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표하는 작품마다 독특함과 실험성 등의 단어들이 따라붙으며 현재 가장 주목할 만한 안무가로 평가받고 있는 박호빈(댄스씨어터 까두 대표, 전문무용수지원센터 이사)의 작품 ‘엘리베이터 살인사건’이 2008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2008)에서 공연된다. 꾸준한 신작발표와 공연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안무가 박호빈을 댄스씨어터 까두의 연습실에서 만나 이번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작품은 지난 2007년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의 개관기념 초청작으로 초연된 뒤 ‘2007 PAF 춤과 다매체상’을 수상하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안무가 박호빈은 “우리 나름대로는 이번 작품에 미스터리 추리 무용극이라는 다소 거창한 이름을 붙여보았다”며 작품의 설명을 시작했다. “겉으로 보이는 스토리만 보자면 엘리베이터에서 누가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그 사건을 추적해 나가게 되는 이야기다”라고 얘기한 안무가 박호빈은 “현대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모한 사건들에 대해 다뤄보고 싶었다”라며 이번 작품을 안무하게 된 동기에 대해 전했다.
그러나 박호빈의 작품 ‘엘리베이터 살인사건’은 단순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스터리 추리극만은 아니다. 이에 대해 박호빈은 “겉으로 보이는 스토리 외에도 작품 안에 담긴 현대 사회 소통의 부재에 관한 문제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봐 주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엘리베이터라는 가장 현대적인 공간에서 상징적으로 말할 수 있는 현대인들의 소통의 부재를 얘기하고 싶었다. 변사체가 발견된 사건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죽은 자의 꿈과 이데아는 무엇이었는지, 죽은 자가 다른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던 세계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안무가 박호빈이 대표로 있는 ‘댄스씨어터 까두’는 단체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타의 다른 무용단보다 연극적 요소가 짙은 작품을 많이 선보이고 있다. “이번에도 연극배우 2명이 출연해 적극적으로 대사도 나누게 될 것이다”고 말한 박호빈은 “이런 요소들이 관객들에게는 보다 관람하기 쉬운 요소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엘리베이터 살인사건’은 적극적인 대사를 채택한 연극적 요소에 영상과 음악 등이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좀 더 쉽게 관객에게 다가갈 예정이다. “죽은 자를 통해서 보는 그 사람의 내면적인 세계, 심리적인 이데아가 영상을 통해 보여질 것이고, 음악 역시 라이브 피아노 연주와 노이즈 음악 등의 복합적인 사용이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안무가 박호빈과 한참을 이번 공연에 얘기 나눈 뒤, 잠시 숨을 돌려 ‘댄스씨어터 까두’의 활동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상반기 일반 대중을 타깃으로 한 작품 ‘로미오와 유령 줄리엣’을 공연했었다. ‘현대 춤 작가 12인전’을 통해 구성되어진 즉흥 작품 ‘토스트(Toast)’를 공연했고, 가족무용극 ‘어린왕자’를 안동과 동해 등 지방에서 선보였다. 개인적으로는 한태수 연출의 ‘레이디 멕베스’에 안무와 출연을 겸하며 지난 7월 북경 공연을 다녀온 상태다” 쉼 없이 달려온 2008년 상반기지만 ‘까두’의 작업은 쉽게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는 듯 하다. 박호빈은 “이번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공연 외에도 많은 공연들이 기다리고 있다”며 “크게 일단 오는 11월 재독무용가 허용순을 객원안무가로 초청하여 신작 ‘침묵의 소리’와 나의 작품 ‘만월(Full Moon)’을 공연하게 된다”고 전했다. 끊임없는 공연과 신작 작업으로 지칠 법도 하건데 무대 위에서 발산할 에너지를 꿈꾸고 있는 안무가 박호빈의 눈은 오히려 기대감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관객과 평단 모두 박호빈의 공연을 기다리게 하는 힘이 바로 거기에서 나오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본다.
안무가 박호빈에게 이번 작품 ‘엘리베이터 살인사건’을 기대하고 있는 관객들에게 한 마디를 부탁하자 대뜸 “작품은 구체적인데 풀어놓는 방식이 난해하기 때문에 관객들은 또 다른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르겠다(웃음)”고 한다. 안 그래도 무용을 어려워하는 관객들이 많은데 그런 답변은 좀 곤란하지 않겠느냐는 말에는 또 금세 손사래가 쳐진다. “상상하는 재미라고 해야 할까? 작품이 진행되면서 제시된 여러 가지 사건을 통해서 관객들은 상상하고 유추하는 재미를 가질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안무가 박호빈은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에도 귀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다. “상상하는 재미 이상으로 그 안에 담긴 죽은 자의 이데아, 꿈꾸던 세계 등의 보이지 않는 소리와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고 작품을 본다면 더없이 좋은 작품 감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한다.”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까두의 연습실을 처음 방문했을 당시 안무가 박호빈은 무용수 여럿과 둘러앉아 몸을 풀며 더 좋은 움직임에 대해 조용한 토론 아닌 토론을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나누는 안무가 박호빈 특유의 맑은 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없이 빛나고 있었다. 무한한 꿈을 꾸고, 계속되는 노력과 고민으로 관객들과 소통하려 노력하는 안무가 박호빈, 앞으로도 그의 행보가 더욱 주목되는 바이다. 상상 그 이상의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 안무가 박호빈의 ‘엘리베이터 살인사건’은 오는 10월 4일과 5일 양일간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글_ 조하나기자 / 사진_ 장선경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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