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무신왕에서 정조, 고종, 이순신에 이르기까지... 우리 역사 속 굵직한 인물을 연기해온 뮤지컬 배우 민영기. 위인 전문 배우라 우스개 소리를 할 정도로 역사적 인물을 도맡아 연기해온 그가 바다를 건너고 시간을 달려 이번에는 고대 로마 장군 ‘안토니우스’에 도전한다. 오는 10월 한국에서 초연되는 체코 뮤지컬 ‘클레오파트라’는 김선경, 박지윤, 김법래, 민영기, 최성원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주목받고 있다. 얼마 전 끝난 뮤지컬 ‘이순신’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클레오파트라의 마지막 사랑 ‘안토니우스’역을 연기하게 될 민영기를 강남의 연습실에서 만났다. “음악이 아름다운 ‘클레오파트라.’ 미녀들과의 작업도 즐거워요” - ‘이순신’ 공연 중 발목 부상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좀 어떤가요?걷는 데는 불편함이 없는데 아직 뛰지는 못해요. 뮤지컬 ‘겨울나그네’ 때 심한 몸살로 무대에 서지 못해 오만석씨가 저 대신 한 적이 있지만 공연 도중 이렇게 심하게 다친 건 처음이에요. 더블 캐스팅이 아니라 저 아니면 할 사람이 없어서 발목을 압박 붕대로 칭칭 감고 최대한 조심하며 공연했어요. - ‘이순신’은 새로운 시도가 많았던 작품이었던 만큼 아쉬운 점도 많았을 것 같아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공연이었죠. 대형 창작 뮤지컬이 굉장히 힘든 여건 속에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굉장히 짧은 기간에 선보였는데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통영에서 시작해서 서울까지 7회 공연을 끝내고 내년에 서울에서 다시 공연될 텐데요. 너무 많은 것들을 보여드리려다 보니 애초 기획 의도였던 이순신의 인간적인 면들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어요. 3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도 좀 줄일 것 같고요. 이번에 드러난 문제점들을 보완해서 좀 더 나은 작품을 보여드리겠습니다. - ‘이순신’으로 여름을 보내고 ‘클레오파트라’로 가을을 맞게 됐는데,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클레오파트라는 어떤 작품이며 무슨 역을 맡았나요? 조선의 장군에서 로마의 장군이 되는 거죠.(웃음) ‘클레오파트라’는 체코 뮤지컬이에요. 출연 결정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음악 때문입니다. 체코 뮤지컬은 예전에 ‘로미오와 줄리엣’을 할 때 처음 접했는데 음악이 한국인의 정서와 참 잘 맞는 부분이 있어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듣는 사람들의 정서를 건드리는 것이 체코 뮤지컬의 강점인 것 같아요. 전 시저의 측근이었다가 시저가 죽은 후 클레오파트라와 사랑에 빠져 이집트 왕권 다툼에 뛰어드는 안토니우스 장군 역을 맡았습니다. 원작은 정치색이 상당히 짙은데 한국 공연에선 우리의 정서에 맞게 좀 수정이 됐어요. 체코 사람들이 아량이 넓더라구요.(웃음) 소품 하나하나 따지는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작품이었다면 상상도 못할 일이죠. - 김선경, 박지윤이라는 아주 대조적인 이미지의 두 미녀와 호흡을 맞추게 됐는데요. 일단 미녀분들과 함께 하게 돼서 즐거워요.(웃음) 김선경씨는 요즘 시트콤 때문에 바쁘셔서 아직 호흡을 많이 맞춰보진 못했는데요. 개인적으로 너무 친하다 보니 키스신 같은 부분에서 웃음이 날 것 같아 걱정이에요. 앞으로 잘 맞춰가야죠. 박지윤씨는 연예인인데다 이번이 첫 뮤지컬이라 염려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거든요. 그런데 본인이 무척 의욕적으로 열심히 해요. 연습 첫날 노래를 다 외워 왔더라구요. 걱정했던 발성 부분도 박지윤씨만의 매력일 수 있겠고요. 김선경씨가 야망에 불타는 열정적인 클레오파트라라면 박지윤씨는 좀 더 여리면서도 남자를 확 휘어잡는 매력을 갖고 있어요. - 실제 클레오파트라는 뛰어난 미인이 아니었다고 해요. 화술이 뛰어나고 이미지 메이킹에 능한 여성이었다는데, 민영기씨는 어떤 스타일의 여성에게 매력을 느끼나요? 저는 예쁜 여자가 좋아요. 제가 생기다 말았잖아요.(웃음) 그래서인지 예쁜 여자가 좋더라고요. ‘예쁜 여자가 얼굴값 한다, 성격이 까칠하다’ 라는 말이 있지만 지금까지 제가 만나본 여자분들은 그렇지 않았거든요. 물론 성격이나 마음씨가 중요하지만 첫 만남에서는 외모를 보게 되요. 특히 제가 눈이 작아서 눈이 큰 분이 좋아요. -역사적으로 뚜렷한 존재감이 있는 시저에 비해 안토니우스는 클레오파트라의 마지막 연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작품에 임하면서 인물에 대해 새롭게 발견한 점이 있나요? 