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8년 10월 20일 ‘제14회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이 개최됐다. 이번 시상식에서는 출품작 총 71편 중 창작품이 44편으로 한국 창작뮤지컬의 강세가 눈에 띄었다. 특히 지난 여름 올려 진 창작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이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하여 남우신인상, 연출상, 극본상, 작곡상, 등 6관왕의 쾌거를 달성하며, 국내 창작뮤지컬의 우수성을 입증하였다. 이 작품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오랜 시간을 들여 많은 사람들의 공을 들인 작품이다. 때문에 쇼틱 커뮤니케이션즈의 김종헌 대표에게 이번 수상은 남다르다. 김종헌 대표를 만나 그동안의 작업과정과 수상 소감에 대해 들어보았다.]
- 이 작품을 얼마나 준비했나?
3,4년 정도 되었다.
- 그렇게 길게 작품을 준비하려면 투자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초반에는 대본이나 음악 등 가시적인 것이 없어서 힘들었을 텐데, 어땠나?
물론이다. 사실 콘텐츠 비즈니스는 보이지 않은 것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 그것은 본인의 믿음과 사람에 대한 믿음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보이는 것, 들리는 것을 믿고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되면 오래 갈수가 없다. 대본과 음악을 보고 오늘 흥분하더라도 내일 일어나면 불안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불안할 때 지킬 수 있는 것은 사람에 대한 믿음이라고 본다. 그것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작품에 대한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이 작품은 제작기반이나 완성도면에서 창작 뮤지컬의 본보기가 된 것 같다.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 인정받게 되어 특히 더 기쁘겠다. 상 받은 후 느낌이 어땠나?
이번의 결과는 이렇게 오랫동안 준비한 작품이 인정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특별히 감격했다기보다는 격려가 많이 됐다. 나는 이 작품을 소신 있게 준비해왔고, 믿고 일을 했다. 한편으로는 같이 일했던 많은 사람들이 나를 믿고 일하지 않았나? 그분들에 대해 믿음은 가졌지만 많이 불안했다. 이번 수상으로 나를 믿고 일했던 아티스트, 스태프들에 대해 채무가 풀린 기분이라고나 할까, 안도감이 제일 먼저 오더라. 하하
- 이번에 많은 분야에서 상을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작품이 탄탄하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인정을 받은 것에 대한 원동력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런 평가는 시대마다 달라진다. 오해를 살수도 있겠지만, ‘내 마음의 풍금’이 5년 전에 나왔다면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본다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공연이라는 것은 시공간을 막론하고 절대적으로 평가받기는 어렵고, 당대에 평가하는 관객과 평론가들과의 소통에서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옛날과 지금의 평가방식이 달라졌다는 이야기인데, 어떻게 달라졌나?
예전에는 뮤지컬이 가지고 있는(발단, 전개, 절정이 있는), 그런 전통적인 이야기를 기준으로 평가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야기를 뻔히 알아도 그것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뮤지컬의 언어로 조각해내는지가 관건이다. 내가 보기에는 지금이 평단과 소비자가 평가하는 그런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 웨스트엔드나 브로드웨이에서는 그런 작품이 있었나?
당연하다. 거기서 쏟아지는 수많은 뮤지컬들도 새로운 이야기를 낸다기보다는 뻔한 이야기지만 ‘어떻게 프로듀서를 할 것인가?’, ‘어떻게 크래프트하고 모양을 낼 것인가?’ 그것이 관건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컨텍트(Contact)’는 이야기구조가 춤밖에 없고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갖다 대기도 생소하지만 2000년도에 토니상 작품상을 받은 바 있다. 이처럼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평가가 아니고, 기존에 있든 없든 우리가 뮤지컬 언어로 어떻게 조각내고 모양을 내는지에 대해서 인정받는 시기의 진입로라고 생각한다. 그런 시기에 ‘내 마음의 풍금’이 인정받은 것 같다. 그렇게 놓고 봤을 때, 이희준 작가, 김문정 감독이 이번에 보여준 역량은 굉장히 진보했다고 볼 수 있다.
- 이렇게 뮤지컬 산업이 발전한 만큼, 관객들도 단순히 관람을 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참여하고 싶고 더 알고 싶어 한다. 작업의 과정 또한 많이 궁금해 할 것이다.
반복의 과정이다. 금광을 캘 때, 금광을 찾아 헤매는 시기가 있을 것이고 원석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도 있을 것이다. 원석을 갈고 닦는 세공의 과정, 당대의 기호에 맞는 스타일도 붙일 것이다. 그런 것의 큰 프로세스는 누구나 원하는 바일 것이다. 다만 그 프로세스를 할 충분한 시간, 그것을 할 만한 사람, 충분한 에너지가 무척 중요하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것을 이상적인 과정이라고 볼 것이다. 우리는 그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 많은 과정을 거친 만큼 다른 작품과의 차별성이 있지 않을까? 이 작품의 어떤 부분에 가장 큰 점수를 주고 싶나?
다른 작품에 비교해서 우월하다고 할 수 없다. 그냥 우리 색깔이 있을 것이다. 누가 나에게 라면을 끓여준다고 하더라도 그냥 냄비에 대충 주는 것과 그릇에 담고 냅킨, 물 한잔까지 챙겨서 주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지 않나? 내가 우리 작품에 대해 스스로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우리가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 중의 하나가, ‘내 마음의 풍금’ 관계자 모두가 어떤 작품 못지않게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그만큼 관객들도 그것을 느끼지 않았을까 한다.
- 내년에 재공연을 한다고 들었다. 어떤 점을 보완할 것인가?
그런 것은 말보다 공연으로 보여주는 게 맞는 것 같다. 사실 의도한다고 모두 수정되는 것은 아니다. 공연은 완성이 아니다. 늘 진화한다. 발전적으로 진화하기 위해 늘 리뷰하고 있다. 리뷰하는 과정도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우리도 감정적이 격할 수 있기에 다시 냉정하게 바라보았다. 창작자들은 그런 과정을 모두 거쳤다. 개선방향은 나온 상태이다. 작품의 근력은 늘리고 불필요한 지방을 줄이는 건강한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 지금 준비되고 있는 다른 공연이 있나?
지금 전체적으로 경기도 좋지 않고 투자 상황도 좋지 않다. 현재 뮤지컬계의 제작과열이 먼저 진정되어야 할 것 같다. 2008년은 내가 봤을 때 가장 혼란스럽고 양적으로 팽창되었던 한 해였다. 이렇게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불필요한 거품을 빼야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스스로도 이것이 직업이 되기 위해서는 생활소비도 되지만 생활 지출이 될 정도로 먹고 살아야 하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취지에서 쇼틱은 ‘내 마음의 풍금’ 이외에 신작 발표는 모두 미뤄놓은 상태이다. ‘내 마음의 풍금’만 건강하게 다이어트를 해서 찾아뵐 것이다. 신작은 더 시간을 갖고 준비를 하려고 한다.
백수진 기자 psj12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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