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왕조 500년을 대표하는 팜므파탈 장희빈. 그녀가 한국 무용으로 무대 위에 아름답게 피어났다. 바로 지난 6월 18일- 19일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린 창작무용극 ‘장희빈’에서였다. 이 공연은 2008 제 29회 서울무용제 대상 수상작인 ‘무고의 옥’을 무용극화 시킨 작품이다. ‘무고의 옥’은 장희빈이 권력에 대한 욕망으로 취선당을 차리고 굿판을 벌이다 결국 사약을 받는 내용이다. 창작 무용극 ‘장희빈’은 이를 축으로 하여 당시의 흐름을 그려냈다. 작품은 욕망을 끌어안은 여인들과 그들의 손으로 움직여지는 궁궐을 탄성이 터져 나오는 아름다움으로 담아낸다.
공연이 시작되면 이층에서 무당이 무대를 지긋이 내려다보고 있다. 가면에 담긴 무표정함은 신비스러움과 음산함을 동시에 담으며 앞으로 일어날 비극을 암시한다. 빗발치는 상서와 당파 싸움 속에서 고뇌에 잠기는 왕의 주변에는 두 여인이 있다. 고아한 자태의 인현왕후와 농염한 교태의 장희빈. 장희빈은 권력을 얻기 위해 활을 쏘고 굿판을 벌인다. 그러나 마지막에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왕좌가 아니라 지나친 욕심 끝에 온 사약 한 잔이다.
장희빈과 인현왕후의 대립구도 표현이 굉장하다. 두 무용가의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는 감탄스럽다. 무대에 선 두 사람의 동작은 점점 크고 강렬해진다. 어느 누구도 굽히지 않으려는 두 사람 사이의 긴장감이 붉고 푸른 의상의 대비 속에 팽팽하게 감돈다. 심지어 커튼콜 때 인사하는 모습까지 판연히 다르다. 김충한 단장은 ‘장희빈’에 등장하는 캐릭터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다. “최근에는 여성들의 힘이 강해지고 있잖아요. 정치에도 진출하고 있고요. 이런 여성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두 인물 모두 강하게 표현 되어 있어요. 인현왕후도 보통 우리가 생각하던 이미지보다 더 센 느낌이죠. 작품에서 상대적으로 왕은 우유부단하고 힘이 없는 모습이 부각되어 있어요.” 어떤 계기로 ‘장희빈’이라는 소재를 선택하게 되었을까. “신정화 사건 때문에 세상이 온통 떠들썩했던 적이 있잖아요. 그 때 사회의 많은 모순들이 들춰지고 어느 정도는 개선되었다고 봐요. 장희빈도 권력 욕심에 불타는 못된 여자로 볼 수도 있지만 역사의 흐름 속에서는 정화를 하는 역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과한 욕심으로 결국 파멸을 맞이하지만 그 치열한 삶을 조명하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 거죠.”
이번 작품에 대해 간략히 설명을 부탁하자 김충한 단장은 자신의 첫 무용극에 대한 목표를 들려준다. “무용을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게 쉬운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장희빈이라는 소재는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긴데요. 그 내용을 거의 변화시키지 않았어요. 관객들이 편하게 작품을 보는 중에서 자연스럽게 무용과 몸, 동작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작품의 주제를 ‘장희빈’으로 결정하게 되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았다고 한다. “한국 무용에서는 남녀가 함께 붙어 춤을 추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장희빈이 왕을 유혹하는 장면이 필요한데 무용수들이 어색해 하더라고요. 한 달간 커플댄스인 댄스스포츠를 배우도록 했어요. 그래서 댄스스포츠 동작을 변용한 안무 동작도 있어요.
그는 자신의 ‘김충한 무용단’과 함께 가장 한국적인 무용을 만들고자 한다. 물론 안무의 기법에서는 한국무용뿐만 아니라 발레와 현대무용을 두루 익혀 더욱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한다. 하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반드시 우리의 이야기, 역사성이 있는 소재를 다룬다는 것이다. 천하대장군이나 지하여장군과 같이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문화와 색깔이 그의 작품에는 녹아있다. 차기 작품은 ‘백자의 혼’이다. 도도하게 관객을 내려다보는 장희빈의 매력처럼 백자 역시 무대 위에서 배우들의 몸을 빌려 다시 태어날 것이다. 창작 무용극 ‘장희빈’을 보며 한국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표현하는 이 무용단의 행보를 기대해 본다.
백수향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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