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가을, 손인영의 나우(NOW)무용단과 아일랜드댄스씨어터의 공동제작으로 진행된 무용 작품이(지붕아래, 평행한 지평선) 한국과 아일랜드 각지에서 공연되며 큰 호평을 받았다. 우리 예술계에서는 처음 시도되었던 한국, 아일랜드의 공동제작 프로젝트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양국 간 문화 외교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아일랜드와의 성공적인 협업을 마친 손인영 안무가는 새로이 남미 대륙 남동부에 위치한 나라, 아르헨티나로 손을 뻗었다. 아르헨티나무용단인 라 꼼빠니아 단짜(예술 감독 마리아나 벨로토∙Mariana Bellotto)와의 공동 작업을 성사시킨 것이다. 나우무용단과 라 꼼빠니아 단짜는 지난 2월 4일 아르헨티나의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함께 제작한 작품 ‘쏘 파, 쏘 클로즈(So far, So close)’를 선보이며 성공적인 초연을 마쳤다. 이 작품에는 양국 무용단의 무용수 총 5명이 출연하며 오는 4월 한국에서도 공연될 예정이다.
‘쏘 파, 쏘 클로즈’에서 표현된 손인영 안무가의 견해는 제목 안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손인영 안무가는 연달아 계속 진행된 외국 무용단과의 협업을 통해 서로 상반된 문화의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결국 ‘인간’이라는 공통분모에 속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남미와 한국은 비행기로 약 30시간이 걸리는 먼 곳이다. 이렇게 거리상으로 봤을 때 아르헨티나는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그곳에 직접 가서 작업을 해보니 결국 우리는 하나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즉 무용을 창작하는 데 있어 거리도, 문화적 차이도 모두 필요 없었다는 얘기다. 그저 몸을 부딪치기만 하면 친구가 되더라. 한마디 말을 해도 대여섯 마디를 알아들을 수 있었고 머리색이나 종잡을 수 없는 억양도 문제되지 않았다. 우리 모두 인간이라는 공통분모에 속해 있기에 가능한 부분이다.”

지난해 아일랜드와의 작업에 이어 아르헨티나까지, 점점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손인영 안무가는 이러한 기회들이 모두 우연히 찾아온 것이라고 말한다. “외국에서 공부를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자주 해외로 나가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해외 무용수들을 만나게 됐고 하나의 인연이 또 다른 인연으로 이어졌다.” 이어 손인영은 두 번의 해외 협력 작업을 통해 이러한 공동 프로젝트가 한국에 꼭 필요한 것임을 깨닫게 됐다고도 말했다. “요즘은 무엇을 하든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세상인 것 같다. 모든 면에서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고 다양한 장벽들이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작품, 우리의 작품을 세계무대에 보여주려면 그 루트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동양은 세계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루트가 상대적으로 약한 실정이다. 그랬을 때 그 나라의 사정을 잘 아는 현지 무용수들의 도움을 받게 되면 수월하게 공연을 할 수 있다. 역으로 외국 무용단도 마찬가지다.”
무용 관객에게 있어서도 외국 무용단과의 협력 작업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많은 해외 무용단의 작품들이 한국에 소개되고 있기는 하나, 한국과 외국의 공동 작업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탄생된 작품을 경험함으로써 다양한 안목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에 아주 특출한 무용가가 있어서 굳이 협력 작업을 하지 않아도 전 세계의 러브콜을 받는다면 그게 가장 바람직하고 좋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여건이 그것을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작업들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아직 우리나라의 무용을 많이 알려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손인영 안무가는 해외 협력 작업이 자신뿐 아니라 후배 무용수들에게 까지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다. 외국인들과 교류를 하다보면 좋은 점이 많을 것 같다는 질문을 하자 손인영 안무가는 “굉장히. 굉장히”라며 말을 이었다. “해외 무용수들과 작업할 때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나도 모르게 터득하게 된다. 나의 발전과 마찬가지로 무용수들 역시 큰 변화가 눈에 띈다. 한국에서 가르침과 배움을 통해서 작업을 하던 방식과 달리, 직접 몸으로 부딪히다보니 빠른 성장을 이루는 것 같다.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도 일 년이 지난 것처럼 경험의 확장이 빠르다.”
해외의 관객들은 손인영 무용단의 방문을 매우 반기는 눈치다. 주요 언론에서 손인영 무용단의 공연을 소개하기 위해 지면을 할애하는가 하면, 작품에 대한 평가도 매우 호의적인 것. 계속해서 해외 무용단과의 협력 작업을 통해 더 다양하고 색다른 무대를 추구하고 있는 손인영은 오는 4월 한국에서 역시 작품 ‘쏘 파, 쏘 클로즈’를 선보일 예정이다.
심보람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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