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고, 칼국수에는 칼이 없다. 그리고 ‘대장금’에는 장금이가 없다. 9월 5일 경희궁에서 막이 오른 뮤지컬 ‘대장금’ 이야기다. 진짜 붕어가 든 붕어빵은 생각도 하기 싫고 칼국수에서 칼이 씹힌다면 큰 일이 나겠지만, 전 국민이 다 아는 대장금 이야기에서 장금이가 보이지 않는다면? 이건 생각해볼 문제다. 작품 자체는 신선했다. 말이 많았던 지난해 초연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들이 눈에 띄었다. 고궁을 배경으로 우리네 지난 이야기가 퓨전 스타일로 펼쳐지는데, 그보다 앞서 경희궁에서 시도되었던 ‘화성에서 꿈꾸다’의 고전스러움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등장인물과 줄거리의 과감한 생략과 함축, 한복인 듯 아닌 듯한 의상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크로스오버된 뮤지컬 넘버들에서 초연과는 완전히 다른 작품을 만들고자 했던 제작진의 고민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방대한 원작을 100분짜리 공연으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장금이의 이야기마저 지나치게 생략된 것이 아닌가 싶다. 대장금의 출생부터 시작해 그녀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줄줄 꿰고 있는 우리는 이해한다 치더라도 배경 지식 없이 공연을 접하는 관객에겐 참으로 불친절한 이야기일 듯 싶다. 그러고 무엇보다 중요한 장금이의 캐릭터. 우리가 사랑한 장금이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인생을 개척해간 주체적인 여성이 아니었던가! 수랏간 일을 좋아하고 진심을 담아 의술을 펼치던 발랄한 장금이는 뮤지컬엔 없었다. 뮤지컬 속 장금이는 요리를 그리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참된 의술을 펼치고자 고뇌하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죽게 된다’는 업을 떨쳐내고자 안간힘을 쓰는 안쓰러운 여인이 있을 뿐... 오히려 ‘민정호, 조광조, 중종’ 이 훈훈한 세 남자의 이薩璲� 재미났다. 공신들에 가로막혀 마음껏 정사를 돌보지 못하는 군주와 그에게 충성을 맹세한 두 신하. 맘 여린 중종을 꼭짓점으로, 급진적인 개혁을 꿈꾸는 다혈질의 조광조와 물 흐르듯 자연스런 변화를 추구하는 온화한 민정호의 삼각 구도는 따로 떼어다 이야기를 만들어도 괜찮겠다 싶을 정도로 보기 좋은 그림이었다. 특히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조광조는 눈에 띄는 캐릭터였는데, 조광조가 정적인 오겸호과 대립각을 세우던 장면은 흡사 랩배틀을 보는 듯 했고 장금이와 민정호의 러브 라인보다 흥미로웠다. 새 단장을 하고 관객을 찾은 뮤지컬 ‘대장금’. 지난 초연과는 완전히 다른 작품을 보여주겠다는 제작진의 말은 과연 허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전작과도 드라마와도 차별화를 두기 위한 여러 설정들 때문에 정작 가장 중요한 장금이의 이야기가 와 닿지 않은 점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것은 ‘대장금’의 이야기가 아닌가! 조수현 lovestage@empal.com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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