ‘장정’을 맡아 열연중이다. 이 작품에서 장효진 씨는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해석력과 연기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쑥스러운 ‘자기소개’로 시작한 장효진 씨와의 인터뷰, 그를 함께 만나보자.
- 무대는 이 작품이 처음이라는 신인, 장효진
장효진 씨가 연기라는 것을 시작한지 이제 2년 6개월 정도 되었다. 그동안 몇몇 CF로 얼굴을 알렸고 작년 KBS 드라마 ‘일단뛰어’로 연기 신고식을 치렀다. 그리고는 이번 ‘미친키스’로 무대연기에 처음 도전 했다. “드라마 끝나고 한 달 정도 휴식이 있었어요. 그 시간에 많은 고민과 반성을 했죠. 그러다가 우연히 조광화 선생님께 연락이 와서 이 작품을 하게 되었어요” 무대 첫 작으로 이렇게 대사도 많고 철학적인 연극 작품을 선택하다니, 이 작품의 무엇이 그를 잡아 당겼을까. “처음에 대본을 받았을 때는 작품이 너무 어려워서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뿐이었어요(웃음) 하지만 조광화 선생님과 많은 얘기를 나누었고 또 무대에 대한 동경이 컸어요. 정말 도전해보고 싶더라고요”라며 작품이 어려운 만큼 본인도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 스타 엄기준과 대결(?)하다
이 작품은 라이징 스타 엄기준 씨가 캐스팅되어 더욱 화제가 되었다. 효진 씨는 엄기준 씨와 같은 ‘장정’ 역으로 더블 캐스팅되었는데 그의 인기가 부담스럽지는 않냐라고 조심스레 물었다. “저로서는 영광이죠. 엄기준 씨는 정말 프로예요. 배울 점이 많은 배우죠. 이 작품 하나 만으로도 힘든데 다른 작품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있어요. 이번 작품으로 연습하면서 사적으로도 많이 친해졌는데 인간적으로도 정말 좋으신 분이예요”라며 웃음을 보였다. 엄기준 씨가 연기하는 ‘장정’과 본인이 연기하는 ‘장정’은 무엇이 다르냐고 물었다. “잘은 모르겠는데, 어떤 리뷰 글을 보니까 제가 연기하는 ‘장정’은 사춘기 소년 같은 느낌이었데요. 굉장히 공감합니다.(웃음)” 아울러 그는 ‘장정’ 이야기의 한 50%정도는 연출과 극작을 맡은 조광화씨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연출 선생님을 많이 관찰(?)했다고 덧붙였다.
- 그를 가장 힘들게 한 것
소극장용 연극에서 많은 양의 대사는 분명 신인에게는 힘든 과제다. 무엇이 가장 힘들었냐는 질문에 그 대답을 할 줄 알았더니 효진 씨에게 의외의 답이 나왔다.
“처음에는 살 빼는 것이 가장 힘들었어요. 상체 노출 때문만이 아니라 캐릭터 상 살을 많이 빼야 했거든요. 연출 선생님께서 저를 처음 보시더니 ‘6개월!’이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는 이를 악물고 복싱으로 살을 뺐다고. "그런데 연습 들어가고 나서는 더 힘들었어요.(웃음) 무대에 처음 서는 것이었고 캐릭터 자체가 저와는 너무 달랐거든요. 살면서 비슷한 감정을 느껴본 적은 있었지만 그것을 표출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어려웠죠.” 하지만 연출 선생님과 여러 선배님들의 도움으로 그 벽을 넘어 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장정’은 어떤 인물인가
극 중 ‘장정’은 어딘가 인간적인 냄새가 나는 인물이다. 하지만 극의 중후반부에 가서는 마음이 변한 연인에게 광적으로 집착하고 창녀가 된 동생을 죽음으로 내모는 인물로 변한다. 효진 씨에게 그를 위한 변명을 듣고 싶었다. “‘장정’은 자기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연인에게 더 집착해요. 또 동생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는 미친 듯이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되는 인물이죠. 물론 그 방법은 잘못되었지만 딱 하나, 그 마음만은 이해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내친김에 한 가지 더 물었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사랑과 집착의 정의는 무엇일까. “(웃음)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정의를 내리기가 너무 어려워요. 또 제가 나중에 ‘장정’처럼 연인에게 ‘집착’이라는 것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다만 지금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려고 해요. 그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배려’와 ‘이해’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사랑’을 쉽게 정의 내리지 못하는 효진 씨는 그것을 참 잘할 것처럼 보였다.
-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집중’
공연을 쉬는 날엔 뭐 하냐고 물었다. 설마 ‘연습해요’라고 대답하진 않겠지. 하지만 그 비슷한 대답이 왔다. “극장에 나와요. 더블 캐스팅이라 그 흐름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될 수 있으면 극장에 나오려고 해요”라며 물론 늦잠도 많이 잔다며 웃음을 보였다. 또한 이 ‘장정’이라는 배역은 집중력과 체력이 없으면 안 되는 배역이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무대 위에서도 상대방과의 호흡을 안 놓치려고 집중한다고 말했다. “무대에서 관객들의 반응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얼마 안 되었어요. 대사야 익숙하니까 나오는 것 같은데 그 호흡과 집중력을 놓치지 않는 것이 신인인 저로서는 가장 중요 했거든요”라며 처음에는 그것 때문에 많이 혼났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 ‘잘’생긴 얼굴 말고 다른 것에 더욱 빛이 나는 배우
이번 작품의 첫 공연이 끝나자 주위에선 많이 놀랐다고 했다. 본인과 너무 다른 모습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대에 서는 것 자체로 이 새로운 도전을 다들 좋게 평가해 주신다고. “이번 작품으로 저 스스로 굉장히 많이 발전했어요. ‘장정’이라는 역은 남자배우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고 싶은 배역이잖아요. 저한테는 굉장히 큰 작품이죠. 제가 이렇게 하고 있는 것 자체로도 개인적으로 큰 영광 이예요. 아마도 아주 오랫동안 ‘지금’이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제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가진 이 ‘열정’은 그대로 가져갔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아울러 도시적이고 세련된 외모 때문에 그 이미지에 국한되는 모습은 보이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 ‘열정’이라고 말하는 ‘미친키스’
이 작품 속에서 ‘열정’의 의미는 부정적이다. 아마도 너무 지나치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열정이 없는 인간은 발전 또한 없다. 장효진 씨는 그 열정을 소중하게 생각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조용하고 차분했지만 무대 위에서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이번 인터뷰로 그 조용함에 내재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로 흠뻑 적셔진 대학로는 여느 때처럼 젊은이들로 북적인다. 이 사람들은 늘 그렇듯이 새로운 열정을 갈구한다. 그 새로운 열정에 가득 차 있는 장효진씨, 이제 첫발을 내딛었지만 그 시작으로 이미 크게 성장했다. 그의 푸르고 ‘열정’적인 앞날이 더욱 기대가 된다. (미친키스, 10월 21일까지 극장 정미소)
공정임기자 kong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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