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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다원예술공연 ‘여섯 개의 불가능’, 김민영-양민정 감독 ①“불가능에서 출발, 인간 욕망이 가진 모순에 집중해”
다원예술공연 <여섯 개의 불가능> 공연사진_김혜림

한쪽엔 책이 가득 쌓여있고, 창가에는 작고 섬세한 오브제들이 놓여 있는 공간. 다원예술공연 ‘여섯 개의 불가능’의 창작 회의가 새벽까지 이어지던 양민정 감독의 자택에서 작품의 공동 연출을 맡은 두 명의 여성 감독을 함께 만났다. 

거문고 솔리스트인 뮤지션 김민영과 아트 디렉터이자 작가인 양민정은 지난 8월 10일 정조테마공연장에서 다원예술공연 ‘여섯 개의 불가능’을 선보인 바 있다.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음악과 퍼포먼스, 다채로운 이미지와 영상 등이 활용된 이 공연은 인간 내면의 욕망을 ‘불가능’의 키워드로 풀어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기획 의도와 창작 과정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구체적인 작품의 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두 사람과 2시간에 걸쳐 긴 이야기를 나눴다.

일단 두 분의 영역이 다른데요. 처음에 어떻게 만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민영: 저는 거문고 연주자로서, 그리고 창작자로서 활동을 해왔고요. 민정님은 비주얼 디렉터이자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면서 전시들을 개최해온 것을 알고 있었어요. 만난 계기는 클럽하우스라는 SNS였고요. 

양민정: 그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은 다양했을 텐데요. 저희가 있었던 그룹의 특징은 다들 자유로운 영혼처럼, 대개 예술 쪽 종사자나 프리랜서 쪽이 많았어요. 그래서 심야의 시간대에 깊은 대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죠. 

김민영: 이 친구와 대화할수록 좋은 영감을 많이 받게 되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어느 날 문득 생각했죠. 옆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이 있는데 이 친구랑 같이 일을 안 하면 손해 아닌가.

서로에게 창작의 영감을 받으셨다고 했는데, 두 분이 대화하실 때 공통의 관심사가 무엇이었나요.

양민정: 일상적인 가십보다 가치관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인간관계나 철학적인 이야기들. 철학의 개념으로 학문적인 얘기를 한 건 아니지만 주제 자체가 철학적이었어요. 예술에 대해 생각하는 것들과 창작에 관한 생각들. 그런 진지한 얘기들을 항상 나눴던 거 같아요.

김민영: 저는 개인적으로 그간 앨범이나 공연을 만들었을 때, 자신의 내면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거든요. 내면을 어떻게 해야 넓힐 수 있을까, 깊이를 만들 수 있을까 하고 고민을 하던 시기였어요. 그때 민정님을 만나게 됐고, 얘기를 나누면서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았어요. 그래서 우리가 지금 얘기한 좋은 주제들이나 가치관들이 많이 있는데 이걸 실제로 공연화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 거죠. 

‘여섯 개의 불가능’은 경기문화재단의 ‘2024 경기예술지원’ 선정작이기도 한데요. 공모전을 앞두고 기획 단계에서는 어떤 얘기들을 나누셨나요.

김민영: 우리가 어떤 내용을 가지고 공연을 하면 좋을까 고민을 하다가, 민정님이 ‘불가능’이라는 키워드를 가져와 줬어요. 그때 민정님이 책에서 읽었던 내용에 착안한 ‘여섯 개의 불가능’이라는 키워드를. 더불어 정신증에 관한 얘기를 해보면 어떨까 하고요.

다원예술공연 <여섯 개의 불가능> 공연사진_김혜림

정신증의 모티프가 반영되어 있다는 것은 대부분의 관객은 몰랐을 듯한데요. 

양민정: 원래는 ‘여섯 개의 불가능’의 형태였던 게 아니라 인간의 욕망이 가진 모순적인 면들, 양면적인 면들에서 출발했어요. 좋다고 여기지만 마냥 좋지만은 않은, 혹은 나쁘다고들 하지만 알고 보면 나쁘다고만 할 수 없는 것. 그런 포스트모던의 기초적인 사고에서부터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더 추상적인 주제들, 행복이나 사랑이나 그런 개념들의 양면성 같은 것도 얘기했어요. 결국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비슷한데, 구체적으로 이것들을 하나로 꿸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하겠다 싶었죠. 그러던 차에 읽게 된 양자역학 책 ‘이토록 기묘한 양자’의 부제가 ‘여섯 개의 불가능’이었던 거예요. 

저도 그 책을 읽었는데요. 특히 흥미롭게 인용된 문구였다고 생각해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진짜 출처였죠?

양민정: 네. 앨리스와 하트여왕이 나누는 대화에서 나온 말이었는데, 불가능과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였죠. “불가능하다고 모두가 믿는 것도, 연습 또는 상상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믿을 수 있게 된다.”라는. 마침 민영님이 평소에 공연을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한다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났고요.

김민영: 거문고의 줄이 또 여섯 줄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공연을 여섯 장으로 나누는 것을 선호하죠. 

