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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화사’로 컴 온, 뮤지컬 ‘플라워’의 배우 노현희와 이지민

공연 문화의 발전으로 수많은 향수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있는 현실에서 뮤지컬이라는 공연 장르는 확실히 대중들에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주변에는 여전히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사회에서 소외된 아웃사이더라는 계층이 존재한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아웃사이더는 특히 정서적으로도 고립되어 사회와 마찰을 일으키며 각종 문제를 야기 시키기도 한다. 뮤지컬 ‘플라워’는 세상에서 밀려난 아웃사이더 인생들이 강원도 양구의 절인 ‘천화사’에 모여 각자의 마음속에 있던 ‘자비’를 찾아나가는 내용을 다룬 작품이다.


- ‘천화사’로 변신하러 간 배우 노현희
불교에서 ‘출가’란 단순히 집을 나서는 일을 말하지 않는다. ‘출가’는 인간의 이기적인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뜻한다. 출가를 하게 되면 그 전까지 맺고 있던 모든 인연과 즐거움이 끊어지고 괴로움은 그대로 남아 출가 전 보다 더 고통스러워 질 수도 있다. 뮤지컬 ‘플라워’는 세상의 주변인인 된 사람들이 행자가 되어 ‘천화사’로 출가하여 티격태격 다투며 잃었던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이에 이 작품에서 행자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며 그들을 보살피는 ‘박보살’ 역을 맡은 배우 노현희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뮤지컬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되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노현희는 “뮤지컬은 방송 시작 후 1~2년 후 출연하기 시작했어요.”라고 말문을 떼었다. 특히 이번 ‘플라워’는 그동안 TV드라마와 연극에만 매진하던 노현희가 2~3년 만에 다시 잡은 뮤지컬 작품이라고 한다. 예상했던 시기보다 빨리 뮤지컬 작품에서 연기를 선보이게 되었다는 노현희는 ‘박보살’이라는 역할을 연구하면서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을 경험했다고 한다. 노현희는 “제가 그동안 어울리지 않게 (웃음) 예쁜 역할을 많이 맡았었어요. 제 나이가 삼십대인데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는 22살 아가씨 역을,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는 시골에서 상경해서 코러스 단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아가씨 페기 역을 맡았었어요. 또 ‘인어공주’에서는 막내공주 ‘아리엘’ 역할을 했었고요.(웃음)”. 자신의 연배와 어울리지 않게 뮤지컬에서 소녀 같고 깜찍 발랄한 역할을 주로 맡다보니 언젠가 한번쯤은 자기 자신을 깨야겠다고 별러 왔다고 얘기한다. 또 그녀는 뮤지컬 ‘플라워’에서 ‘박보살’이라는 중년 여성의 배역으로 인해 연기 변신을 시도하게 되었다고 하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스스로 상처도 많이 받으며 저를 버리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언제까지 예쁘고 공주 같은 역할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플라워’를 통해 자신을 과감하게 인정하고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고 노현희는 진중한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노현희의 업보 ‘박보살’
뮤지컬 ‘플라워’의 배경은 오합지졸, 천태만상 화상군상들의 집합소 ‘천화사’이다. 한때 잘 나가던 미아리 나이트클럽 사장인 김영춘, 전직 몰락한 사이비 교주 배근식, 가난이 싫어 가출하여 출가한 언어장애자 오정수, 어린 시절 천재로서 전 세계 매스컴의 극찬을 받았던 신욱 등의 사회에서 버려진 낙오자들이 서로 아옹다옹 지지고 볶다가 마침내는 화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극중에서 노현희가 맡은 ‘박보살’역은 어떤 인물일까? “제가 연기하게 되는 ‘박보살’은 이들보다 3년 먼저 ‘천화사’에 도착한 여인이에요. 알코올 중독자인 남편의 방화로 어린 두 딸을 저승으로 보내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천화사’의 부엌일을 돌보게 된 여자에요. 한마디로 부엌데기이죠(웃음)”라고 노현희는 ‘박보살’에 대해 설명했다. ‘박보살’도 자신만의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박보살’은 외로워도 슬퍼도 안 우는 캔디처럼 상처를 딛고 오히려 씩씩하게 살아가는 여자의 모습을 보여 준다. 배우 노현희의 ‘박보살’에 대한 애정은 각별해 보인다. 그는 “ ‘박보살’은 겉으로는 굉장히 거칠고 육두문자도 쓰는 왁왁거리는 캐릭터이지만 자식에게 다 못한 일을 평생의 업보로 생각하고 절에 찾아온 행자들을 자식처럼 거둬요.”라고 말하며 속 깊은 ‘박보살’의 성격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엄마를 잃었다는 상상을 하면 슬퍼져요.” 새싹 배우 이지민
뮤지컬 ‘플라워’에서 엄마가 암으로 죽게 되어 ‘천화사’로 오게 된 9살 소녀 ‘한지혜’역을 맡은 이지민은 이번 작품이 자신의 첫 뮤지컬 이라며 무척이나 떨려했다. 게다가 이번 뮤지컬은 중간에 쉬는 시간이 없어서 어린 배우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부분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뮤지컬에는 노래가 있지 않은가? 이지민은 ‘노래하는 것을 엄청 좋아해서 평소에 노래를 즐겨 부른다’고 한다. 어렵고 힘든 일을 할 때 콧노래를 부르며 흥을 돋우면 한결 힘이 덜 든다는 것을 이지민은 알고 있는 듯 했다. 또한 엄마를 하늘로 먼저 떠나보낸 ‘지혜’를 연기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실제 저는 엄마가 있지만 엄마를 잃었다는 상상을 하면 슬퍼져요. 항상 곁에 있는 엄마가 어느 날 갑자기 죽었다고 생각하면 감정이 잘 잡히는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는 처음 뮤지컬에 투입되었을 때 자신을 반겨 주었던 ‘음향 선생님께서 감정을 잘 잡으라고 말씀하셨다’며 그 조언을 해 준 음향 담당에게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이지민은 짧은 기간 동안에 이번 역할을 준비하게 되어서 대사를 소화하기가 만만치 않았지만 굉장한 집중력을 보이며 빨리 대사를 익혔다. 이지민은 “예전에 방송할 때는 대본을 밤에 외우고 그랬는데 이번에는 굉장히 긴 대사도 빨리 외워져서 저 스스로도 너무 신기했어요.”라고 말했다. 연습 초기에 그는 ‘실수하면 어떡하나’ 너무 떨려서 ‘더블 캐스팅된 언니가 내 역할까지 다 했으면’하고 생각할 정도로 긴장이 많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더블 캐스팅된 다른 아역 배우가 연기하는 모습을 한 번 보고 나니 역할이 머릿속에 다 들어왔다며 이내 자신의 배역에 몰두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이지민은 “앞으로 뮤지컬을 계속 하게 된다면 관객들에게 웃음만을 주는 밝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라며 다부진 소망을 밝혔다.


