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28일 개최되었던 ‘제 2회 더 뮤지컬 어워즈’의 빛나는 배우 김성기, 그는 뛰어난 배우라면 언젠가는 빛을 보기 마련이라는 이 세계의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배우이다. 그의 배우 인생 무려 18년, 그는 유난히도 상복이 없는 배우 중 한 명 이었다. 지난 18년 동안 연극, 뮤지컬, 마당놀이, 방송을 두루 오가며 그리도 왕성히 활동해온 그 이건만, 언제나 노미네이트만 될 뿐 수상의 영광은 매번 그를 빗겨갔다.
하지만 김성기는 지난 ‘제 2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당당히 ‘남우조연상’을 거머쥐며 드디어 그 찬란한 빛을 내뿜고야 말았다. 그는 뮤지컬 배우로서 처음 상을 받게 된 뜻 깊은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말할 수 없이 기쁘죠. 기쁘고 또 기뻐요. 18년이란 긴 시간동안 상을 하나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저보다 더 뛰어난 동료 배우들이 많은데 그 상을 가로챈 것이 아닌가, 민망하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죠(웃음). 하지만 이렇게 영광스러운 날 상을 받게 되어서 너무 행복했고, 이 모든 영광을 저를 사랑해주시고 아껴주시는 분들께 바치고 싶습니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는 지난 2006년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초연되었던 작품이다. 2007년에는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그 두 번째 공연을 가진 바 있으며 배우 김성기는 두 번 모두 닥터 ‘듀블’과 경찰관, 변호사의 1인 3역을 소화해냈다. ‘벽을 뚫는 남자’ 재공연 당시 관객들의 관심은 ‘배우 김성기가 다시 듀블을 연기하는 가’였다고 한다. 그만큼 그가 ‘벽을 뚫는 남자’에서 돋보였다는 이야기인데, 어떻게 해서 이 작품과 인연을 맺게 되었을까? “제가 2005년에는 ‘오디뮤지컬 컴퍼니’에서 제작한 ‘맨 오브 라만차’라는 작품에 출연했었어요. 그때 저의 공연을 ‘쇼노트’의 대표이신 김영욱씨가 보시고, 코믹연기를 해보지 않겠냐고 제의를 해 오시더군요. 그렇게 해서 ‘벽을 뚫는 남자’와 인연을 맺게 된 거죠.”
그 인연으로 두 번의 공연 모두 출연하게 된 그에게 ‘처음 공연했을 때와 두 번째 공연을 했을 때 마음가짐이 다를 것 같은데, 기분은 어땠나’라는 질문을 해보았다. “2006년 초연 당시에는 일부 마니아층들만 저희 공연을 보셨어요. 좋은 작품인데 홍보가 잘 안된 것 같아 아쉬웠죠. 그래서 재공연을 한다고 했을 때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물론 작품도 좋지만 제 캐릭터도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더 많은 관객들에게 이 공연을 보여주고 싶었죠. 두 번째 공연에서는 장소가 대학로로 바뀌다 보니 역시 관객들이 많이 봐주셨고 또 많은 분들이 만족해하셔서 ‘다시하길 잘했다’라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웃겨야 된다는 부담감은 없었냐는 질문에는 “처음 공연했을 때 관객들이 상당히 재미있어 하셨기 때문에, 과연 두 번째도 재미있어 하실까 하는 두려움이 많이 있었죠. 그러다가 ‘괜히 오버해서 웃기려고 하지 말고 초심으로, 진실 되게 내 역할에 충실하자. 그렇게 하면 분명 관객들은 웃거나 울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그냥 제 역할에 충실했고, 그랬더니 또 공연이 순조롭게 흘러갔네요(웃음).”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의 빛나는 조연, 닥터 ‘듀블’. 그는 알코올 중독에 걸린 정신과 의사로 극의 초반부터 등장하며 관객들의 웃음선을 자극하는 역할이다. 배우 김성기는 이 역할을 통해 ‘한국의 찰리 채플린’이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을 만큼 매력 있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그도 어려움은 있을 터, “듀블은 가장 애착이 가는 역할임과 동시에 가장 힘들었던 역할이에요. 듀블의 등장은 ‘벽을 뚫는 남자’를 유쾌한 극으로 끌고 가는 첫 번째 기점이죠. 그렇기 때문에 만약 제가 여기서 웃음 포인트를 놓치게 된다면 끝날 때 까지 공연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하게 되요. 또 듀블은 이렇게 웃겨야하는 인물임과 동시에 뮤지컬 넘버 속에 자기 인생의 과거나, 철학을 담아낸 캐릭터이기 때문에 감정선을 확립하는데도 어려움이 있었고 또 그만큼 애정이 많이 가는 캐릭터에요.”
거듭 얘기한 바 있지만, 그의 배우 인생 무려 18년이다. 결코 짧지 않은 그 긴 세월동안 ‘연기’에 대한 철학 하나쯤 있을 법 하다.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는 ‘무작정 하자’ 주의였거든요. 그래서 앞뒤 안보고 열심히 했었지만 살다보니 열심히 해서 안 되는 일도 많더군요. 그러면서 마음속에 또 하나 집어넣은 생각이 ‘진실 되게 연기하자’였어요. 진실 된 것만이 승리할 수 있고 진실 된 연기만이 관객들에게 어필된다고 생각했죠. 물론 사람이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겠지만, 무조건! 진실 되게 임하다 보면 언젠가는 관객들에게 그 마음이 전달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성멤버들의 하모니죠. 무대 위에서 하는 공연은 자기만 잘한다고 해서 잘되는 게 절대 아닙니다. 구성 멤버들과 유대를 형성하고 소통이되는 분위기를 빨리 만드는 게 공연의 성공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그게 연기하는데도 훨씬 편하고요. 만약 구성멤버들 간에 좋은 분위기가 형성되지 못하면 배우의 역량을 백퍼센트 다 끌어낼 수 없거든요. 그래서 저는 작품에 임할 때 구성원간의 팀워크를 가장 중요히 하는 편이죠.”
배우 김성기는 인터뷰 약속을 잡기 위해 전화를 걸자 “전화 잘 하셨습니다”라는 호탕한 인사를 건 낼 만큼 연륜이 묻어나는 사람이었다. 그는 여러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코믹한 캐릭터 대신, 연기에 대한 진지하고도 겸손한 자세로 인터뷰에 응했다. 영어 공부도하고 운동도 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그는 9월 뮤지컬 ‘제너두’라는 작품으로 관객들과 다시 만날 예정이다.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빛나는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김성기, 앞으로 있을 공연을 통해 내년에는 ‘남우주연상’을 노릴 수 있을지, 그의 한걸음 한걸음을 주목해본다.
심보람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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