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용수들이나 배우들을 인터뷰 할 때 으레 하게 되는 질문이 “자기소개 좀 해주시죠” 하는 것이다. 그러면 대부분 어느 어느 학교를 나와 지금은 어느 어느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답변이 나오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우재 안무가는 “귀여운 여자를 좋아하고, 특히 니체를 좋아하는 여자는 아주 뻑 갑니다”라며 자신의 이상형까지 밝히는 약간의 특별함을 보였다. 움직임을 구상하는 창의적인 예술가답게 창의적인 답변이 아닐 수 없다. 그는 먼저 “직업은 비보이, 학업은 현대무용입니다”라는 소개로 운을 뗐다. 현재 많은 무용수들이 장르간의 벽을 허물어뜨리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으나, 스트릿 문화를 대표하는 비보이와 순수 예술로 분류되는 현대무용가의 결합은 자신의 이상형을 밝히는 이우재 안무가의 엉뚱함 만큼이나 생소한 듯 보인다. 그는 “힙합이 예술로 진화하기 위해 모던힙합이라는 장르를 만들어 활동 중”이라는 소개도 덧붙였다. 이 소개 뒤에 이어지는 답변 역시 일품이다. “가장 싫어하는 것은 뱀이고요.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니체, 보들레르, 랭보, 이사도라 던컨, 니진스키입니다. 술을 좋아하고 담배는 정말 싫어합니다.” 이렇듯 자신의 호(好)와 불호(不好)까지 밝히던 이우재 안무가는 “저의 좌우명은 최고보다 최초가 되자 입니다”라는 말로 자기소개를 마쳤다. 사실 이우재 안무가가 자신을 소개하기 위해 많은 말을 했던 것은 아니지만, 짧은 문장 안에 그의 모든 것이 담겨 있기라도 한 듯, 친근함이 느껴졌다.
최근 2, 3년간 힙합의 무대화는 꾸준히 한국 공연예술계의 화두로 등장해왔다. 따라서 다양한 작품들이 시도되었고, 현재에는 조금 더 깊은 고민을 통해 힙합과 현대무용이 만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감지한 시댄스에서는 작년부터 ‘힙합의 진화’라는 프로그램을 신설하여 힙합의 무대화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힙합의 진화’에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게 된 이우재 안무가에게 시댄스와의 인연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았다. “‘힙합의 진화’는 평소 제가 추구해 오던 힙합의 예술성과 너무 흡사한 주제였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작년에 ‘힙합의 진화’를 공연하신 이광석 선생님의 소개로 저 역시 참여할 수 있게 됐죠.”

이어 그는 힙합의 예술성에 관한 자신의 생각들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한국은 우리나라 자체의 예술을 창조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국무용이 있기는 하지만, 외국의 문화를 흡수한 뒤 아예 새로운 것으로 창조한 경우는 아직 없죠. 아,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 선생님을 제외 한다면요. 다소 건방지지만 새로운 예술 형식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세계 최초로 힙합을 완전한 예술로 탄생시키는 것이죠.” 여기까지는 그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대부분 ‘힙합’ 하면 길거리에서 자연스럽게 몸을 흔들어대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마련이니 말이다. “힙합 춤이 예술로 다가가는 것은 예술에 대한 인식의 차이라고 봅니다. 제가 ‘뉴스테이지’에 연재하고 있는 ‘힙합론’을 읽어보시면 알 수 있겠지만, 저는 힙합은 충분히 어떠한 무용예술보다 뛰어난 예술성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는 마지막으로 “만약 어느 누구라도 힙합이 예술이 될 수 없다고 생각 한다면 저에게 오십시오. 10월 21일, 22일 ‘힙합의 진화’ 공연을 보신 뒤 담화를 나누며 투쟁의 시간을 갖도록 하죠”라는 말로 답변을 마쳤다. 그의 답변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점과 자기 공연의 홍보를 톡톡히 해냈다는 점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더불어 그는 다른 의미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인물이기도 하다. 직업은 비보이, 학업은 현대무용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비보이와 현대무용가라는 두 가지 타이틀을 소유한 그의 특이점에 대해 질문하자, 그는 대뜸 괴테의 말을 인용했다. “‘아는 만큼 본다’라는 말이 저의 감각을 괴롭혔습니다. 저는 힙합의 예술적 진화를 위해서 좀 더 많은 것을 접해보고 싶었거든요.” 이렇게 시작한 현대무용에 “미치도록 열정을 다하고 있다”는 그는 “가끔 브레이크 댄스를 출 때 발을 포인 해서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고도 한다.
그는 이번 시댄스 공연에서 “힙합의 오리지널 동작을 예술적 표현의 수단으로 삼았다”고 전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앙토넹 아르토의 ‘잔혹극’을 힙합 춤극(모던힙합)에 도입한 점”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이우재 안무가는 자신의 작품을 보러 올 관객들에게 “춤을 관람하실 때 기본적 지식이 없어도 됩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관람하시고 공연을 즐기세요. 예술은 어려운 것이 아닌, 즐기는 것입니다. 진지한 놀이, 이것이 관객과 공연자의 만남입니다”라는 명쾌한 조언을 던지며 인터뷰를 마쳤다.
‘힙합의 진화’는 2008년 10월 21일과 22일 양일간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2008년 10월 21일 ~ 10월 22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8시, R석 50,000원/ S석 35,000원/ A석 20,000원, 그 외 출연자 김설진, 이인수, 스타 브라힘 부슐라겜, 고릴라 크루)
심보람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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