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저스트프리(JUST FREE)’ 무대를 통해 멀티미디어 댄스 ‘기억’으로 특유의 감성을 선보인바 있는 중국국적의 안무가 리휘의 ‘개미의 똥(開美之便)’이 ‘저스트프리 2008 Dreamer’의 첫 무대를 장식한다. 그의 이번 공연은 ‘저스트프리’의 최종 선발자 중 가장 우수한 아티스트에게 이듬해 공연기회와 제작비 및 공연 관련사항 일체를 지원해주는 특별한 혜택을 얻어 선보이는 것이다. 음악, 영상, 조명, 무대디자인까지 직접 연출하여 구체적이고 세밀한 부분까지 자신의 작품에 녹아내는 리휘의 이번 공연은 강남 한 복판 ‘테헤란로’라는 야외공간에서 친밀한 몸의 언어로 관객을 맞을 예정이다. ‘개미의 똥’ 공연은 5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3일간 공연되며 공연에 앞서 안무가 리휘와의 인터뷰를 통해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았다.
‘개미의 똥’이라는 작품의 제목은 상당히 감각적으로 다가오면서도 그 안에 어떤 깊은 상징성이 담겨있는 것 같다. 또한 ‘개미의 똥’이라는 말을 한문으로 재해석하여 ‘개미지변(開美之便)’이라는 제목을 첨가한 이 작품은 과연 이 메시지를 통해서 관객들에게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였을까? 안무가 리휘는 “제 작품의 제목은 한 가지 뜻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메시지가 담겨있습니다. 먼저 현대사회의 흐름들, 출근하거나 퇴근하거나 지하철을 타거나 하는 일상적인 모습들을 멀리서 보면 개미처럼 보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거기서 개미의 이미지를 땄고 여기에 또 다른 해석을 했어요. ‘열릴 개(開)’와 ‘아름다울 미(美)’를 통해 ‘아름다움을 연다’ 혹은 ‘재해석한다’는 뜻을 추가했죠”라며 이어 “똥이라는 이미지는 말 그대로 냄새나고 더러운 분비물이잖아요. 그래서 똥은 ‘물질사회’의 ‘물질’을 표현한다고 생각했어요. 사람이 만들어 낸 모든 물건은 결국 쓰레기가 되잖아요. 똥인 거죠”라고 말하며 ‘개미의 똥’이라는 제목 안에 현대사회를 반영하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음을 설명했다.
안무가 리휘의 설명대로 ‘개미의 똥’은 개미의 습성과 현대인의 일상을 연관 지은 부분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개미’를 ‘開美’로 재해석 하였다는 것이다. 그는 “춤은 무엇이라고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開美’는 새로운 아름다움을 추구하자는 뜻이에요. 저는 춤에 대한 재해석을 하고 싶거든요. 이 말이 특별한 동작을 재해석한다는 뜻도 있겠지만 춤이라는 것이 공간과 시간의 예술이잖아요. 저는 이 춤이 가진 공간성과 시간성에 대해서 재해석 해 나가고 싶어요”라며 ‘개미’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해 주었다.
그래도 ‘개미’를 소재로 한 작품이니 일정부분 개미의 습성을 살린 움직임이 표현될 것 같은데 힌트를 얻기 위해 개미를 관찰해보았는지 질문해보았다. 그러자 안무가 리휘는 “개미를 따로 관찰하지는 않았고요. 그냥 제 기억에 있던 개미의 이미지를 상상하면서 표현해냈습니다. 개미를 표현하기 위해 개미라는 제목을 단 것은 아니니까요.”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리휘의 ‘개미의 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야외무대에 자리 잡은 ‘빨간색 벽’이라고 한다. 그는 이 벽에 대해 “현대 사회의 모든 사람들이 엄청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잖아요. 그래서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일 수 없고 벽이 필요하죠. 정보가 너무 많기 때문에 차단되는 것을 표현하고 싶어서 빨간색 벽을 놓았어요”라고 설명했다.
‘저스트프리 2008 Dreamer’에서 유일하게 야외공연을 진행하는 ‘개미의 똥’, 야외공연을 통해 안무가 리휘가 얻고자 하는 바는 아무래도 직접적인 관객과의 소통이 아닐까 싶다. 그는 “무용에 있어서 관객과의 소통은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항상 관객이 극장을 찾는데, 저는 그런 것을 바꾸고 싶었어요. 바쁜 관객들이 극장을 찾는 게 안타깝잖아요. 그래서 야외무대를 선택했죠”라고 야외공연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안무가 리휘의 소개 글을 보면 중국의 국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어떻게 해서 한국 무대에 오르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물어봤다. “처음에 무용을 그만두려고 한국에 왔어요. 중국에서 무용을 했었는데 ‘무용은 예술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무용을 포기하고 한국에서 시각예술을 배우기로 했어요. 그런데 이곳에서 무용의 또 다른면을 발견했어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무용에 관한 수업을 청강했는데, ‘내가 생각하던 무용이 아니구나’하는 것을 알게됐어요. 무용은 종합예술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죠. 여기에 끌려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고, 이 때부터 한국에서의 무용활동이 시작된거죠.”
심보람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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