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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예술가들 좋은 작품으로 승부해야 한다”

 

지난 7일, 탤런트 유인촌 씨와 2007년 문화예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방송에서 왕성한 활동을 해왔던 그는 현재 중앙대학교 교수와 ‘유 시어터’ 대표를 맡고 있다.

▷ 뮤지컬 시장의 긍정과 부정을 짚어주세요.
▲ 저는 공연분야가 전체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좋습니다. 관객도 늘고 작품 질도 좋아져서 시장이 형성된다면 참 좋죠. 하지만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게 문제점이에요. 기초예술 분야가 마니아가 형성되기도 전에 너무 빨리 재미와 볼거리로 넘어가는 것 같아요. 외국의 기초예술은 기본적으로 나름대로의 마니아들을 가지고 있죠. 뮤지컬도 늘 만원이지만 어려운 연극이나 실험적인 작품들에도 골고루 다 관객이 있습니다. 그 작품을 좋아하는 관객층이 예술을 유지시켜주죠. 우리나라는 요즘 순수 분야는 거의 전멸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것은 하는 사람들도 잘못이 있겠죠? 하지만 우리나라의 사회적인 현상이 문제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훌륭한 인재가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고 있죠. 뮤지컬 시장은 좋으니까 훌륭한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있어요. 연극 쪽 인재들은 먹고 살기 힘드니까 영화나 TV 쪽으로 빠져나가고 있고요. 연극 뿐 아니라 국악, 무용 다 그렇습니다. 그나마 연극은 좀 낫습니다. 무용 같은 경우는 공연을 2~3일 정도밖에 못해요. 그 이상 하면 관객이 거의 없거든요.
이제는 문화적인 민도(문화수준)가 좀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너무 오락적인 것만 추구하지 말고 삶을 관조할 수 있는 것에도 사람들이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전반적으로 쇼가 있는 볼거리를 많이 찾고 있어요. 그래서 드라마나 영화도 진지한 게 별로 없죠. TV는 시트콤이나 로맨틱 코미디가 넘쳐나고 있고요. 물론 재밌는 게 나쁜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게 재미와 함께 플러스알파가 추구되어야 하는데 자꾸 가벼운 쪽으로만 가는 것 같아서 아쉽네요.

