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로 무용인생 35년을 맞이한 현대무용가 홍신자의 ‘고도를 기다리며’가 오는 7월 3일부터 6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홍신자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사뮈엘 베케트의 베스트셀러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또한 이번 작품에서 홍신자는 세계최초로 춤과 연기가 결합된 댄스 드라마라는 장르를 선보인다고 하여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홍신자는 1973년 ‘제례’를 통해 세계 무용계에 데뷔하면서 동양적 전위무용의 선구자로 이름을 날렸다. 그녀는 ‘네 개의 벽’, ‘섬’ 작품에서는 1980년 세계 무용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피나 바우쉬의 춤과 일본 현대 무용의 변종인 부토의 특징들을 살려내어 자신만의 무용 세계를 일궈내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또한 황병기, 백남준 ,김덕수, 존 케이지 등과 같이 작업 활동을 하면서 모든 예술분야에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았다.
현재 홍신자는 안무가이자 무용가, 보컬리스트, 그리고 작가이기도 하며 20세기 한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 중의 한 사람이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그녀의 무용인생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눠보았다.
▷ 올해로 무용가로 데뷔한지 35주년이 되었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작품을 준비하면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 그러게요. 벌써 35년이나 되었군요. 그 시간이 오랜 시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또 생각해보면 정말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아요. 시간이라는 것이 관념의 차이 아닌가요? 흐르는 시간이 수직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또 수평일 수도 있지요. 생각에 따라 좌우되는 것 같아요.
▷ 선생님은 무용가이면서 안무가, 작가, 보컬리스트입니다. 이렇게 한평생 예술가로 살아오면서 중요한 순간들이 많았을 것 같아요. 어떤 순간이 있었는지 몇 가지 말씀해 주신다면요?
▲ 중요한 터닝 포인트들이 있었지요. 크게 얘기하자면 인도를 다녀온 것이라고 볼 수 있겠고 존 케이지나 백남준과 함께 작업한 것, 뉴욕에서 무용단을 만들고, 한국에서 웃는 돌이라는 무용 단체를 만들고, 죽산에서 ‘안성국제예술제’를 만든 것 등이 있습니다. 올해 35년을 맞으면서 이 모든 것이 더욱 더 의미 있게 느껴집니다.
▷ 시간이 지나면서 무용 스타일이 바뀌지 않으셨는지. 과거와 비교했을 때 어떤 변화가 있나요?
▲ 춤이 점점 미니멀하게 되어가는 것 같아요. 요즘에 나는 복잡한 설명이 필요 없고 몸으로도 많은 것을 얘기하지 않으려하고 있어요. 그냥 앉아 있어도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그런 춤을 추고 있습니다. 또 그렇게 변해가는 것이 나에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요.
▷ 지금 선생님께선 뉴욕에서도 활동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선생님이 생각하시기에 지금 미국 현대 무용계가 어떤 흐름을 가지고 있나요?
▲ 현재 미국은 6,70년대와 같이 무용 활동이 왕성하거나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는 시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90년대 들어와서 무용계가 점차 침체되기 시작했어요. 이는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것이 많이 줄어들면서 더욱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앞으로 더 두고봐야 할 문제지요.

▷ 한국의 무용은 어떤가요?
▲ 한국은 지금 여러 무용 활동도 하고 지원도 조금 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확실히 무용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잡지 못하고 있어요 이런 쪽으로 갈 거다 또는 이런 사람이 나왔다 하는 그런 변화가 없어서 아직 확실히 얘기 할 순 없는 부분이네요
▷ 이번에 공연하는 작품 ‘고도를 기다리며’ 는 선생님이 최초로 만드신 댄스 드라마라고 들었습니다. 이런 댄스 드라마라는 장르는 외국에도 있는 장르인가요?
▲ 이 작품은 춤만 가지고 이루어질 수 없는 작품입니다. 연극의 영향을 받다보니 드라마적이고 텍스트적인 면도 있습니다. 그렇게 여러 가지가 포함이 되어 있다 보니 ‘댄스 드라마’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된 것이지요. 외국에도 아직 ‘댄스 드라마’라는 장르는 없는 것 같네요.
▷ 사뮈엘 베케트가 쓴 이 작품은 연극과 책으로 유명한 작품입니다. 어떤 부분에서 영감을 얻으셨나요?
▲ 이 작품에서 얻었던 영감은 ‘기다림’이었습니다. 오랜 세월을 살다보니 ‘기다림’이라는 것이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하는 것이라고 느껴집니다. 또 ‘그 기다림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나’, ‘우리는 왜 기다려야 하는 것인가’라고 하는 그 기다림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 그렇다면 이 작품 외에 평소 다른 공연에서는 어디서 영감을 받으세요?
▲ 대부분 나의 삶 속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사람마다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인생에서 크게 차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때는 자연에 의해, 또 어떤 때에는 전쟁의 역사를 가진 삶에서, 또 오래 전부터 깊이 고뇌하고 있던 것이 나중에 풀렸을 때 몸으로 표현을 할 수 있지요. 이처럼 영감은 모두 자기 주변의 모습과 관련된 것에서 시작됩니다.
▷ 예술가들은 보통 곧 닥쳐올 공연들을 준비하면서 또 다른 작업에 구상들도 함께 한다고 들었습니다. 이 작품이 끝난 후에 생각해 놓은 주제가 있으신가요?
▲ 이 공연이 언제쯤 끝날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작품을 계속 다져나가는데 적어도 1년은 걸릴 것 같네요. 나는 지금 다른 작품을 생각하기 보다는 이 작품을 점점 완성시켜 나가면서 꾸준히 할 생각입니다.
▷ 사실 대부분 무용이 일반 대중과 호흡하기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많은 무용가들은 무용을 통해 일반관객과 소통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도 연극과 책으로 알려진 작품이지만 무대에서 펼쳐보였을 때 관객과의 소통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 대부분 일반 관객들은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작품을 많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책이나 이야기를 통해서 들었다고 하더라도 풀리지 않은 것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또한 춤으로 이런 작품을 어떻게 풀어놓았는지 궁금증이 많겠지요. 이 공연을 통해서 무언가를 알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35년간 무용인으로서 길을 걸을 수 있게 한 선생님만의 춤의 철학이 있으신가요?
▲ 무용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춤의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항상 왜 춤을 춰야하는지 얼마만큼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순수하고 진실한 것인지 늘 느껴야합니다. 그래서 무대에 나갈 때는 알몸으로 나가는 것처럼 다 보여줘야 합니다. 정말 내가 벌거벗고 나가더라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항상 자신을 체크해야 진정한 춤이 나오니까요.
▷ 마지막으로 한국 무용계를 볼 때 아직 어려운 점도 많고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 많습니다. 앞으로 발전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 자신들의 인생에 충실하면 좋은 작품이 나올 것입니다. 또한 그런 작품이라면 의미도 있고 감동도 느껴지겠지요. 나는 무용인들은 전부 자아에 충실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삶을 살아갈 때에도 건성으로 살면 무슨 일이든 건성인 사람이 되고, 충실하게 살면 무슨 일이든 충실한 사람이 되지 않나요? 작품을 할 때도 마찬가지로 나의 모든 것을 바쳐야 진정한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취재_백수진 기자 psj1214@hanmail.net
정리_박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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