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괜스레 마음이 쓸쓸해지는 계절, 가을이다. 이유를 알 수 없이 가을만 되면 찾아오는 계절병에 걸린 사람에게는 깊은 감동의 클래식 공연 한 편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려주고 싶다. 그리고 거기에 로맨틱함과 애틋함까지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깊은 감동의 클래식에 로맨틱하고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덧입혀진 극약이라……. 두말할 나위 없이 로맨틱발레의 대명사 ‘지젤’이 딱 이겠다. 빡빡한 지방공연 일정과 열기 가득한 연습을 소화해내느라 정작 본인들은 가을을 느낄 틈도 없다는 국립발레단 ‘지젤’의 두 주역무용수 김주원과 김현웅을 만나보았다.
Partner “(주원)뒤에 서서 손끝으로 현웅씨 기분이 느껴진다면 믿으시겠어요?(웃음). 그런데 그게 다 느껴져요.” 흔히들 함께 작업을 하는 파트너는 애인이나 배우자보다도 더 가까운 사이라고들 얘기한다. 특히 무대 위에서 서로의 호흡만으로 모든 동작을 소화해야하는 무용수들의 경우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 그리고 배려는 그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할 부분일 것이다. “(현웅)이번 공연 같은 경우 부상 후 첫 작품이라 주원누나랑 함께 한다는 것이 너무 좋아요. 대충 눈으로만 봐도 서로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니까 그만큼 연습에 더 집중할 수 있죠.”
올해로 4년째, 다수의 레퍼토리에서 호흡을 맞춰온 이들은 서로를 위하는 모습만 보자면 웬만한 닭살 커플들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다. “(현웅)지금 참 마음이 급해요. 우선 잘할 수 있을까가 너무 걱정이예요(웃음). 여자파트너에게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 큰데, 저도 사람이다 보니까 하나씩 놓치는 부분도 있을 테고…….” 그러자 이 말을 듣고 있던 김주원이 “잘하고 있으면서 뭘 그러냐”고 괜한 핀잔을 던졌다. 무대 밑에서도 환상의 파드 되(pas de deux. 발레에서 두 사람이 추는 춤)를 선보이는 파트너가 아닐 수 없다. “(주원)현웅씨랑 저랑 네 살 차이예요. 현웅씨가 고등학생일 때부터 봐와서 애기로만 알았는데, 같이 파트너를 하면서보면 가끔 든든한 오빠 같기도 해요. 제가 힘들어할 때 제 에너지를 끌어올려줘서 공연을 할 수 있게끔 도와주거든요.”
Giselle “(주원)너무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예요. 이 작품은 공연이 끝나도 분장을 빨리 못 지울 정도니까요. 특히, 마지막에 알브레히트를 무대에 남겨놓고 지젤이 퇴장하게 되는데 가슴이 많이 아파요.” “(현웅)가을에 정말 잘 어울리는 작품이 아닐까해요. 솔직히 요즘 세상에 그런 사랑을 찾는다는 게 어려운 일이잖아요. 저도 지젤과 알브레히트 같은 사랑을 할 수 있을까하고 반성도 많이 한답니다(웃음).”
여기서 김현웅의 뜬금없는 발언 하나가 모두를 웃게 했다. “(현웅)그런데 왜 모든 작품에서 남자 때문에 여자가 잘못되는거지? 참고로, 전 역할은 알브레히트이지만 마음만은 지고지순한 지젤이랍니다(웃음).” 그러자 옆에서 김주원이 거드는 말이 일품이다. “(주원)어? 난 마음은 알브레히튼데!” 아무리 보아도 쿵짝이 잘 맞는 파트너다.
Audience“(주원)발레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언어도 없고, 클래식 위주다 보니까 어렵다고들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따지고 보면 바디랭귀지가 만국 공통어잖아요. 한 번 보러오기가 힘들지, 한번 보시면 발레에서 주는 감동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걸 아실 수 있을 거예요. 11월에 저랑 현웅씨랑 열심히 준비해서 감동적이고 가슴 따뜻해지는 지젤로 만나 뵙겠습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관객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던 두 사람의 목소리가 “무대 위에서!”라는 말에 더욱 힘이 실린다. “(현웅)어렵게 생각마시고 일단 보러만 오세요. 그에 대한 보답은 무대 위에서 보여드리고, 다시 발레를 찾을 수 있게끔 인도하겠습니다.”
유난히 짧을 것만 같은 2008년 가을, 백 마디 언어보다 더 큰 감동을 전하는 발레와 함께 로맨틱한 데이트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지난 8월 2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의 첫 공연으로 문을 연 국립발레단의 2008년 하반기 공연 ‘지젤’은 전국의 발레 팬들과 만나는 지역 순회공연을 진행해오고 있으며, 오는 11월 14일과 15일 서울 충무아트홀에서의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다.

조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 김고운기자 vortexg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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