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는 2003년 시작돼 현재까지 많은 관객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며 국가대표창작극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작품에는 수년간에 걸쳐 무대에 오르면서 주옥같은 배우들이 거쳐 갔다. 그 때마다 같은 작품이지만 다른 색깔로 환상의 호흡을 맞춰온 그들, 이번에는 6월 창원 성산아트홀의 공연에서 사미자‧정종준이 무대에 함께 선다. 알콩달콩 할아버지․할머니의 사랑을 다룬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의 역대 배우들을 알아보자.

2003년 초연된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는 젊은 배우인 손종학·김담희가 노역을 실감나게 연기해 화제가 됐다. 손종학은 같은 해 서울공연예술제에서 남자연기상을 수상했고, 한국연극협회가 선정하는 ‘연극 베스트7’에 뽑혔다.

이 연극은 인생의 황혼기에 만난 두 중․장년 동만과 점순의 사랑이야기다. 저승길이 코앞인 늘그막에 영감과 마누라로 새롭게 만난 두 사람. 몸은 비록 늙었지만 알콩달콩한 신혼재미는 젊은 커플 못잖다. 하지만 노년의 사랑은 점점 눈물샘을 자극한다. 겉으론 웃으면서도 속으로 눈물을 삼키는 동만과 점순. 그 처연한 모습에 객석은 점차 슬픔에 젖어들기 시작한다.

2004년에는 국립극단의 간판배우인 오영수·이혜경 커플이 함께 무대에 섰다. 국립극단에 소속된 두 배우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관객의 웃음을 자아냈다. 당시 극 중 오영수는 과장스러운 몸짓을 섞어가며 객석의 폭소를 유도했다. 두 살 위의 마누라 이혜경은 그 과장된 액션의 영감을 다독거린다.

2003년 손종학‧김담희 커플은 힘 있고 경쾌한 연기로 관객의 웃음을 많이 이끌어냈던 반면 오영수·이혜경 커플은 노년의 질감을 생생하게 묘사하면서 슬픔의 감정을 더욱 배가시켰다.

2005년에는 이순재·성병숙·이호성·예수정이 동만과 점순을 연기했다. 이같이 쟁쟁한 배우들을 투입시킴으로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는 작품성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지게 됐다. 2년 동안 바람둥이 노신사를 연기한 이순재는 더욱더 강렬한 연기로 관객들에게 다가갔다. 그는 공연 때마다 진짜 박동순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많은 관객들을 감탄시켰다. 성우출신 성병숙도 특유의 낭랑한 목소리로 이점순을 연기하면서 수많은 관객들을 울리고 웃겼다.

2006년부터 이순재·성병숙은 드라마에 감초역할을 도맡는 양택조․한국의 오드리햅번 사미자와 번갈아가며 늙은 부부의 연기를 펼친다. 인기작품으로 유명세를 떨치던 이 연극은 이들 커플이 등장하면서 더욱 풍성해진다. 그들의 연기 내공은 실로 만만치 않았다. 평소 절친하기로 소문났던 양택조와 사미자 커플. 평소 여보, 당신 할 만큼 둘의 호흡은 찰떡궁합이었다.

2010년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는 사미자와 정종준이 함께 한다. 올해 고희를 맞은 사미자는 1963년 성우로 데뷔해 무려 47년간 방송, 배우생활을 이어 왔다. 푸근한 이웃집 아저씨같은 이미지로 낯익은 정종준은 영화, 연극, 드라마 등 장르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보하는 배우다. 이들은 연륜이 느껴지는 가슴 찡한 연기를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와 관련해 “죽음을 앞두고 있는 노인들의 사랑, 그래서 더 절절하다. 젊은이들이 알아줬으면…”, 정종준은 “나이 들어도 남자는 남자 여자는 여자, 인생이 모두 그런 것 아니겠어요?”라고 전했다.

첫 사랑보다 아름다운 애절한 사랑,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는 6월 19일, 20일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뉴스테이지 김미성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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