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에 새롭게 선보이는 트러스트 무용단의 ‘데칼로그_살인하지 말라’는 2003년 초연작을 수정, 보완하여 다시 무대에 올린다.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된 십계에 관한 연작물 그 첫 번째인 ‘데칼로그’는 그동안 트러스트무용단이 창작해 온 우리식의 현대적 춤극이라는 성과가 진공적으로 담겨 있는 작품이다. 특히 성서에서 말하는 십계의 의미를 현재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그 의미를 오늘날의 이야기로 재구성하여, 각박한 현대인들에게 성찰과 진정성 회복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 ‘데칼로그_살인하지 말라’는 작품 내용이 지닌 의미를 넘어서, 춤의 양식적인 부분에 이르기까지 우리식의 춤극이라는 새로운 춤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즉 트러스트만의 독창적인 해석과 창조적인 춤사위가 살아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소리와 노래 그리고 춤의 앙상블을 통하여 춤이 노래가 되고, 움직임이 소리가 되어, 단순히 보이는 춤이 아닌 온몸으로 느끼고 소통하는 총체극인 것이다. 이 작품에는 6명의 무용수 외에 2명의 배우, 라이브 연주자까지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가 함께 한다. 그중 6명의 무용수들은 다른 아티스트들과 과연 어떤 차별점을 두고 무대를 이끌어나갈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 이번 작품에 독특한 캐릭터가 많다고 들었다. 각 어떤 캐릭터인가?
정경화 : 다른 무용수들은 뒷골목의 꼬마아이같은 낡은 누더기를 걸치는데, 나는 스커트에 앞치마가 달린 주부 의상을 입는다. 이런 느낌으로 작품을 이끌어갈 생각은 없었는데, 마치 주부가 전쟁터 나가는 것 같다.
서선영 : 우주복 같은 의상에 뽀글파마머리로 공연을 한다.
오민정 :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캐릭터는 아니다. 하지만 어떤 감성형태로 가야한다는 생각은 있다. 어떤 이야기를 마구 내뱉기보다는 뭔가를 지켜보는 것이 많다.
이지나 : 의상도 검은 원피스다. 다른 여자 무용수 중에서 가장 소녀 같다. 뱀소녀를 연기하는 장면이 제일 두드러진다. 특히 마이크 앞에서 뱀을 표현하는 몸짓, 목소리가 있다. 뱀이 뜻 없는 말을 계속하는데 그것은 뱀의 교활함을 나타낸다.

- 살인 하지 말라는 것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인가?
정경화 : 그런 것들이 콜라주처럼 보여지는 거다. 학생들이 왕따 당하는 장면도 어떻게 보면 내가 목 졸라 죽이는 것은 아니지만, 정신적으로 살해 하는 것이 아닌가?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처럼 한사람을 소외시키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선악과’도 신과의 단절로 인한 살인이라고 볼 수 있다.
- 작업하면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안무가, 연출가와 달라서 힘들지 않았나?
이선영 : 데칼로그가 십계 연작 중 첫 번째 작품이다. 그래서 성경이 절대적인 핵심을 차지한다. 구약시대 태초부터 시작하여 현대까지 아우른다. 그래서 무용수 입장에서는 너무 많은 점프를 해야 했다. 예를 들어 구약의 어떤 장면과 현대의 장면이 맞물리는 경우, 넘나드는 것이 감정적으로 쉽지 않았다. 한 호흡에 깊이 들어갔다가 빠져나오는 것이 능숙해야하는데, 그게 좀 어려웠다.
- 트러스트의 데칼로그가 관객에게 주는 것은 무엇인가?
정경화 : ‘살인하지 말라’라는 제목으로 작업을 했지만, 역으로 생각하자면 살인을 하기위한 몇 가지 방법들처럼 보여진다. 특히 작은 소품으로 쓰여진 면도기도 면도를 맡긴 사람이 변심하면 흉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은가? 어느 한 장면도 ‘살인하지 말라’와 연관 짓지 않을 수 없다.
이선영 : ‘자기사랑’의 결정체가 살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과거, 현재, 미래에도 ‘나’에서 ‘너’로 바뀐다면 옆에 있는 사람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이 작품은 살인을 나열해 놓고 있지만 극단적인 인간의 자기사랑을 드러내고 그것을 작품 안에서 표현하고 있다. 신과의 소통, 옆 사람과의 소통 등 수직과 수평이 모두 소통되는 관계가 되면 어떨까라고 생각한다.
‘데칼로그_살인하지 말라’는 지난 7월 1일부터 5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백수진 기자 psj12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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