뭔가 흥미로운 우연의 일치네요. ‘거문고’와 ‘이상한 앨리스’와 ‘불가능’의 만남.

양민정: 네. 그래서 원래도 당연하게 여섯 개의 장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섯 개의 불가능’이라는 키워드를 만나자마자 그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들렸던 거죠. 처음에는 ‘불가능’이라는 제목이 부정적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이야기를 나누며 인간이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여섯 가지의 욕망에 집중했고, 좀 더 주제의식을 좁혀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제가 조심스럽게 제안했던 게 정신증이었어요. 

그래서 여섯 장에 대응하는 정신증에 대한 아이디어가 각각 있었던 거네요. 1장은 나르시시즘이라면 다른 장은 무엇인가요.

양민정: 2장은 분열증, 3장은 관음증, 4장은 실어증, 5장이 ADHD, 그리고 6장은 정신증이라기보다는 죽음과 휴식에 대한 충동. 즉, 죽음충동을 얘기하고자 했어요. 

그런데 이런 정신증을 결국 보편적인 키워드로 바꾸셨잖아요. 각 장에 ‘사랑, 모순, 순결, 언어, 고요, 휴식’의 불가능이라고 붙이셨죠. 그것은 정신증에 국한하고 싶지 않으셨던 의도인가요?

양민정: 맞아요. 그런 정신증에 대한 한정된 접근이나 편견으로 섣불리 접근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했어요. 병리적인 증상을 메인 주제로 가져가면, 처음 우리가 표현하려는 의도에서 어긋난다고 생각했고요. 그리고 민영님 스스로가 ADHD를 겪고 있는 와중이었는데, 그것에 대해 너무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우려했어요. 하지만 누구나 이런 증상을 조금씩 갖고 있고, 약하면 성격적인 특질이 되는 거고, 심해지면 병리적인 증상이 되는 것일 뿐이잖아요. 그 안에 인간 욕망의 스펙트럼이 녹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공모전 경쟁률이 대단했다고 들었어요.

김민영: 네. 400팀 정도 지원을 했고, 20팀 정도 뽑혔으니 20대 1의 경쟁률이었네요. 다원공연이기 때문에 역할 분담이 중요했어요. 음악, 안무, 미디어아트에 내레이션까지 온갖 것들이 동원되는 작품이라 예산이 많이 들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적은 예산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한 사람이 거의 5~6인분 몫을 해야 했어요. 

양민정: 음악과 테크니컬적인 부분을 민영님이 했고, 제가 언어와 시각적인 부분을 주로 맡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스페인에서 활동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강대운 작가님이 참여하시게 되었고, 영상촬영과 무대의 시각적인 부분을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서사나 드라마투르기 역할을 제가 하면서 강 작가님은 무대와 조명까지 해주셨는데 셋이서 균형을 잘 맞췄던 거 같아요.

이번 공연에서 처음 시도해 보거나, 새로 경험해 보신 것이 있다면요.

양민정: 이번에 민영님이 정가와 전자음악을 함께 무대에서 보여주신 것이 음악적으로 새로운 도전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김민영: 맞아요. 제가 노래를 한 지 15년 정도 된 거 같은데요. 많은 사람 중 한 명으로 참여하거나, 혼자 레슨 받고 학습하는 시간이 많았지 단독으로 선보일 기회는 많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 기회를 통해 노래를 나의 무기로 드러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고, 그동안 학습해왔던 것을 기반으로 전자음악도 시도하고, 노래도 이번에 처음으로 혼자서 무대에서 불렀어요. 음악적으로 큰 도전이었네요.

다원예술공연 <여섯 개의 불가능> 공연사진_김혜림

민영님 혼자 무대에 서서 거문고 연주와 전자음악을 디제잉하듯 선보이셨죠. 뭔가 여러 가지가 섞여 있는 음악이 저로선 처음 들어보는 건데 듣기는 또 좋아서, 이게 뭘까 싶더라고요. 

김민영: 전통 소리에는 판소리, 민요, 정가 이렇게 세 파트가 있는데요. 저는 사실 민요를 오래 했었고, 최근 정가라는 장르를 접하면서 이게 내 옷이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정가를 전통적으로 부른다기보다는, 정가와 내 안에 있는 민요의 창법을 섞어서 나만의 방식으로 해보자는 게 이번 공연의 제 목표였던 거 같아요.

1장에서 민영님이 다양하게 거문고를 연주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양민정: 1장의 테마가 나르시시즘이었기 때문에 서사적으로 한 명에게 집중해서 내가 점차 분열해나가는 모습으로 나아가자는 의견이었어요. 자기 자신에게 포커스가 되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거문고를 하는 민영님과 거문고 자체가 돋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거문고의 다양한 주법들을 보여줬던 것도 신의 한 수였던 것 같아요. 무대 장치도 민영님이 거울에 비친 자기 상을 보면서 연주하는 그런 비주얼 모티프를 가지고 완성해나갔는데, 그런 점도 잘 맞아떨어졌던 거 같습니다.

-인터뷰 ②에서 계속

사진_김혜림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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