▷ 그렇다면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 지금은 어차피 관(官)이나 지역에서 부추겨 주고 도와주어야 해요. 뮤지컬은 이미 산업화 되었다고 할 수 있어요. 어쨌든 펀드가 조성되어 있고 투자자들도 있죠. 그건 이미 시장경제로 놔두어도 나름대로 망하고 흥하면서 유지가 될 겁니다. 하지만 나머지 기초예술분야는 기업이나 정부, 지자체의 관에서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해요. 우리나라는 기업의 후원이나 정부의 지원이 좀 약해요. 화려한 분야에 자꾸 지원이 되기도 하고요. 지원 쪽에 보완이 잘 이루어진다면 우리나라도 예술가가 많으니까 잘 돌아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 연극이 가야할 방향은 어떤 쪽인가요?
▲ 제 생각으로는 연극은 소수자를 위한 공연밖에 안 될 것 같아요. 아무리 커도 한 500석 정도 수용될 수 있을 듯합니다. 그 이상 되면 연극이 소화하기 어려울 것 같거든요. 이렇게 볼 때 자꾸 관객을 모으기 위해서 뭔가 재미있는 요소에 더 신경 쓰는 것은 좋지 않다고 봐요. 그런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저는 사람이 좀 없더라도 좀 더 연극적인 것에 충실했으면 좋겠습니다. 요새 사람들은 문학적이거나 철학적이거나 시적인 것, 그런 정서적인 것과는 좀 거리가 멀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극이 정서적인 요소를 포기한다면 이미 연극이라고 할 수 없어요. 연극이 갖고 있는 환상을 처음으로 돌아가 더욱 강조했으면 좋겠습니다. 더 어려운 연극을 하자는 말이에요. 지금 당장은 사람은 좀 안와서 힘들어도 고집 있게 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하면서 한명, 두명 점차적으로 그런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을 늘려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물론 많이 힘들겠죠... 하지만 저는 그런 방법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 문화 정책 면에서는 어떤 것들이 이루어져야 할 것 같습니까?
▲ 일반 사람들에게는 문화와 예술을 더 가까이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촉진시켜 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산도 더 들어가야 하고 균형감을 맞춰주어야 해요. 예를 들면, 서울에서만 볼 수 있고 지역에서는 볼 수 없다면 그건 균형이 안 맞죠. 서울에 있는 것이 지방에도 다 있다면 굳이 사람들이 문화의 격차를 못 느낍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서울에 있는 사람들이 지방에도 갈 수 있게 해 주어야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의미에서 강원도 폐교에다 지역 문화 발전소 역할을 하는 장소를 만들었습니다. 그곳에서 우리끼리만 만들지 말고 그 지역 사람들이 참여하면서 교육도 하고 체험하고는 등의 활동을 했어요. 그들이 서울에 와야 저를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제가 강원도에 가서 1~2달 정도를 생활하면서 연극을 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괜히 돈 들여서 서울까지 와서 연극을 볼 일이 없는 것이죠. 그게 바로 기회를 주는 것이죠. 이런 것들을 정부에서 지원을 해주어야 해요.
그리고 지역의 고유한 축제를 특성화 시키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럼 지역 각각의 나름대로의 특성으로 인해서 관광으로도 연결되거든요. 그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또 교육에 대한 지원이 가장 중요해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입시가 걸려 있기 때문에 가장 빈약한 부분이죠. 요즘은 음악 시간도 없다고 들었는데, 그것은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너무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문화적으로 쌓여져 오는 것이 있어야 어른이 되어도 올바른 사람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금은 문화 교육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입시 때문에 ‘강사풀제’ 같은 제도를 만들어 사회에 내보내도 그 사람들이 활동을 못하는 실정이에요. 학교에서 거부하기 때문이죠. 학부모들도 반대해요. 대학 들어가는 우리 애들한테 정신 산란한 것 시키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초등학교를 더욱 강력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봐요. 초등학생들이 방과 후에 개인적으로 배우는 것이 많으니까 그런 교육을 공교육으로 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기회를 균등하게 주는 것이죠.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니까 예술교육은 초등학교기관만이라도 국가가 책임지고 의무화 시켰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은 지원금으로 조금씩 여러 예술가들에게 나눠 주는 식이었어요. 그래서 예술가들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큰 도움은 안 되지만 안 받으면 서운하니까 또 신청하곤 하지요. 이제는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예술가에게 현찰을 많이 준다고 반드시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데 돈이 없어서 활동을 못하는 경우는 있어서는 안 되죠. 이를 위한 과정이 있어야 해요. 심사를 해서 정말 아깝다고 생각되는 예술작품에 전액 지원해주는 것도 필요한 것입니다.
지원 방법은 너무 다양합니다. 현장에서 많이 들어야 하고 또 많이 연구해야 할 것이죠. 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예술가가 할 수 없는 부분의 시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 진정으로 예술을 지원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올해 보셨던 작품 중 가장 좋았던 작품은 무엇입니까?
▲ 올해는 제가 작품을 많이 못 봤어요. 일본에 있다가 7월에 왔고, 해남부터 걸어오느라 한 달, 강원도 봉평에서 우리 극단이 2주 정도 축제에 참여했기 때문에 서울에는 거의 8월 말 쯤에 왔어요. 그래서 거의 공연을 못 보긴 했지만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외국 팀들이 공연하는 것을 좀 봤어요. 그리고 우리나라 공연은 요즘 젊은 여자 연출가 장유정 씨의 작품이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고 해서 한번 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문화예술계에 조언 한마디 해 주십시오.
▲ 예술은 어차피 힘듭니다. 물론 문화산업으로 분류 되는 쪽은 좀 낫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소수의 문화예술 쪽은 미국이나 일본이나 그 환경이 참 불편하고 힘들고 배고픕니다. 그건 예술 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업보라고 생각해요. 그 주어진 길을 잘 극복해 나가야겠죠. 그리고 어차피 예술가들은 좋은 작품으로 승부하는 것이고요. 유명한 화가들도 당대에는 알려지지 않다가 사후에 알려진 화가들이 참 많아요. 예술가의 길이 다 그런 것 같아요.
2008년도라고 딱히 나아질 것은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사람들이 조금씩 문화예술에 대해 깨어가고 이야기 하고 그러는 중입니다. 그래서 확실히 인지도가 좀 높아졌어요. 아직 여건이 안 되어서 눈에 띄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을 뿐이죠. 앞으로는 그런 인식들이 좀 더 좋아져야 해요. 예술가들도 자기 것만 고집하려고 하지 말고 앞장서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마음을 열어야 할 것입니다. 아무튼 여러 가지로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08년도는 선거도 있고 여당이 됐든 야당이 됐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니 어쨌든 새롭게 시작하는 해가 되겠죠? 그래서 아무래도 조금 나아질 것이라 생각해요. 또 그런 희망을 갖고 나아가길 바랍니다.



김유리 기자 yuri40021@hanmail.net
(취재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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