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명의 심사위원 앞에 선 안주현(남, 21)씨가 뮤지컬 ‘불의 검’의 ‘그대도 살아주오’를 부른다. ‘불의 검’ 오디션 현장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 못지않은 긴장감이 흐른다. 노래 후에는 연기, 춤이 이어진다. 모두 스스로 선택하고 준비했다. 심사위원 중 한 명이 묻는다. “왜 뮤지컬 배우가 되려고 하죠? 취미가 아닌 직업으로 끝까지 갈 마음이 있나요?”

이 날 남뮤지컬아카데미 전문배우과정 12기 모집을 위한 오디션 현장에는 다양한 이력의 사람들이 모였다. 그들이 뮤지컬배우를 꿈꾸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그러나 꿈과 열정이라는 공통점 아래 모였다. 모집대상은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모두’이며 오디션 항목인 음악은 자유곡, 연기 역시 희곡이나 시나리오의 자유대사다. 심사위원은 배규빈(보컬), 남경읍(연기), 고경만(춤).

남뮤지컬아카데미는 배우 남경읍씨가 2005년, 무대생활 30년을 기점으로 동생 남경주와 함께 설립한 전문 교육기관이다. 남경읍씨는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이제는 산업이 되었고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해 나갈 것은 누구나가 인정하는 바이다. 그러기에 뮤지컬배우를 양성하는 아카데미가 절실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그러한 교육기관이 부족한 현실이다”며 “뮤지컬 전문배우 과정을 통해 좋은 뮤지컬 배우를 양성하고, 뮤지컬 배우의 자기계발 과정을 통해 더욱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게끔 하고자 한다. 또한 뮤지컬을 사랑하는 일반인을 위한 과정을 통해 뮤지컬이 더욱 더 대중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성악을 전공한 장민(25)씨는 심사위원들 앞에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넘버 ‘Bring on the men’을 불렀다. 장민씨는 “여러 곳을 알아봤는데 뮤지컬계에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분들이 직접 가르치는 곳은 여기가 유일하다. 커리큘럼이 체계적으로 잘 돼있는 것 같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뮤지컬배우 정선아가 롤 모델이고 꼭 출연하고 싶은 뮤지컬은 ‘시카고’라고. 오디션을 끝낸 장민씨는 “오페라 등의 오디션 경험은 있지만 뮤지컬 오디션은 처음이다. 연기와 춤, 노래를 다 하려니 부담감이 세배였다. 그럼에도 무사히 마친 것 같아 개운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재 남뮤지컬아카데미에서 보컬을 가르치고 있는 배규빈씨는 뮤지컬배우 1세대라 불리는 남경읍씨의 선생님이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뮤지컬의 초입부터 함께 한 산증인이다. 대중들이 뮤지컬을 잘 몰랐을 때부터 연극 및 뮤지컬, 오페라 등에 다수 출연했고 연출을 맡았다. 대학에서도 강의를 하고 있는 그는 실상 학교보다 남뮤지컬아카데미에서 배우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뮤지컬배우를 위한 교육환경이 제대로 구축된 곳이 없는 것. 때문에 남뮤지컬아카데미는 평균 하루 아홉 시간 이상의 수업 동안 기술부터 인격까지 뮤지컬배우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가르친다.

배규빈씨는 “노래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대를 보호할 수 있는 발성 테크닉이 필요하다. 그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교육을 한다”고 전했다. 이어 춤을 담당하고 있는 고경만씨는 “뮤지컬배우는 끼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작품을 빛내려는 마음이 필요하다. 수박 겉핥기의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당부했다.

글, 사진_뉴스테이지 이영경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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