-노현희가 말하는 삶을 공유하는 뮤지컬 ‘플라워’
요즘 대학로는 로맨틱 코미디의 물결이 한창이다. 수십 편의 공연 중에서 우리의 현실과 사회를 담아낸 진지한 작품은 두 세 작품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뮤지컬이라는 장르적 특성상 뮤지컬의 소재로 어둡고 심각한 이야기는 기피되는 것이 사실이다. 노현희는 ‘플라워’에 출연하면서 부담을 느끼지 않았을까? 그녀는 “밝고 명랑한 20대의 멜로 이야기를 하는 뮤지컬은 많아요. 그러나 진정으로 현실 풍자와 사회 비판을 담은 뮤지컬은 별로 없어요. 뮤지컬 ‘플라워’는 현실 속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에요. 평범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전에 했던 화려한 뮤지컬들보다 부담이 적었고 저도 모르게 극에 녹아 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이번 작품에 대한 자부심을 은근히 드러내었다. 이 뮤지컬이 열리는 ‘김동수 플레이하우스’는 다른 뮤지컬 공연장에 비해 좁은 공간에 속한다. 하지만 이 아담한 극장에서 뮤지컬 공연 내내 밴드가 라이브로 연주를 하고 배우들은 더욱 살갑게 어우러져 ‘노는 맛’을 살린다. 배우 노현희는 “가장 좋은 계절 봄이 왔는데 사람들의 얼굴에는 화사한 미소가 번지지 않고 굳은 표정을 한 사람들이 많다”며 세상의 피로와 삶의 무게에 눌린 분들이 “위로 받고 싶을 때 뮤지컬 ‘플라워’를 찾아 주었으면 좋겠다”고 초대의 말을 전했다.

뮤지컬 ‘플라워’는 5월 31일까지 대학로 ‘김동수 플레이하우스’에서 공연된다.

취재_백수진 기자 psj1214@hanmail.net
정리_연분홍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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