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나온 것들의 흔적
겹겹의 과거
그리고 현재의 시선
이러한 연속적인 시간들 속에서 표류한다.』
안무가 임혜리는 ‘2008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선보이게 될 작품 ‘시간의 무게’를 이렇게 정의하였다. 현재 UBIN Dance 단원이자 안무가로서 활동하고 있는 임혜리는 ‘2006년 신진예술가 해외지원자’로 선정된 후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 및 ‘오스트리아 비엔나 페스티벌’에 참가하여 수잔 링케와 윌리엄 포사이드 레퍼토리를 공연하였다. 또한 ‘2007년 제 1회 서울댄스컬렉션’에서 그녀의 신작 ‘시간의 무게’가 우수 안무작으로 선정되면서 그 실력을 높게 인정받았다.
그녀는 작품의 영감을 여행을 통해서 얻곤 한다. 이번 작품도 우연히 가게 된 파리 여행을 통해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월드컵 경기가 한 창 무르익어 갈 즈음 프랑스 파리로 여행을 가게 되었다. 젊은이들이 많이 모여 있다는 파리 시청을 지나다가 벤츠에 앉아있는 할머니 한 분을 보게 되었다. 그분은 거의 30분 동안 아무런 움직임 없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계셨다. 나는 그 곳에서 화려하게 치장된 젊은이들보다 가만히 앉아계신 할머니의 무게감이 엄청난 에너지로 크게 다가왔다. 그때 생각했다. ‘아마도 저 무게감은 할머니의 지난 삶 속에서 하나하나 축척된 추억과 경험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나 자신도 늙게 되면 저런 무게감으로 인해 점점 변화되어 가고 사라져 가는 구나!’ 라고 말이다.”
어떻게 보면 ‘시간의 무게’라는 작품이 왠지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녀의 말처럼 ‘시간의 무게’라는 것은 시간이 흘러가면 흘러 갈수록 우리의 추억도 하나하나 쌓여가듯이 세월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작품 안에 나타내고자 하는 그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무게가 생기는 중력의 힘을 가지고 육체와 중력, 무게와 관계를 표현하고자 했다. 그만큼 무게는 중력에 반응하는 것 같다. 그래서 시간의 무게라는 것은 내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지나온 시간의 의미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일단 내 신체가 공간에 있어서 무게를 느끼는 형상이라 할 수 있다. 움직임을 하나하나 만들어 가는데 있어서 팔, 다리 등 신체의 각 분야에 무게감을 느끼면서 작품을 만들었다. 즉 움직임에 무게감을 부여하여 그 무게감을 가지고 이동을 만들어가고 그 안에 무거움과 가벼움의 관계, 빠름과 느림의 대립, 육체와 육체의 충돌 등 관계에 대한 특징을 가지고 안무를 했다. 일단은 무게감이 실어지면 동작이 느려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반대로 몸이 가벼우면 동작이 빨라질 수 있듯이 느림과 빠름으로 이끌어 갔다. 그래서 주된 포인트라 할 수 있는 것은 육체의 무게, 생각의 무게, 존재의 무게이다.” 그녀는 이처럼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작품의 안무를 만들어갔다. 우리 몸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지만 또 반대로 나누어 질 수 있다. 그만큼 쓰이는 분야가 다르기에 각각의 신체 부분에 무게감을 넣고 움직임을 만들어 하나의 작품을 완성시켜 나간 것이다.
그녀는 이번 무대에서 큰 구조물로 만들어진 소품을 사용한다고 한다. “무대에 큰 구조물을 설치했다. 설치미술과 비슷하게 2개의 곡선이 아치형의 형태로 되어있다. 내가 1살 때부터 지금까지 약 34년을 살아오면서 그만큼의 시간이 쌓여갔듯 무대의 설치물도 또 다른 시간이 겹겹이 쌓여 지나간 세월을 구조물로 표현하고자 했다. 무대에서는 나를 포함한 1명의 무용수가 등장하는데 그 느낌도 시간이 쌓여진 모습들이라고 할 수 있다.”
무용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가장 어려운 점은 관객과의 소통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부분에 있어 여러 무용가들은 관객들과 호흡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펼치고 있다. “나는 관객과의 소통에 있어서 어떤 특별한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연자로서 관객들에게 특별한 관계로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편안하게 무용을 즐겼으면 한다. 거기에 대해서 요즘은 대중관객들이 무용을 끌어간다. 라는 말이 있는데 나는 그런 모습보다 관객들이 공연을 보고 싶으면 보고 또 그 공연을 통해 관객 스스로가 자연스럽게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진정한 예술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그녀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입장보다는 무대에서 최선을 다해 진실성을 가지고 표현하고자 했다”라고 말하며 더불어 “내가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하듯 일반사람들은 언어로 직접 전달하지만 무용하는 사람들은 육체의 언어로 전달하게 된다. 관객이 무대를 봤을 때 무용수가 말없이 몸짓의 언어로 말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을 보는 관객들도 ‘저 무용수는 시간의 무게를 가지고 몸으로 말을 하는 구나!’하고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며 관객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육체적 퇴보가 이루어진다는 의학적 이론이 있지만, 그것은 퇴보가 아니라 삶에 대한 육체의 정중한 인사가 될지도 모른다.’ -안무가 임혜리-
‘시간의 무게’는 오는 10월 7일과 8일, 양일간에 걸쳐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공연된다.
박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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