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의 메카 대학로에 들어갈 때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이 있으니 바로 아르코예술극장(이하 아르코)이다. 아르코는 대부분 소극장으로 밀집되어 있는 대학로에서 몇 안 되는 중극장 규모의 공연장이다. 특히 관객들에게 깨끗한 시설과 객석 의자, 넓은 로비, 화장실에 있어서도 편리함을 제공한다.
그러나 아르코의 가장 큰 특징은 상업적 예술보다는 대중들에게 자꾸만 잊혀져 가고 있는 기초예술을 주로 다룬다는 것이다. 물론 프로그램은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으로 구성된다. 이는 재원이 턱없이 부족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한국 예술가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큰 힘이 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기관인 아르코는 지난 2007년 처음으로 예술감독 체제를 도입했다. 따라서 극단 ‘작은 신화’의 대표이자 연출가, 행정가로 일해온 최용훈 씨를 예술감독으로 초빙하여 아르코의 모든 경영권을 위임했다.
본사는 아르코의 초대 예술감독이 된 최용훈 씨를 만나 극장의 비전과 올해의 공연 계획을 들어보았다.
▷ 먼저 예술감독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저는 연출가고, 극단 ‘작은 신화’의 대표로 있습니다. 이 극단은 1986년도, 제가 20대였을 때 창단한 극단입니다. 사실 80년대는 보수적이었기 때문에 극단을 하려면 선생님이 있는 조직 시스템 아래에 있다가 극단을 운영해야 했어요. 그런데 처음으로 제가 그걸 깨고 졸업하면서 바로 극단을 만든 거죠. 저는 그게 젊은 연극인들에게 극단 운동의 첫 걸음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80년대는 극단 ‘작은 신화’ 단원들과 작업해 왔고, 97년에는 우리나라에서 IPI(국제신문인협회) 총회가 열려서 세계연극제가 대규모로 이루어졌었어요. 약 150여 작품이 공연됐었는데 그 때 제가 사무국장을 맡아 연극행정 쪽에도 참여를 좀 하게 됐죠. 그리고 서울연극제 부회장도 역임해오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아르코에서 예술감독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제가 초대 예술감독으로 임용되었습니다. 임기는 3년이지만 1번에 한해서 연임할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제가 2010년까지의 프로그램을 계획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 아르코가 지난해보다 특별히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이죠?
▲ 아르코는 대학로에서는 유일한 공공극장이고, 또 대학로 극장 중에서는 가장 시설이 좋은 극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2007년 과 2008년은 근본적으로 달라졌어요. 2007년에는 대관 중심으로 일부 기획공연을 주최하는 형태로 운영됐었는데, 올해부터는 대부분 기획공연으로 하게 됩니다. 기획공연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공동으로 제작을 하는 경우, 기획만 하는 경우, 기획 팀에게 극장 공간만 투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모다페, 서울세계무용제, 서울국제공연예술제와 같은 중요한 페스티벌과 같은 경우에는 단순 대관을 하게 됩니다.
▷ 올해 기획하고 있는 공연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 일단은 공연 예술 쪽에서 연극과 무용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편성 됩니다. 기존에 1차 공개 되어서 성과가 인정된 공연들, 해외에서 호평 받았거나 수상한 작품들, 아니면 신진 예술가들의 가능성 있는 작품 등 흥행보다는 작품성 위주로 기획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해외 예술가들과의 교류를 위한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올해는 일본의 연출가와 한국 배우들이 공동으로 작업을 하는 프로젝트가 계획되어 있고, 내년에도 일본의 젊은 연출가와 한국 배우들이 만나는 작품이 있습니다. 또 향후 중국, 유럽, 미국까지 교류 작업을 넓혀갈 계획에 있고요.
▷ 작품성 위주의 기획공연을 위주로 하면 예산이 많이 부족하지는 않나요?
▲ 아르코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소속기구에요. 한국문화위원회는 우리나라 문화예술 지원의 중심이고요. 그래서 아르코에서 추진하고 있는 방향은 공공기관 중 유일하게 재정자립 보다 공간의 지원 개념을 더 강조하고 있어요. 예산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그 예산을 충분히 활용해서 단체들에게 좋은 여건에서 부담 없이 작품세계를 펼칠 수 있게 지원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예술감독을 하면서 재정자립 부분도 유보를 해달라고 했고, 한문위에서는 그것을 받아들인 상태입니다. 물론 관객도 많이 끌어야겠지만 작품은 좋은데 흥행 때문에 외면 받고, 또 놓칠 수 없는 작품들에 집중하여 아르코에서 지원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극장에는 분명 적자가 나올 수밖에 없겠죠. 그러나 그것은 공공극장으로서 사회적으로 예술에 대한 공공의 투자 개념으로 봐야 할 것 같아요.
