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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무가 김설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솔직한 작품으로 관객과 소통하고파

 

“글쎄요,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사실 전 ‘힙합의 진화’라는 단어 자체가 조금 조심스러워요.” 오는 10월 21일과 22일 서울세계무용축제(이하 시댄스)의 일환으로 공연되는 ‘힙합의 진화 Ⅱ’에 참여하는 소감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 의외다.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잘못 이해한다면 힙합을 다소 무시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목은 ‘힙합의 진화’이지만 제 작품 자체에, 그리고 함께 공연하시는 안무가들의 작품 자체에 주목해주시면 더 좋은 공연이 될 수 있을거라 기대합니다.” 첫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부터가 시원솔직하고, 자신의 생각이 분명한 사람이라는 인상이다.

- 힙합과 현대무용, 모두 다 나에게는 ‘자유’
김설진은 TV방송국 무용단원을 거친 후 현대무용은 다소 늦게 시작했지만, 프랑스 몽뻴리에 무용축제 참가 등으로 주목받고 있는 안무가다. “여러 가지 제 이력만 보시고 호기심을 가져주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사실 저에겐 힙합이나 현대무용이나 다 마찬가지예요. 두 장르 모두 자유롭다는 점에서 비슷하고, 다른 의미로 보면 그 안에서 틀을 만들고 가두려 하는 점까지도 닮았어요. 사실 스트릿 댄스도 그 안에 엄연한 체계가 존재하거든요.” 스트릿 댄스와 현대무용 모두를 경험한 안무가 김설진은 두 장르가 정해진 체계가 존재하고, 그렇지만 또 그 안에서 자신만의 자유를 찾아갈 수 있다는 점을 공통점으로 꼽았다. “현대무용도 처음 만들어졌을 땐 자유 그 자체였겠죠. 시간이 지나고 체계가 잡히면서부터 이론화 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한 100년 정도 지나면 힙합이라는 장르도 지금의 현대무용처럼 교육제도 안에 들어와서 또 다른 춤으로 변해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어요.” 처음 그가 전하는 말이 다소 당황스럽게 들렸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조목조목 일리가 있는 것이 꼭 틀린 말만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든다.

- 솔직함으로 만든 작품, 관객들과의 솔직한 소통 원해
안무가 김설진이 이번 시댄스 ‘힙합의 진화Ⅱ’ 무대에서 선보일 작품은 ‘카니발(Carnival(ver.2008))’이다. “일단 모티브는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에서 얻었습니다. 2006년도에 초연했던 작품을 더 발전시킨 것인데, 한마디로 말하자면 14곡 전곡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작품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안무가 김설진이 이 작품을 만들게 된 동기가, 그리고 그 마음이 참 예쁘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을 위한 작품 이예요. 현대무용 공연의 경우 어른들에게도 어렵고 심각한 작품들이 많잖아요. 조금 쉽게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볼 수 있는 동화 같은 무용공연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어린이 교육용 비디오를 출시해도 되겠다는 말에는 사람 좋은 웃음과 함께 의외의 진지한 답변이 돌아온다. “사실 아이들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미래의 주가 될 사람들이잖아요.”


- 10번을 보아도 항상 다른 것이 무용
이번 ‘힙합의 진화Ⅱ’ 무대에는 안무가 김설진 외에도 이인수, 고릴라크루, 브라힘 부슐라겜 등 총 4명의 작품이 함께 공연된다. 4명 모두 힙합을 토대로 한 스트릿 댄스 문화를 몸에 익혀온 안무가들이라는 점이 공통적이다. 뿌리가 같다면 거기에서 뻗어 나온 가지도 모두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여기에 던지는 안무가 김설진의 대답이 명언이다. “무대예술의 경우, 특히 무용 공연의 경우 똑같은 작품을 10번 본다고 해도, 단 한 번도 똑같은 작품을 보았다고 말할 수 없을 거예요. 그게 무용의 매력이기도 하고요. 같은 사람의 작품도 볼 때마다 다른데, 각각 다른 안무가들의 작품이 절대로 같을 순 없겠죠. 관객들에게도 다양한 느낌의 작품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공연이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그렇다면 이번 공연에서 기대할 수 있는 안무가 김설진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거창한 것은 없고요. 다만 저는 나름대로 작품을 솔직하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 중 한명입니다. 제가 그렇게 작업하려고 노력하는 만큼 관객 분들도 최대한 솔직하게 작품을 봐주셨으면 하는 게 제 바람 이예요. 옆 사람 눈치 보는 것 없이 그냥 집에서 비디오를 보는 듯이라고 하면 좀 편하실까요? 보면서 느끼는 그대로 감정에 솔직하게 작품을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또 다른 시작을 앞에 두고
크고 작은 공연들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가을을 보내고 있는 안무가 김설진이 또 하나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었다. “내년부터는 벨기에 쪽에서 활동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김설진은 현재 우리나라에도 몇 차례 소개된 바 있는 벨기에 현대무용단 ‘피핑 탐(Peeping Tom)’의 오디션을 마치고 내년부터 벨기에로 영역을 옮겨 새로운 활동을 준비 중인 상태다. “세계시장의 흐름이 어떻게 돌아가도 있는지도 궁금했고, ‘피핑 탐’이라는 단체가 내가 생각했던 모습과 가장 근접한 곳인 것 같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고맙게도 기회가 주어져서 저도 앞으로 활동에 대해 기대가 큽니다.” 신선한 작품으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은 젊은 안무가 김설진의 모습을 당분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컸지만, 몇 년 뒤 더 발전된 모습으로 돌아올 그를 기대하며 남은 공연이라도 꼭꼭 챙겨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의 공연 일정을 묻자 쉴 새 없는 그의 공연 소식이 쏟아진다. “지난 10월 11일 하이서울페스티벌 야외공연과 13일 시댄스 쇼케이스를 끝낸 상태이고요, 15일 물레아트페스티벌에서 솔로작품을 공연했습니다. 그리고 21일과 22일 시댄스에서 힙합의 진화 공연에 참여하고요. 11월에는 CJ영페스티벌 1회 수상자로서 공연을 하게 될 것 같아요. 그 이후에는 한 달간 벨기에에서 공연 겸 쇼케이스를 갖게 될 예정이고요.”

인터뷰 진행 내내 안무가 김설진이 유난히 반복한 단어는 ‘솔직한-’이다. “강요하거나 이해시키려고 하는 작품이 아닌 관객과 무용수, 그리고 스태프들까지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젊은 안무가 김설진에게서 왠지 모를 신뢰가 생기는 듯 하다. 그리고 여기에 “단원들에게 생계유지를 해줄 수 있는 안무가”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더해지는 것을 보니 그 모두가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 이라는 묘한 자신감마저 들게 된다. 쉼 없이 자신을 찾아가며, 관객들과의 소통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하는 안무가 김설진에게 다가올 미래가 그의 노력에 상응하는 ‘솔직한’ 결과로 다가오기를 기대해본다. (2008년 10월 21일 ~ 10월 22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8시, R석 50,000원/ S석 35,000원/ A석 20,000원, 그 외 출연자 이인수, 브라힘 부슐라겜, 고릴라 크루)


조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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