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26일부터 시작된 ‘모다페’는 (사)한국무용협회가 주최하는 제28회 국제현대무용제의 또 다른 이름이다. 올해로 28회를 맞이한 ‘모다페’는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무용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따라서 전국 각지, 세계 곳곳의 무용수들은 한국 현대무용의 발전을 가늠하기 위해 이 축제로 몰려들고 있다. 한편 모다페는 올해부터 ‘컨템포러리(Contemporary)’ 고유의 의미를 살려 기존 현대무용 작품만 참가 가능했던 지원 성격에서 나아가 창작 작품이라면 어떤 것이든 공모에 지원 가능하도록 분야의 벽을 허물었다. 결과, 김은희의 ‘에테르’, 최상철의 ‘빨간말’, 김경영의 ‘0+(Zero Plus, 제로 플러스) 등 현대무용은 물론 한국무용, 발레 등 다양한 무용 작품이 모다페를 통해 소개된다.
이번 모다페를 통해 ‘0+’라는 작품을 선보일 김경영은 현재 황규자 컨템포러리 발레단에서 지도위원으로 활동 중인 안무자다. 황규자 컨템포러리 발레단은 클래식 레퍼토리와 15개 이상의 컨템포러리 발레 레퍼토리를 확보한 국내 현대무용계의 중추 무용단이다. 황규자 컨템포러리 발레단은 매년 전용스튜디오에서 국내외 안무가를 초빙해 실험적 작품을 선보이는 ‘독립무용관’ 프로젝트를 개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창작소재 개발과 신진 발레 안무자를 육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빛’과 ‘어둠’에 따른 인간의 본능적 반응을 조명하는 김경영의 ‘0+’는 모다페 기간인 6월 3일(수)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공연에 앞서 ‘0+’를 창작한 김경영 안무자와 인터뷰를 나눴다.
Q: 작품 ‘0+(Zero Plus, 제로 플러스)’는 어떤 작품인가요?
A: ‘0+’는 어두운 공간(즉, 극장을 말하는) 안에서 사물을 구별하기 위해 시선을 집중하거나, 갑작스런 빛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관객들의 움직임을 최대화 하는데 집중한 작품입니다. 안무 작업 이전에 총 31개의 조명기를 사용한 조명플랜을 디자인한 뒤 이후 조명에 반응하는 다양한 움직임을 구상했어요. 따라서 어떤 동작에도 스토리텔링을 위한 의미는 부여되지 않았고요. 다만 빛에 의한 관객의 움직임을 유도하기 위해 상호반응 하는 조명, 음악, 움직임 구성에 집중된 작품입니다.
Q: 어떻게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됐나요?
A: 인간의 눈은 명암도가 0인 암흑의 공간에서는 인지능력을 상실하고 사물을 구별할 수 없게 되는 한편 다시 빛을 본 순간에는 본능적으로 그 빛에 반응한다는 단순한 사실로부터 출발했어요. 공연이 시작되기 전 암흑의 상태를 생각하신다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저는 공연이 시작됐을 때 그 빛에 따라 눈을 돌리는 관객들을 보면서 그들이 빛에 반응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따라서 ‘0+’에서는 의도적으로 많은 조명이 현란하게 여러 장소를 비추고, 무용수들은 이 빛을 찾아 움직입니다. 또한 음악은 조명과 움직임의 반응을 표현하고자 작곡됐습니다.
Q: ‘0+’는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인가요?
A: 기존 클래식발레 작품들이 관객들에게 어떠한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했다면, 이 작품은 의도적으로 스토리텔링을 배제한 작품입니다. 오직 ‘빛’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관객들의 움직임을 유도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Q: 그렇다면 반대로, 관객들은 ‘0+’를 감상할 때 어디에 포인트를 둬야 할까요?
A: 빛에 반응하는 본능에 집중한다면 즐거우실 것 같아요. 공연이 진행되는 20분간 관객들이 음악, 조명, 움직임, 에너지의 상호작용을 쫓아 시선을 바꿔가며 몰입한다면, 저는 이 작품을 통해 미리 계산된 관객의 움직임을 유도했음은 물론 관객과의 소통 역시 달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안무가님은 새로운 작품을 구상할 때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는 편인가요?
A: 저는 학습을 통해 작품의 소재나 아이디어를 얻는 편은 아니에요. 일상생활 속에서 작품의 소재를 찾는 경우가 많죠. 예를 들어 운전을 하고 지나가다가 횡단보도에서 파란불을 기다리는 사람들과 차안의 음악이 매치되는 순간, 술집에서 들은 옆자리 손님들의 대화내용, 독특한 사람의 행동과 의상 등 정말 일상적인 것들에서부터 작품이 시작되죠.
Q: 아직 많은 관객들은 ‘발레’라고 하면 ‘돈키호테’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등 대형 레퍼토리의 클래식발레를 먼저 떠올립니다. 따라서 아직은 ‘모던발레’라는 장르가 국내 관객들에게 확실히 안착했다고 보기는 힘든 시기인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김경영 안무자가 생각하는 ‘모던발레’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어떻게 하면 ‘모던발레’가 국내 관객들에게 더 친근히 다가갈 수 있을까요?
A: 모던발레는 형식적인 면에서 클래식발레와 확실히 구분되고 소재나 표현방법 또한 다양하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대중적인 공감대를 얻기에 유리한 면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안무자가 일반인들에게는 대중적 공감대를, 그리고 전문무용인들에게는 예술적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좋은 작품들을 선보이는 것이죠. 또한 예술의 흐름을 이해하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미적 기준에 다가가는 작품들이 나오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용의 대중화가 야외공연만을 통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처럼 관객들이 모던발레와 친해지게 하기 위해서는 관객들 입맛에 맞는 작품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안무자들 스스로가 여러 경험을 통해 다양한 표현방법을 습득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심보람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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