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은 난해하다는 편견을 뛰어넘고자 노력하는 안무가 이범구. 그는 관객과의 소통의지가 춤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라고 생각하는 안무가다.

이범구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무용을 전공했다. 그는 졸업 후 서울발레씨어터에서 1년 남짓 단원생활을 하다 유럽으로 넘어가 파리국립종합 음악무용원 과정을 수료했다.

“2007년 LIG아트홀에서 공연된 ‘기억의 자리 ver.1’와 2008년 발레 엑스포 프린지 공연 무대에 올랐던 ‘shadow fantasy’를 통해 관객들과 만나게 되었어요. ‘창무국제예술제’ 무대에 오르게 된 건 행운이었죠. 원래 ‘드림 앤 비전 페스티벌’에서 먼저 공연을 하게 되었는데 ‘기억의 자리 Ver.2’가 우수작으로 선정돼 이번 무대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범구는 ‘제 10회 드림 앤 비전 댄스 페스티벌’ 우수작 네 팀에 선발됐다. 그는 이번 예술제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먼저 진행된 ‘드림 앤 비전 페스티벌’공연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았다.

“춤의 새로운 표현 방법에 대해 다양하게 고민할 수 있도록 허락된 무대였기 때문에 ‘완벽해야한다’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자신을 맘껏 드러내 보일 수 있었던 공연이었습니다. 이 공연을 통해 여러 소통의 통로를 얼마나 책임감 있게 열어줄 수 있는가에 대한 잣대를 세울 수 있었습니다. 진행과정에서도 기획사와 안무가들의 배려로 작품에만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이렇게 좋은 기회를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이번 공연의 주제는 인간의 기억에 대한 성찰로 기억의 존재 의의를 무용과 조명, 영상을 사용하여 표현한다. “기억을 잃어버린 자와 그가 가지고 있는 기억의 주체인 고스트들이 등장하여 서로 관계를 형성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생성되는 인간 존재와 기억을 표현해보았습니다. 조명은 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반영할 수 있게끔 하였고, 미디어아트적인 영상으로 움직임에 대한 설명을 더했습니다.”

이번 작품은 2년 전 어느 극장에서 주최한 빛에 대한 워크샵에 대한 결과물이다. “그 때는 다른 예술가와의 협업으로 영상과 사운드에 초점을 맞추고 부가적으로 움직임이 추가로 잠깐 보여지는 정도였어요. 이 공연 후 실험적인 측면을 강화하여 독자적인 작품을 만들게 되었지요. 그것이 ‘기억의 자리 Ver.2’입니다.”

그는 움직임의 호흡이 관객의 호흡과 같이 가도록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디지털 언어와 아날로그 언어와의 틈을 좁혀 그 흐름을 유연하게 가져가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움직임을 표현했을 때 처음의 의도가 적절하게 나타나는가를 보면서 스스로에 대한 미적 잣대를 엄격히 했어요. 클래식 발레의 형식을 과감히 바꿔 모던발레의 역동성도 보여드리려 합니다. 영상이 드러나는 부분에서는 각 장면에 대한 극적인 내러티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구요.”

그는 오는 10월과 11월, 송파구발레단과 ‘춤과 사람들’이라는 잡지사에서 주최하는 젊은 작가전 공연을 앞두고 있다. 공연을 통해 관객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려는 안무가 이범구, 그의 빛나는 열정이 아름답다.

“무용을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공연이 아닌, 흥미롭고 기억의 잔상이 남는 공연이라고 생각하고 봐주시길 바랍니다. 지금은 부족할지 몰라도 앞으로 더욱 성숙되고 무르익은 작품을 선보일 테니 기대해 주세요. 아울러 앞으로의 성장에 대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제 15회 창무국제예술제’는 8월 21일부터 8월 30일까지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다. 이범구의 ‘기억의 자리 Ver.2’는 22일 의정부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박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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