▷ 그렇다면 공간만 지원하는 건지, 아니면 일부 비용도 지원 하는 건지요?
▲ 5가지 케이스로 볼 수 있습니다. 거의 저희 쪽에서 공간, 자본 등 모든 것을 제작․ 투자하는 것, 파트너십으로 공동 제작하는 경우, 공간과 일부 제작, 공간과 부대시설 사용 지원, 젊은 예술가나 새로운 시도의 작품도 공동 제작과 마찬가지이고요. 그 외에 페스티벌들은 대관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극장 자체의 대관료가 워낙 저렴하기 때문에 대관하는 것 자체도 공간 지원 정도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 공공극장도 재원 때문에 상업적 예술을 다루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 네, 다른 국립의 극장들은 재정자립도 때문에 얽매이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뛰어넘으려고 해요. 다른 공공극장보다는 아르코가 현재로는 유일하게 재정자립도 보다 기반예술에 대한 지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관객을 위한 공연은 없나요? 모든 사람과 소통하고 그들을 아우를 수 있는 공연 말입니다.
▲ 공동제작이나 젊은 예술가들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 작품 같은 경우는 의미를 더 강조하고 있어요. 그러나 일부 공동제작이나, 공동기획 같은 경우에는 관객들이 좋아할만한 공연도 물론 있습니다. 특정 타깃을 위한 공연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아예 관객을 도외시한 프로그램만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면, ‘벽 속의 요정’이나 무용 분야에서 ‘인어공주 2008’과 같이 특정 관객층을 위한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습니다.
▷ 기획대관은 무엇이죠?
▲ 기획대관은 1과 2로 나뉘는데, 2는 대관료를 받는 것이에요. 하지만 그래도 기획대관입니다. 이 공연만큼은 아르코에서 공연해도 되겠다 싶은 것들이죠. 거의 페스티벌 류가 많습니다. 또 기획대관 1은 공익 프로그램인 것에 한해서 대관을 받고 있습니다.
▷ 혹시 프로그램을 위원회에서 지정해 주기도 하나요?
▲ 아뇨, 제가 책임 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공연을 보러 다니고, 예술가들을 만나 계획을 들어보고 해서 총괄적으로 연간 프로그램을 편성합니다.
▷ 그렇다면 뮤지컬 분야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요?
▲ 뮤지컬은 워낙 자본이 많이 투입되고 있기 때문에 아르코에서는 일단 후순위로 미뤄놓았습니다. 뮤지컬은 워낙 자본도 많이 들어가고, 하시고 싶어 하는 분들도 많고, 전용관도 많이 생기고 있기 때문에 아르코에서는 정극, 실험극, 무용, 다원예술 쪽으로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2008년 공연계 전망을 예측한다면 어떻게 보시는지요?
▲ 일단 뮤지컬 분야는 2008년까지 많이 활성화 될 것 같아요. 영화 쪽 자본이 뮤지컬 쪽으로 많이 움직이고 있더라고요. 영화가 올해 제작 편수가 40여 편으로 확 줄었다고 하던데, 그 나머지 자금이 뮤지컬에 많이 유입될 것이란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도 뮤지컬 쪽은 올해 안에 적자생존의 법칙이 좀 드러날 것 같아요.
그리고 연극 쪽은 언제나 그렇듯 어렵죠. 사실 큰 전망이 있겠습니까? 그래도 올해가 한국연극 100년이에요. 그래서 한국연극협회와 우리가 ‘한국연극 100년 기념공연’을 시리즈로 기획해서 공연하고 있어요. 100년이라는 터닝 포인트가 있으니까 우리 모두 힘을 모으는 해가 될 것 같네요. 크게 흥행이나 대중적으로는 힘들지 않을까 예상 되지만 그래도 다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배우 조재현 씨와 동생이 ‘연극열전’에 출연해서 그나마 대중적으로 좀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아무튼 ‘한국연극 100년사’ 기념 시리즈 공연은 의미 있는 공연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유리 기자 yuri400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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