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은 오는 3월 20일부터 24일까지 세계 최고의 안무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Jean-Chritophe Maillot)’버전의 작품 ‘신데렐라’를 공연한다.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버전은 기존 발레 ‘신데렐라’와 확연한 차이점을 둔 가운데 좀 더 현대적이고 감각적이며, 세련미가 돋보인다는 평을 받는다. 특별히 국립발레단은 관객들에게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 버전의 작품 ‘신데렐라’를 완벽히 선보이게 위해 ‘마이요의 뮤즈’라고 불리는 ‘베르니스 코피에테르’를 안무가로 초청했다. ‘베르니스 코피에테르’는 지난 1991년 몬테카를로 발레단에 입단하여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여러 작품에서 주역으로 활동한 바 있다. 2002년에는 모나코 공국 문화공로훈장 수훈자로 지명되었고, 2005년에는 마리오 파지가 주재하는 단챠&단챠 심사위원에 의해 이탈리아에서의 공연에 대한 공적을 인정받아 ‘올해의 무용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마이요의 뮤즈’로 유명한 그녀는 몬테카를로 발레단 입단 후 마이요의 각별한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그녀의 신체와, 그녀의 몸짓에 매료된 마이요는 이후 여러 작품에서 그녀를 모티브로 한 안무를 선보이게 되고, 그녀에게서 받은 영감으로 작품을 창작하기도 했다.
▶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한 소감이 어떠한가?
△ 한국에 5~6번 정도 온 것 같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너무 편하다. 극장 주변과 어디에 무슨 식당이 있는지도 다 안다. 특히나 국립발레단과의 작업을 수시로 해 와서 손, 발 호흡도 잘 맞고 모든 면에서 좋다.
▶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세계적인 안무가 ‘장 크리스토퍼 마이요(Jean-Chritophe Maillot)’로부터 특별한 총애를 받은 것으로 안다. 그래서 ‘마이요의 뮤즈’라는 별명도 들었다. 그와의 첫 만남은 어떠했나?
△ 모나코에서 처음 봤을 때 이런 천재적인 안무가를 만났다는 것이 거의 믿겨지지 않았다. 마치 불꽃 튀는 느낌을 받았으며 예술가로서 마술을 경험한 순간이었다. 그 다음 차례차례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흘러갔고 잘 진행되어갔다.
▶ 그렇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장 크리스토퍼 마이요’의 안무가적 탤런트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첫 번째로 마이요는 음악성이 뛰어난 안무가다. 안무가의 제일 좋은 덕목중의 하나가 바로 음악성인데, 그 부분에 있어 천재적이다. 그것은 마치 조지 발란신 정도의 위치와 비교 될 수 있을 만큼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옆에서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봤을 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함을 추구한다. 특히 귀가 많이 발달되어 음악을 듣고 심지어 읽어내기까지 한다. 마치 악보에 쓰여 있는 음악을 자기 눈앞에 그려내고 읽어내는 것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지금 오페라 연출까지 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두 번째로 마이요는 어떠한 작품이든 그 속에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탁월하다. 이야기의 전체적인 연결고리를 잡아내는데 있어 마치 영화가 흘러가는 듯 한 느낌을 준다. 대부분 무용수들은 관객의 앞에 서서 정면을 바라보고 동작을 펼쳐 보인다. 하지만 마이요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대각선으로 동작을 펼쳐 보이며 시각적으로 다양한 변화를 준다. 대각선을 바라보고 다채로운 동작을 펼치면 모두들 ‘영화의 한 장면이구나’ 착각할 정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동작을 할 때, 그것이 인위적인(지시하는 데로만 행하는 것)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되라고 말한다. 즉 ‘너 자체가 로미오가 되어야해, 혹은 줄리엣이 되어야해’라며 그 인물에 빠지게 만든다.
세 번째로 마이요는 움직임에 대해서 굉장히 변화를 많이 준다. 한번 이 동작을 시도해 보고 그게 안 될 때는 계속 다른 방식으로 나가도록 요구한다. 이야기 줄거리가 있는 작품 중에서는 무용수에게 맞추거나 그 무용수의 특징을 잡아 작품을 따로 만든다. 그만큼 무용수들을 파악하는 능력이 대단하다. 그리고 최근 선보인 추상발레에서는 자기 스스로의 안무가적 성향이 짙은 작품을 시도했다. 그럴 땐 자신과 자기 안무 스타일에 무용수들이 따라오게끔 만든다.
▶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이번 작품은 기존의 발레 ‘신데렐라’와 많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어떻게 다른지 캐릭터에 맞게 설명해 달라.
