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6.8.27 목 10:30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인터뷰
안무가 류석훈과의 대화 “춤 출 때 마음이 가장 편안해요"

 

지난 13일 홍대 앞 연습실에서 댄스컴퍼니 더 바디의 안무가 류석훈과의 만남을 가졌다. 류석훈은 중견 무용가 이윤경과 함께 댄스컴퍼니 더 바디를 이끌고 있다. 이번 2008년 신작 ‘그래피티’ 공연을 앞둔 류석훈은 이제 막 40에 접어든 중년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수줍고 내성적인 소년의 이미지를 풍겼다. 하지만 춤과 예술세계에 대해서만큼은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류석훈에게서는 결코 쉽게 쌓을 수 없는 그만의 연륜을 느낄 수 있었다.


마흔이 된 안무가의 신작 그래피티

작품 ‘그래피티’는 올해 마흔이 된 안무가 류석훈이 서른아홉의 자신에게 던지는 마음을 진지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은 과거에 대한 갈등이나 미래에 대한 기대 같은 것들이 나이가 마흔으로 넘어가면서 오는 풍경 같은 것들로 표현된 작품이에요. 성격이 가장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인 것 같아요.”


“‘그래피티’는 그동안의 조미료들이 섞여서 하나의 맛이 나오는 것과 같아요”

이번 작품 ‘그래피티’에서 류석훈은 가장 평범하고도 어려운 ‘인간의 정체성 찾기’를 낙서라는 쉽고 흥미로운 방법을 사용해 표현했다. “마음 속 얼룩이라는 건 인간이 자기 혼자 만들어 간다고 생각해요. 사람들 사이의 벽, 같이 가려 해도 안 되고 같이 있어도 느낄 수 없는 그런 사람 사이의 고리 같은 것들을 이번 작품에서 추상적으로 표현을 했어요. 다른 작품에서는 드라마적인 것과 유희적인 것도 많은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런 걸 배제하려고 했죠. 하지만 뒷부분으로 갈수록 그런 것들이 나오더라고요. 그건 제가 살아가면서 추구하고자 하는 성향인 것 같아요. 삶이 힘들어도 웃자, 항상 희망과 꿈을 가지고 내가 가야 하는 길을 찾고 사람을 느끼는 것이죠.”


무용수로서의 류석훈

마흔의 나이가 믿겨지지 않은 젊은 류석훈. 수줍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도 무용과 예술에 관한 얘기만 나오면 그의 눈은 어린아이처럼 빛이 났다. “무용은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한다고 생각해요. 여러 사람이 여러 가지 생각으로 해답을 찾는 작업이잖아요. 그걸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정답이 없고요. 저는 무용하기 전에 비해 너무 많은 변화를 겪었어요. 개인적으로 말하는 콤플렉스도 있고 대인기피증도 생겼었죠. 그래서 몸으로 말하는 춤이 좋고 잘 맞는 것 같아요. 제가 움직이며 마음으로 사람을 느끼면 되잖아요. 그렇게 살다보니까 무용수로서 안무보다 춤이 더 좋아요.”

무대 위에서의 류석훈은 거침없는 카리스마를 내뿜는 무용수다. “무대 위에선 빛과 저만 있는 거잖아요. 그리고 관객들에게 말이 아니라 몸으로 움직여 얘기를 해요. 무대는 반복적인 습관이지만 말이라는 건 순발력이 요구되고 한번 내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어요. 하지만 몸은 그 자체가 추상이기 때문에 한번 잘못 써도 이미지 그 상태로만 남지 머릿속에 박혀서 상처를 받는다거나 그런 건 없죠.”


춤출 때가 가장 좋다고 말할 때마다 활짝 웃는 류석훈은 ‘그들이 원하는 것’ 등의 작품에서 일방적인 몸짓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객들과의 소통을 끊임없이 시도했다. “저는 제 작품을 보고 관객들이 좋게 느끼면 고맙고 나쁘게 보더라도 그것도 굉장히 고마워요. 그 분들을 통해 제가 작품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사실 안무가는 만들 때 한 가지만 볼 때도 있지만 관객들은 동작 하나하나를 보고 ‘왜 저럴까’라고 생각하고 여러 가지로 해석하거든요. 하지만 저는 작품을 만들 때는 단순해요. 인생은 그냥 ‘희로애락’이잖아요”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류석훈에겐 항상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무용수란 타이틀이 붙는다. 그러나 무대가 완성되기까지 그는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하고 철저하게 작업해 나간다. “이번 ‘그래피티’는 다른 때와 달리 경제적으로 좀 힘들더라도 음악 하는 친구들과 함께 작업했어요. 그렇게 음악적으로 생각을 하면서 무용 동작과 맞춰 보고 그랬죠. 이번 작품에서는 무용수들의 냉정하고 단순한 움직임도 있지만 태엽이 돌아가는 듯 구성적인 면도 굉장히 많이 신경을 썼거든요. 무엇보다 보는 사람들이 무용수들을 보면서 즐거워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삶이 곧 무용인 류석훈은 생각도 많지만 몸을 통해 하고 싶은 얘기도 많은 예술가였다. “저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리고 주로 사람들을 통해 작품을 구상해요. 지하철을 타고 길을 지나면서요. ‘그들이 원하는 것들’ 도 아침에 차를 타고 가다가 출근길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사람들과 커피 전문점에서 얘기중인 사람들을 보고 만든 작품입니다. 이번 ‘그래피티’는 다른 존재가 아니라 내가 생각해왔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생각들이 얽히면서 고리가 연결되는 어떤 흐름을 표현해봤어요. 관객이 볼 때 무용수의 움직임이 무대에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빗대면 선을 이렇게도 긋고 저렇게도 그을 수 있는 그런 면을 표현했죠.”


