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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행복한 두 남자와 떠나는 자살여행, 정상훈, 김성기를 만나다

 

 

20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인들에게 희망을 준 책 ‘기발한 자살여행’이 뮤지컬로 변신했다. 뮤지컬 ‘기발한 자살여행’은 2009년 3월 17일부터 4월 19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전세계 초연된다. ‘자살’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룬 이 뮤지컬은 의외로 코미디다. 진중해야할 소재를 유쾌하게 풀면서도 그 무게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배우들의 진실된 연기가 필수다. 이런 점을 생각해 볼 때 이 작품의 두 배우 김성기와 정상훈은 베스트 캐스팅이다. 가벼운 웃음을 선사하지만 무대 위의 무게는 그 어떤 배우보다 무거운 두 남자 김성기와 정상훈을 만났다.

- 뮤지컬 ‘기발한 자살여행’의 매력적인 캐릭터들
작은 커피숍에 들어서자 보헤미안을 연상시키는 근사한 남자와 활짝 웃는 얼굴이 인상적인 남자가 동시에 눈에 들어왔다. 자살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 행복한 두 남자가 한 달간 매일 자살여행을 떠난다니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이 작품의 어떤 매력이 두 남자를 자살여행 버스에 태웠는지 물었다. “(김) 주위의 적극적인 추천도 있었지만 매력있는 캐릭터와 작품 그 자체에 빠졌다. 일 년 전 읽은 이 작품의 초고 한 장 한 장이 너무 좋았다. 무거운 내용 속에서도 웃음을 담고 있었다. 사업에 실패하고 자살집단을 결성하는 인명구 라는 캐릭터도 좋았다. 특히 첫 번째 솔로 신의 아리아는 듣자마자 이 배역에 욕심이 났을 정도로 좋은 곡이다. 제목도 윤명구의 테마다. 이 곡은 진지함, 즐거움, 어리숙함을 모두 음악적으로 보여줄 수 있게 구성 되어있다. 혹여 곡을 망치지는 않을까, 무거운 주제인데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지금 연습을 하면서 그 무거움은 즐거움으로 변했다.” “(정) 나는 뒷북발명가 우상준과 안기부의 지정석을 동시에 연기한다. 두 캐릭터의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걸핏하면 큰 소리에 호통을 치는 지정석과 소심한 샌님 같은 우상준을 동시에 연기해야한다. 이런 점도 나에게는 매력이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내내 웃고 있는, 이 행복해 보이는 두 배우에게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기발한 자살법이 무엇이냐는 황당한 질문을 던져보았다. “(김) 물론 나도 힘든 시기는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그 방법을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러나 이번 작품의 발상이 가장 기발하다고 생각한다. 여러명이 동시에 버스 대절해서 죽으러 간다니 말이다. 기발한 자살이 아니라 이상적인 죽음은 생각해 봤었다. 영화 속 ‘델마와 루이스’처럼 마음이 맞고, 나를 아껴주고, 서로 좋아하는 사람과 평온히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정) 나 역시 죽음을 깊게 생각한 적은 없다. 그러나 어릴 때 ‘과연 숨을 얼마나 참아야 죽을 수 있을까?’라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적은 있다.(웃음)”

- 코미디와 조연 배우 전문?
김성기는 ‘맨 오브 라만차’에서 주인공 돈키호테를 연기했었다. 주연을 할 만한 경력도 있고 연기력도 있다. 그런데 다시 조연을 한다니 이 두 배우는 주연 욕심이 없는 걸까? “(김) 당연히 욕심이 있다. 난 주연감 배우다.(웃음) 많은 좋은 캐릭터가 존재하지만 특히 돈키호테를 다시 한 번 하고 싶다. 그때 허리부상으로 만족스러운 연기를 하지 못했다. 설욕전을 꿈꾸고 있다. 여기 산초도 있지 않은가. (정상훈을 가르키며, 웃음) 기회가 닿아야 하는데 워낙 쟁쟁한 후배들이 많아서 나에게까지 그 기회가 올지 모르겠다.” 희극의 즐거운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던 그가 가장 욕심나는 역이 돈키호테라니 의외다. 본디 김성기와 정상훈하면 즐겁고 웃음을 주는 캐릭터 전문이 아닌가? 이들이 진중하고 무게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이 보고 싶다. “(정)난 행복론자다. 사람들이 나를 통해 행복을 얻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이것이 내가 희극과 코미디를 좋아하는 이유다. 그리고 코믹한 캐릭터에도 분명 진지함과 진중함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하나를 꼽으라면 형님이 하신 ‘벽을 뚫는 남자’의 닥터 듀티울이 하고 싶다. 다양한 면을 보여주는 굉장히 치열하고 멋있는 캐릭터다.” “(김)나는 차기작 연극 ‘레인맨’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 것 같다. 자폐증에 걸린 레이몬드 역을 맡았다. 꼭 한 번 도전해 보고 싶고, 잘 해 내고 싶은 역이었다.”


- 순수하게 웃고 즐기는 와중에 희망 얻기를
레이몬드도 인명구도 우상준도 지정석도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꼬집는 아픈 캐릭터들이다. 두 배우가 이 작품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정) 친한 친구가 자살시도를 한 적이 있다. 이 뮤지컬을 보고 자살을 생각하는 이들이 살려는 의지를 가지게 된다면 물론 기쁘겠지만, 그렇게 너무 큰 사명감보다는 그저 그 친구가 공연장에 와서 이 작품을 웃고 즐길 수 있다면 좋겠다. 아! 물론 그 친구, 지금은 다 좋아졌다.” “(김) 우리 주위에는 상처받고 영혼을 다친 사람들이 많다. 특히 작년에는 유명인들의 자살사건도 많았다.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는다. 그래도 이 한편의 뮤지컬이 그들에게 위로가 되고 삶의 희망을 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그리고 관객 분들이 이런 작품이 태어났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해 주면 좋겠다. 삶의 씁쓸함도 보여주는 이런 연극 말이다.”


조아라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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