△ 가장 큰 차이점은 각각의 역할들이 다 다르다는 것이다. 먼저 아버지 역은 다른 ‘신데렐라’ 작품에선 존재하지도 않았는데 등장시킨 것이다. 그리고 계모와 두 자매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몬테카를로 발레단에서 종종 남자들이 추게 했다. 그 이유는 그만큼 캐릭터가 강하고 굉장히 우화적으로 표현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로 돈만 밝히고, 아름다움만 추구하고, 치장하는 등 인위적인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좀 더 희화화 시켰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요정(엄마)은 전체적으로 극을 이끌어 나가는 캐릭터다. 예를 들어 기존 작품에서는 신데렐라가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그 캐릭터 자체가 계모와 요정에 의해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등 자기가 개척해서 나아가는 인물이 아니기에 큰 매력을 느낄 수 없었다. 그래서 마이요는 요정(엄마) 캐릭터를 집어넣어 신데렐라가 스스로 나갈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만들었다. 두 집사 같은 경우 다른 작품에서는 하인들이라 캐릭터가 크게 강조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요정(엄마)의 뜻을 시행하는 인물로 함께 극을 이끌어 나간다.
▶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신데렐라’에서 요정(엄마)으로 출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했는지 궁금하다.△ 요정(엄마)은 작품에서 굉장히 중요하고 독특한 역할이었다. 처음에 마이요가 작품을 만들 때 나에게 동작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난 마이요에게 몇 일간의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래서 난 스튜디오에 혼자 서서 스스로 상상하기 시작했다. ‘내가 신데렐라의 딸을 가지고 있고, 엄마라면 그녀를 위해 무얼 해줄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자 갑자기 마술처럼 모든 장면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괴로울 때 표현하는 손동작이라든가, 코를 풀며 우는 모습, 신데렐라를 도와주는 모션을 직접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다 완성시켜 마이요에게 보여줬더니 굉장히 만족해했다.
▶ 발레리나 김지영과 김주원을 비롯하여 여러 무용수들에게 각각의 캐릭터를 잡아주기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 이번 ‘신데렐라’를 함께 지도할 가비 바스는 나와 호흡이 잘 맞는다. 그래서 각각의 캐릭터를 선택하는데 있어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특히 김주원과 장운규는 보는 순간 요정(엄마), 아빠 캐릭터가 맞다고 생각했다. 김주원은 워낙 아름답고 우아하기에 요정(엄마) 역할에 제격이었다. 그리고 장운규는 아빠가 갖는 무게감과 진중함이 느껴졌다. 그의 눈을 보는 순간 눈물이 날 정도였다.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은 보는 즉시 선택하게 되었다. 김지영은 그동안 마이요와 많은 작업을 해온 상태다. 그래서 마이요가 김지영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는 ‘지영이가 갖는 부드러움, 순수함이 신데렐라와 잘 어울린다’고 전했다. 계모는 캐릭터 자체가 나쁜 역할이기에 연기를 할 줄 알고 게임을 즐길 줄 아는 인물이어야 한다. 거기에 대해 윤혜진의 표현방법이 너무나 잘 맞아 떨어졌다. 마지막으로 왕자 역할은 캐릭터 자체가 순수하면서 열정적인 인물이다. 왕족의 신분이긴 하지만 그의 성품은 굉장히 소박하고 착하다. 그런 심플함이 이충훈과 잘 맞다고 생각했다.
▶ 그동안 국립발레단과 여러 번 작업해 오면서 어떤 느낌을 받았나?
△ 국립발레단은 지금 한국발레가 성장하고 있는 이 시기에 굉장히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예전에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이후 지금의 ‘신데렐라’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면 작품 선택에 있어 굉장히 탁월하다고 볼 수 있다. 오래된 클래식 발레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새롭고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려는 최태지 단장이 시대를 앞지르는 인물이라 생각된다. 또 그만큼 한국 발레가 많이 성장하고 진보해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신데렐라’는 원래 감동적인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가 만들어낸 ‘신데렐라’는 감동적이고 가슴 찡한 여운을 남긴다. 특히나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작품들은 모두 그렇다. 개인적으로 마이요의 작품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나고 생각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소름이 돋는다. 일상생활을 잠시 떠나 있다가 다른 세계에서 꿈꾸고, 감동받고 싶은 이들이라면 절대 후회하지 않은 작품이 될 것이다. 와서 직접 경험해 보았으면 한다. (국립발레단의 ‘신데렐라’- 2009년 3월 20일~2009년 3월 2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박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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