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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극단 ‘사다리’의 정현욱 대표에게 어린이극의 방향을 묻다

 

극단 ‘사다리’는 22년째 어린이극만을 전문으로 하는 극단이다. 이 극단은 매년 어린이 희곡을 공모하고 있다. 올해로 5회를 맞는 ‘사다리 어린이 희곡 공모전’은 희소성과 규모를 볼 때 단연 주목할 만하다. 극단 사다리의 정현욱 대표에게 공모전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었다. 그리고 22년간 어린이극의 발전만을 생각해 온 그에게서 우리나라 어린이극의 현 주소와 방향을 들을 수 있었다.

- 공연을 올리기 어려운 극단도 많은데 공모전을 추진하는 게 놀랍다. ‘사다리 어린이 희곡 공모전’의 목적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공연계에는 어린이 희곡을 전문으로 쓰는 작가 군이 손에 꼽히게 적다. 좋은 공연은 대본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작가육성이 공연 제작의 첫 출발이다. 공모전을 처음 시작할 때는 수준이 낮은 작품도 많았고 소재도 단편적이었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소재도 다양해지고 대본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기존 극작가들도 관심을 갖고 응모하는 단계까지 왔으니 매우 고무적이다. 또 다른 목적은 콘텐츠의 확보이다. 우리 극단뿐만 아니라 어린이 공연 제작을 원하는 단체가 있으면 제공할 예정이다. 내년 즈음에는 대본집도 출판한다.

- 그간 공모전에서 당선된 희곡은 공연화가 되었나.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공연화 되고 있다. 수상작 선정은 위촉한 심사 위원들에게 전적으로 맡긴다. 그렇게 뽑힌 희곡들 중에서 연출가가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거리가 많은 것을 고른다. 가시적이고 코드가 분명하며 무대 표현에 별다른 애로 사항이 없는 것을 무대로 올린다.
비용 측면에서 한 해 한 해 치러내기가 어렵다 보니 공모전의 장기 계획도 많이 세우지 못하는 상태다. 그러나 공연 문화든 공연 산업이든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은 무시할 수 없다. 해리 포터 같은 경우는 출판, 영화, 게임, 캐릭터 등 누구도 상상 못했던 부가가치를 낳았다.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use)의 시대다. 수상작들은 막 걸음마를 뗀 상태이다. 달리기를 어떻게 잘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단계이다.

- 88년 창단 이후 어린이극만 전문으로 한지 22년이 되간다. 그간의 애로 사항은 없었나.
어린이극에 대한 인식이 문제다. 일반 연극에 비해 수준이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로 인해 인적 인프라 구축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더 심각한 것은 그나마 제작 환경은 바뀌어 가는데 부모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연을 선별해서 보여줘야 하는데 가격과 TV프로그램에 나오는 캐릭터만 보고 선택한다. 일종의 가벼운 여가거리나 유흥거리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정책 역시 인식이 미비하다. 어린이 공연만 따로 다룬 경우가 없다. 일반 연극과 합쳐 지원하기 때문에 그 중 어린이 연극에 오는 지원금은 10%미만이다. 지원 받는 단체의 수도 적고 심지어 별도의 심의 규정도 없다.

- 창단 시 극단의 명칭이 ‘교육극단 사다리’였던 것처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면 교육적인 목적이 있을 것이다. 어린이극의 목적에 대해 듣고 싶다.
공연은 다른 어떤 예술 장르보다 현장성이 크다. 눈앞에서 이야기가 실제로 펼쳐지는 살아 움직이는 형태의 예술이다. 공연을 관람한다는 것 자체에서도 사회성과 기본예절을 체득할 수 있다. 다른 관객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어울려야 하기 때문이다. 또, 공연예술의 통합적인 성격은 어린이들을 전인적인 인간으로 키울 수 있다. 많은 어린이극은 아이들이 태어나서 처음 접하는 극일 것이다. 효과적으로 감성을 회복하고 정서를 체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 아동극은 아직 가격이나 작품성에 있어 무질서해 보인다. 수익만을 목적으로 하는 일부 기획사들이 있어 극단과 관객이 피해를 보는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나라 어린이 공연단체가 200여 개에 육박하는데 수준편차가 심하다. 분명히 제대로 제작해서는 받을 수 없는 가격으로 시장에 나온 작품도 많다. 날림으로 만드는 것이다. 아동극의 무질서한 현실에는 일부 관객들도 한 몫을 한다. 작품성을 확인하지 않고 극단에 별도의 수수료를 받아 단관을 주선하기도 한다.
결국에는 관객의 선택에 맡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관객 교육이 많이 되어야 한다. 다행인 것은 요즘 젊은 부모 층은 문화를 체험하며 자란 세대가 많다는 것이다. 어린이 공연은 대상층이 아이들이다. 때문에 정서 발달 사항에 따라 표현과 연출기법, 무대장치 모두 다르다. 그 나이 아이들에게 맞는 놀이 코드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아무거나 고를 수 있겠나. 현 상태가 금방 바뀔 것은 아니지만 차차 나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 어린이극의 작품성을 위해 노력하는 보기 드문 단체이다. 앞으로 어린이 공연은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극장이 친숙해야 공연이 친숙해진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전용극장이 하나도 없다. 극장은 단순히 공연을 하는 물리적 장소만은 아니다. 미술, 전시, 놀이, 예술교육을 함께 누릴 수 있는 복합적 공간이다. 게다가 어린이 극장은 일반 성인 극장과는 구조가 달라야 한다. 좌석과 무대의 높이, 로비 모두 고려해야 하는데 민간단체에서 하기는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정책 논의 자리에 현장 전문가 배정이 안 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현장 전문가가 함께 있어야 시너지 효과가 있고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 현실하고 거리가 먼 불필요한 예산 낭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어린이 공연의 특성에 맞게 지원책이 있어야 하는데 통합적으로 관리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일반 공연에 비해 소외 받고 있다. 어린이 공연은 문화 정책만으로 해결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교육 분야와 연합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문화 강국이 아니라는 소리를 많이들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작은 투자로 이윤이 극대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단기간에 증명될 수 있는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문화가 어디 바로 바뀌는 건가. 변화의 출발은 자라나는 세대에서 시작한다. 이삼십 년을 내다보고 정책을 세워야 한다. 어린이에게 지원이 없는데 어떻게 나중에 문화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겠나.

어린이극에 대한 인식이 지금보다 더 좋지 않았을 때 어린이극은 명작동화뿐이었다. 피터 팬이나 백설 공주처럼 판에 박힌 극 속에서 우리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는 시도가 있었다. 바로 극단 ‘사다리’에서였다. 이 극단은 우리의 감성과 놀이를 이용하여 창작 어린이극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와 함께 이렇게 시작하였다. 올해도 교통사고 예방 뮤지컬 ‘노노이야기’, 놀이 음악극 ‘꼬방꼬방’등에 이어 이중섭 화백의 이야기를 담은 ‘이중섭 그림 속 이야기’등 수준 높은 어린이극을 준비하고 있다. 어린이극과 우리나라 문화의 성장을 장기적으로 내보는 극단 ‘사다리’의 행보가 기대된다.

백수향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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