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국립극장 별오름극장과 M극장 등지에서는 아시아 유일의 즉흥춤축제인 ‘2008 서울국제즉흥춤축제’의 진행이 한창이다. 이 축제는 출연자들의 즉흥적인 움직임을 통해 이루어지는 꾸밈없는 무대가 특징이다. 즉흥은 이미 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는 공연의 한 장르로서 자리 잡았으나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에 처음으로 극장 공연의 형태로 시도된 바 있다.
즉흥춤축제에 초대된 ‘랜덤 컬리즌(Random collision)’은 젊고 유능한 여러 나라의 무용수들로 구성된 네덜란드의 프로젝트 단체이다. ‘랜던 컬리즌’은 영화, 음악, 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과 춤을 연계하여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21(수)부터 즉흥춤축제에 참가하여 다양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랜덤 컬리즌’의 무용수 4인과 인터뷰를 나눠보았다.
‘랜덤 컬리즌’의 한국인 무용수 차진엽에 의하면 이 단체는 세계의 젊은 안무가 여섯 명이 모여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녀는 “네덜란드에서 처음으로 모임을 결성했어요. 저희 단체는 안무가의 작품 밑에 무용수가 편입되는 기존의 컴퍼니 개념에서 벗어나 여섯 명의 안무가가 자신의 작품을 직접 연기하는 단체에요. 우리 모두는 안무가인 동시에 무용수인거죠”라며 ‘랜덤 컬리즌’을 소개 했다. 워낙 다양한 국적을 가진 안무가들이 모이다보니 이번 즉흥춤축제에서는 네 명의 안무가만 참석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어 차진엽 안무가는 이렇게 다양한 국적으로 구성된 ‘랜덤 컬리즌’만의 매력을 소개했다. “안무가들의 국적이 저마다 다르다는 것은 저희의 강점이라고 생각돼요. 다양한 문화를 가진 안무가들이 각각의 작품에 자기 나라의 문화를 접목시키기 때문에 저희는 여러 나라의 문화와 서로 교류하죠. 그래서 작품의 색이 다 달라요. 정말 여섯 개의 색깔이 여과 없이 드러나죠.”
‘랜덤 컬리즌’은 기존의 일반적인 극장 공연 형식보다 야외무대나 이색적인 클럽 같은 곳에서 즉흥 공연을 주로 많이 해왔다고 한다. 즉흥 공연이라는 것은 정해진 안무 없이 안무가의 느낌에 따라 즉흥적인 춤을 춘다는 것인데, 일반 관객으로서는 그것이 진정한 즉흥 연기인지 미리 짜여진 안무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랜덤 컬리즌’의 멤버들에게 즉흥 공연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물어보았다. 이에 이스라엘의 이단 요아브(Idan Yoav)는 “두 가지 다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뭔가를 정한다고 해서 특정한 동작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흐름, 주제, 패턴은 필요하거든요. 그 안에서 저희가 자유롭게 움직임을 하는거죠”라고 말했다. 이어 차진엽 안무가의 부연설명이 이어졌다. “뭐 한 가지 예를 들자면 한식인지, 일식인지, 양식인지 정도의 메뉴는 정해놔야 해요. 만약 한식을 골랐다면 김치찌개를 끓일지 된장찌개를 끓일지는 즉흥적으로 연기되는 거죠.”
그렇다면 이 즉흥적으로 표현되는 연기를 위해 ‘랜덤 컬리즌’의 안무가들은 무대위에서 서로 어떻게 소통하는지가 궁금했다. 이에 차진엽 안무가는 “예술가라면 오감이 깨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구보다 민감해야 하죠. 관객과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퍼포머’들끼리 비언어를 통한 연결 감각이 깨어있으면 저절로 소통이 되요. 언어 외의 모든 감각을 이용해 교감하고 느낍니다” 라며 이어 “즉흥은 정답과 오답이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룹으로 행해지는 즉흥연기는 상대방을 충분히 이해하고 알아야 즉각적인 반응이 나올 수 있죠”라고 전했다.
‘랜덤 컬리즌’의 외국 안무가들은 한국 무대에 서게 된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따라서 마지막 질문으로 한국의 무대에 서게 된 소감이 어떠한지 물어보았다. 모든 안무가들의 의견은 ‘부담이 없어서 좋다’는 방향으로 모아졌다. 특히 나탈리아 쏜(Natalia Thorn)은 “다른 나라에 가서 공연을 하게 되면 그 나라 사람들의 정서를 알지 못하니까 관객들의 반응을 알 수 없어요. 이상한 경험이죠. 그런데 오히려 관객들의 반응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자유롭습니다. 아무런 제한 없이 제 자신을 표현할 수 있죠”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아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공연을 하게 되면 관객들이 저를 알고 바라보기 때문에 부담스러워요. 저에 대한 이미지를 예상하고 기대하는바 때문이죠. 하지만 아는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는 제 이미지를 만들어내지 않아도 되니까 좋은 것 같아요”라고 전했다.
‘랜덤 컬리즌’외에도 국내외의 많은 무용가들이 즉흥춤을 선보이게 되는 이번 ‘2008 서울국제즉흥춤축제’는 25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많은 안무가들의 자유로운 몸짓이 궁금하다면 빨리 즉흥춤축제를 찾아가보자. 즉흥춤축제는 국립극장 별오름극장과 M극장 등지에서 진행된다.
심보람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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