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10월 20일 ‘제14회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이 개최됐다. 이번 시상식에서는 출품작 총 71편 중 창작품이 44편으로 한국 창작뮤지컬의 강세가 눈에 띄었다. 특히 창작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은 18개 부문에 걸쳐 진행된 시상식 중 6관왕의 쾌거를 달성하며 국내 창작뮤지컬의 우수성을 입증하였다. ‘뉴스테이지’에서는 한국 뮤지컬 시장의 발전적 토대를 형성하고 공정한 심사를 통해 우수 뮤지컬 시상식으로 자리 잡고자 한 ‘제14회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의 수상자들을 만나보았다.]

뮤지컬 ‘스위니토드’를 통해 이번 제 14회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 기술상을 수상한 백시원 조명감독은 가장 먼저 주변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우선 좋은 작품 주신 뮤지컬해븐의 박용호 대표 이하 제작진 식구들에게 감사드리고, 모두들 내 의견을 잘 수렴해 준 덕택에 이런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또, 항상 힘든 일을 옆에서 지켜봐주고 힘을 준 아내에게 너무 고맙다.”

백시원 조명감독은 다수의 작품을 통해 그 실력을 인정받아왔다. 그 중에서도 특히 뮤지컬 ‘스위니토드’, ‘쓰릴 미’, ‘씨 왓아이워너 씨’, ‘필로우 맨’ 등 인물의 심리를 극대화시키는 조명 연출에 있어 탁월한 감각을 보이고 있다는 평이다. “어떻게 보면 다 비슷한 분위기의 작품 같지만 사실 알고 보면 연출법은 다 달랐다. 똑같은 것을 말하더라도 표현법은 얼마든지 다양하게 있지 않나. 조명도 마찬가지다.”

인물의 감정선을 강조하는 백시원 조명감독이지만 뮤지컬 ‘스위니 토드’의 경우, 이보다 조금 더 심화된 목표를 가지고 작업을 진행했다고 전한다. “이 작품의 경우 크게 두 가지 기본적인 목표를 가지고 작업을 했다. 첫 번째는 18세기 런던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 배경에 대한 이미지적인 작업이었고, 두 번째는 작품이 만들어 지면서 세트나 대도구, 조명 같은 여러 파트들이 하나의 컨셉을 가지고 한 공간 안에서 움직이며 결국에는 전체의 한 덩어리가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백시원 감독은 전체와 조화를 이루는 표현법 안에서도 특유의 섬세함을 놓치지 않았다.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되 그 틀 안에서 인물들의 감정선과 각각의 연계성들을 극대화하기 위해 많은 요소들을 두었다. 말끔하게 보이는 조명들을 배제함으로써 인물들이 갖고 있는 복합적인 구조를 표현했다.”

빛의 미학이라 불리우는 조명은 뮤지컬 장르에서는 좀 더 특별한 장르가 아닐까 생각한다. 가장 활발히 활동 중인 사람으로서 백시원 조명감독이 생각하는 뮤지컬에서의 조명의 역할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조명이라는 것이 보여주는 일 아닌가. 1차적으로는 보여줘야 한다는 목표가 있다. 그리고 드라마 속에 감정과 리듬, 즉 연출하고자 하는 일관된 목표에 대해서 부각시킬 수 있는 작업이 조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마디로 말해 작품에 명암과 색을 입히는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물론, 배우들에 가려 빛을 발하지 못하고 궂은일을 도맡아하는 백스테이지 스태프이지만 백시원 조명감독에게 관객 한명 한명은 모두가 특별하다. “힘들게 일하고 보람을 느끼는 것은 무대 위에서 내가 디자인 한 조명이 비춰질때가 아니고, 그것이 모두 끝난 후이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로비를 나가면서 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나에겐 행복이다. 힘들게 만들어 놓은 것을 보고 개인적인 생각, 감정들을 던져 놓을 수 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 더불어, 백시원은 조명 디자인을 꿈꾸는 지망생들에게 선배로서의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 교육과정이 많아지긴 했지만 단순히 조명 디자인에만 목표를 두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실전에 오면 디자이너의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실행에 옮겨줄 수 있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공연이 어떻게 진행이 되어가는지부터 차근차근 접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시각을 갖게되고, 그런 시각 안에서 자신의 것을 찾아가게 될 것 같다.”

누구보다 바쁜 2008년을 보낸 백시원 조명감독에게 남은 2008년의 겨울은 또 다른 도약을 위한 움츠림의 시기다. “이제 한두 달 정도 남은 2008년 동안에는 작업을 잠시 쉴 생각이다. 아이디어나 표현방식, 표현방법에 대해 스스로 준비하고 생각하는 시기가 되어야 할 것 같다. 당분간 2009년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을 잠시 가질 것이다. 워낙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똑같은 공연을 하더라고 그 공연에 대해 새로운 표현방법, 방향을 추구하는 편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새로운 것들, 더 신선한 것들에 대해 장르를 가리지 않고 시도해 볼 것이다.”

백시원 조명감독은 공연예술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진심어린 당부를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늘 좋은 작품으로 관객 분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내 사명이라 생각하며 항상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관객 분들도 때로는 혹독한 평가를 통해 좀 더 나은 작품이 나올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어 주시길 바란다.”


조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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