댄스컴퍼니 '더 바디'

류석훈의 댄스 컴퍼니 '더 바디'는 단순히 춤만 추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 아니다. 그들은 무용을 중심으로 다양한 예술인들이 무대를 만들기 위해 모인 삶의 공동체와도 같다. 그들과의 작업은 류석훈 개인에게도 많은 자극이 되고 있었다. “전 작품을 구상하고 무대에 올리는 시간이 좀 오래 걸리는 편이예요. 짜는 건 빨리 짜는데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하거든요. 특히 저와 ‘더 바디’는 단체니까 항상 연습실에서 몸을 트레이닝 하고 레슨도 하고 밥도 먹으면서 서로 다른 생각과 모습을 발견해요. 그런 것들을 뽑아내는 거죠. 사실 저희 무용단 같은 경우는 뛰어난 친구들이 오지 않아요. 실력보다 우선 서로 인연이 닿아야 하고 욕심과 열정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 무용단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같이 만들다 보니 시간이 흘러야만 굉장히 많은 것들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개성 있는 무용수들을 별로 안 좋아해요. 새로운 색을 덧입힐 수가 없으니까요. 그런 친구들은 기본을 많이 익혀서 색깔을 없애야 해요. 그래야 다시 만들고 새로운 것들을 창조할 수 있어요.”


불혹에 접어든 예술가로서의 과제

20여년의 세월을 춤과 함께 한 류석훈은 이제 겨우 예술 하는 사람으로서 삼분의 일에서 사분의 일 정도의 과정을 지나왔다고 한다. 그에게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춤은 오래도록 추고 싶어요. 그래서 항상 긴장하며 살아야 해요. 젊은 무용수들의 힘과 나이 있는 사람들의 연륜도 있어야 하거든요.”
관객과의 소통에 서툰 무용계의 현실도 류석훈에게 큰 고민거리였다. “저는 관객을 생각해요. 예술 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관객을 배려해야죠. 저 같은 경우는 제 작품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노력해요. 사실 관객들의 성향이나 수준도 무용이든 뮤지컬이든 다양한 공연을 통해 예전과는 달리 많이 달라졌어요. 저희 공연만 해도 적어도 백 명 정도의 일반 관객들은 표를 사서 봐요. 그리고 공연하고 나면 ‘잘 봤다’거나 솔로공연 뒤에도 ‘감동받았다’며 꼭 와서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렇게 보면 현대무용이 어려운 건 아니에요. 그냥 보면 되는 거 같아요. 예를 들면 사람들이 피카소그림을 보고 어렵다고 하잖아요. 그래도 사람들은 보잖아요. 그거랑 똑같은 거 같아요.”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유연한 듯 보이는 류석훈은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예술정신만큼은 놓지 않은 열정을 보였다. 영화나 연극, 뮤지컬 등 다른 장르의 예술 작품에도 관심이 많은 류석훈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을 들어보았다. “가장 중요한 건 작가정신이죠. 작품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그 안에 작가의 땀과 노력, 그리고 생각이 중요해요. 사실 개인적으로 아무리 작품이 좋다 해도 포장이 되어 있는 작품은 별로 안 좋아해요. 저도 예전에는 일반 관객들이 봐도 모나지 않게 70프로는 대중의 입장에서 생각했죠. 대중의 입장에서 처음엔 어렵고 힘들었으니까요. 그렇지만 갈수록 제 자신에게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순수예술이란 게 결국 자기 스스로 정체성을 찾아 가는 거잖아요. 참 어렵죠. 그래도 자기 존재가치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순수예술이 좋아요. 육십이 되고 팔십이 된 뒤에도 제 존재를 찾아서 하루하루 생각하고 싶어요.”

무용 담론의 형성이 절실

댄스컴퍼니 더 바디의 ‘그래피티’는 2월 23일 3시와 7시, 단 두 번의 공연이 이루어진다. “무용 공연이 지나치게 짧다고들 하시지만 또 그 맛이 있어요. 물론 저도 관객의 유무를 떠나서 장기공연도 하고 싶지만 많은 부분 문제가 생깁니다.”
그러나 그는 대중과의 소통이 무용의 발전을 이룰 수 있으리라 굳게 믿고 있었다. “제가 관객한테 전달하는 것은 딱 하나예요. 관객이 보고 좋아해도 되고 욕을 해도 되요. 하지만 그러면서 친구랑 ‘너 어떻게 생각하니? 난 이렇게 생각해’라고 대화를 하면서 자기생각을 넓혀 가는 것입니다. 그것이 무용에 대한 담론 형성입니다.(웃음)”

댄스컴퍼니 '더 바디' 정기공연, '그래피티 2008'은 오는 2월 23일 (토) 오후 4시, 7시 동덕공연예술센터에서 공연된다.


공정임기자 kong24@hanmail.net
정효진 객원기자 newstage@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테이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개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