안토니우스는 작품에 등장하는 세 여인의 사랑을 받는 행복한 인물이에요.(웃음) 하지만 정략 결혼의 희생자로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죠. 인간적인 고민이 참 많은 장군이라는 점에서 이순신과도 비슷한 부분이 있고요. 권력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이 관객 여러분께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제가 열심히 해야지요. “위인 전문 배우요? 배울 것이 너무나 많은 배우일 뿐입니다” - 위인 전문 배우라 해도 될 정도로 역사적 인물들을 많이 연기했죠. 뮤지컬계의 최수종이라고 할 만한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일부러 이런 역할들을 고른 건 아니고요. 역사 속 인물들은 재창조하는 즐거움이 있고 허구의 인물은 만들어 가는 재미가 있어서 각각의 매력이 있어요. 그런데 ‘화성에서 꿈꾸다’를 만드신 이윤택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제 노래 소리가 고민을 담고 있는 슬픈 소리라서 정조 역할에 잘 맞을 것 같아 처음부터 저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쓰셨다고요. 제가 고뇌하는 위인들을 많이 연기하게 된 게 제가 가진 소리의 색깔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물론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서 밝은 소리, 팝적인 소리를 보완해야 하겠죠. 조쉬 그로번 같은 팝페라 테너의 노래를 즐겨 들으며 연구합니다. - 특히 ‘화성에서 꿈꾸다’의 정조는 민영기와 뗄 수 없는 캐릭터가 됐는데요. 배우에게 대표작이 있다는 건 너무나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클레오파트라’의 안토니우스 역시 저 아닌 다른 배우는 떠올릴 수 없게끔 만들고 싶어요. 제가 역사적인 인물들을 많이 연기하다 보니 그런 쪽으로 이미지가 굳어질 수도 있겠지만, 이미지를 극복하는 건 제 숙제겠죠. 저는 평생 연기를 할 것이고 나이에 맞는 연기를 찾아가자는 목표를 갖고 있어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본인에게 배우로서 점수를 매긴다면? 45점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뮤지컬을 좀 늦게 시작해서 이제 8.9년차 정도 되는데요. 남경주 선배님 같은 기라성 같은 배우분들이 아직도 열심히 활동하시는 걸 보면서 난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해요. 평생 배워야 해서 배우라잖아요. 전 아직 부족한 게 많은 사람이라 50점 정도만 되도 만족할 것 같아요. 5점 남았는데 10년 정도면 채울 수 있지 않을까요. - 가을입니다. 뮤지컬 팬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나요? 가을은 문화 생활을 즐기기에 좋은 계절이죠. 저희 뮤지컬 ‘클레오파트라’는 음악이 아름답고 안무도 뛰어난 볼 거리, 들을 거리 가득한 작품입니다. 친구, 연인과 함께 가을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작품이니까 많이 보러 와주세요. 이순신 공연 때 다친 민영기의 발목은 아직도 검붉은 피멍으로 뒤덮여 있었다. 하지만 성치 않은 발목으로 연습에 몰두하는 민영기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배우가 끊임 없이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라며 웃는다. 이 배우 정말 연기에 푹 빠진 것 같다. ‘화성에서 꿈꾸다’에 이어 ‘클레오파트라’도 자신의 대표작으로 만들고 싶다는 그의 당찬 포부에 10월이 기다려진다. 조수현 객원기자 lovestage@empal.com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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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신’ 공연 중 발목 부상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좀 어떤가요?
- 위인 전문 배우라 해도 될 정도로 역사적 인물들을 많이 연기했죠. 뮤지컬계의 최수종이라고 할 만한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평택아트센터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 성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