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출가로 꼽히는 피터 브룩의 연극 ‘11 그리고 12’가 공연된다. 올해로 여든 다섯의 피트 브룩(1925년, 런던출생)은 1960년대 영국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 연출가로서 명성을 알리기 시작, 지금까지 전 세계를 무대로 70여 편이 넘는 작품을 선보여 왔다. 그의 한국 첫 공연 ‘11 그리고 12’는 아프리카 수피즘(이슬람 신비주의)의 지도자인 티에르노 보카(Tierno Bokar)의 생애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다.

피터 브룩은 1980년대 아프리카를 여행한 후 ‘일어나라 알버트/Woza Albert’를 시작으로 ‘양복/Le Costume’, ‘티에르노 보카/Tierno Bokar’, ‘쉬즈반지는 죽었다/ Sizwe Banzi is dead’, ‘11 그리고 12/Eleven and Tweleve’에 이르기까지, 아프리카 문화에 대한 관심을 작품을 통해 표현해 왔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아프리카에는 아주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다. 지금까지 아프리카는 여러 가지 이유로 몇몇 아시아 문화보다 홀대를 당하고 착취되어 왔다. 그러나 그곳에는 중국 다음으로 부상할 수 있는 풍부한 문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2004년 초연한 ‘티에르노 보카’의 후속 작이기도 한 연극 ‘11 그리고 12’는 아프리카의 작가 아마도우 함파테 바(Amadou Hampate Ba/ 티에르노 보카의 제자)의 책을 오랜 동료인 마리 엘렌 에스티엔느와 함께 무대화시킨 작품이다. 연극 ‘11 그리고 12’는 2009년 11월 파리의 뷔페 뒤 노르 극장에서 초연한 후, 영국 바비칸 센터 공연 및 영국 순회공연을 가졌다. 영국 언론은 “결코 위협하거나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심오한 정신과 정치적 이슈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며 극찬하기도 했다.

공연관계자는 “전통적 의미의 ‘막’의 구조를 갖지 않는 이 작품은 해설자가 등장하여 1930년대 초반에 있었던 이 실화를 설명하는 것을 큰 얼개로 한다. 배우들은 해설자가 설명하는 에피소드 속 다양한 인물을 연기한다. 특히 극 속에서 스승(티에르노 보카)과 제자(아마도우 함파테 바) 사이에 주고받는 선문답 같은 대화들은 공연을 보고 나면 마치 한 편의 ‘잠언록’이나 ‘탈무드’를 읽은 듯한 인상을 받을 것이다”고 밝혔다.

또한 “피터 브룩은 일찍이 그가 그의 저서 ‘빈 공간’에서 주장했던 것처럼, 이번 작품에서도 군더더기를 걷어내고 카펫 한 장을 펼쳐놓은 단출한 무대를 선보인다. 영국, 미국, 이스라엘, 스페인, 프랑스, 말리(아프리카) 출신의 7명의 다국적 배우들과 일본 전통 악기의 라이브 음악과 작은 소품만을 가지고 상상력을 극대화시킬 예정이다”고 전했다.

피터 브룩의 연극 철학이 농축된 연극 ‘11 그리고 12’는 6월 17일부터 20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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