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질 듯 말 듯 뻗어나가는 선의 사군자, 크로키는 그 멋을 닮았어요.”

DS피부과 김중기 원장은 말했다. “몇 개의 선을 화선지에 ‘쳐서’ 입체를 표현하는 것이 선조들의 사군자에요. 사군자는 선의 굵기, 농담 등으로 입체를 표현하죠. 크로키도 마찬가지에요. 둘은 많이 닮았죠." 피부과DS의 김중기 원장은 갤러리 AG의 기획초대전 ‘처방전’에서 누드크로키를 선보였다. 그의 작품에서는 순수미술의 경지에 도전하는 아름다운 열정을 느낄 수 있다.

그는 15년 전, 한국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크로키의 매력에 빠졌고, 6년 전부터는 크로키 작업에 돌입했다. “크로키는 버릴수록 얻어진다는 묘미가 있어요. 단시간에 작업이 이뤄지지만 그 동안은 세상이 멈춘 것처럼 활기가 돌아요. 순간 하나에 집중되는 것이 즐겁습니다.”

크로키는 목탄, 연필, 에나멜 등의 다양한 재료로 그려진다. 김중기 원장의 경우 묵을 주로 사용해 그린다. “한국화를 할 때 당시 붓을 많이 사용하다보니, 크로키에도 한지와 묵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국내는 묵을 재료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죠. 외국인들은 이 같은 재료사용에 대해 생소하면서도 독특하다고 평하죠.”

크로키 작가들은 모델을 보고 영감을 얻는 것이 보통이다. 그도 역시 모델을 보고 작품을 떠올린다. “모델을 통해 영감을 얻는 것은 모델이 이미지를 전달하기 때문이죠. 크로키작업은 디테일이 아닌 모델이 가진 이미지를 담는 거니까요. 작업 시, 말없이도 모델의 몸에서 표현하는 이미지로 대화해요. 다시 말해 교감이 가능하다는 거죠.”

김중기 원장은 단 시간의 크로키 작업이 끝나면 그의 작품을 일상생활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걸어둔다. “걸어두고 자주 보며 반성해요.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과감하게 버리죠”

그는 크로키 작품의 관전 포인트는 선의 흐름에 있음을 언급했다. “크로키는 관람 시, 선의 흐름이 어떻게 이어졌는지, 어떤 방식으로 입체감을 표현하고 있는지가 중요해요. 그런 느낌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고민이죠. 가끔 크로키 대가들의 작품을 볼 때, 선의 흐름이 정확한 것을 볼 때면 감탄해요.” 그는 앞서 말한 ‘정확하다’라는 의미에 대해 “예술의 경우는 정확하지 못한 게 정확한 것 같아요. 저처럼 자연과학 분야의 직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인생은 ‘2+2=4다’란 정해진 공식이 없어요. 여러 가지 답이 나올 수 있죠. 예술도 그런 것 같아요. 누구나 직업 등의 틀에 갇혀 살고 있지만 결국 여럿이 함께 사는 것이 삶이니까요. 그래서 좀 더 자유로워야 하지 않을까요? 예술 중에 미술, 그 중 크로키는 저를 자유분방할 수 있게 해줘요.”

김중기 원장은 1995년부터 미술 동호회 ‘심유회’의 일원으로, 매년 열리는 '심유회전'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올해도 연말에 열리는 정기 전시회 준비에 한창이다. 그는 “2008년 개인전을 했어요. 작품만 마련이 된다면 또 한 번 개인전을 열고 싶습니다”라며 앞으로의 작품 활동계획을 밝혔다.

뉴스테이지 김미성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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